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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아놀드 슈왈제네거 VS 게임업계, 최종 승자는?

미국 대법원, 게임 규제 법안 위헌성 심의 시작

국순신(국서방) 2010-11-03 22:05:46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제정한 게임 규제 법안의 위헌 소송이 마침내 대법원까지 왔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대법원은 청소년들에게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의 판매와 대여를 금지하는 캘리포니아주 법안의 위헌성에 대한 첫 심의를 진행했다.

 

한 시간 정도 진행된 이날 심의에서는 법안을 만든 캘리포니아주와 법안에 반대하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유통·무역단체 EMA(Entertainment Merchants Association)의 변호사가 참석했다.

 

또, 대법원 밖에서는 게임 규제 법안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이 모여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으며, 상당수의 미국 언론들이 취재 경쟁을 펼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번 판결은 게임 뿐만 아니라 영화·TV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심의가 열린 날, 마리오를 코스프레한 네티즌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 규제 법안의 언론 자유 침해 여부에 초점

 

대법원 심의를 둘러싼 관심의 초점은 캘리포니아주의 법안이 미국 수정헌법 제 1조 언론의 자유에 대한 보호를 침범하는지에 모아지고 있다. 특히 대법원 판사들은 청소년 보호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안토닌 스칼리아 판사는 청소년들에게 비디오게임 판매를 금지하려는 캘리포니아주의 논리는 어린이들에게 폭력적인 영화와 책 판매를 금지하는 데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몇몇 그림형제의 동화는 잔인하다. 이들은 괜찮나? 캘리포니아주는 이런 것들도 금지할 것인가? 영화나 만화책은 어떤가. 왜 비디오게임들만 특별한 것인가?” 등의 강도 높은 질문들을 던졌다.

 

사무엘 알리토 판사는 폭력성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비디오게임 제작자와 유통업자들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그는 가장 폭력적인 콘텐츠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주 정부가 제한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게 EMA의 주장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 캘리포니아주 정부, “폭력적인 게임은 성인물과 유사

 

게임 규제 법안 논란에 대해 캘리포니아주는 게임 개발·유통업체들이 속한 EMA와 아놀드 슈왈제네거 주지사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청소년 보호를 위해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외로이 다수의 게임업체를 상대하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영웅이 등장하는 액션 영화처럼 주인공과 악당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고군분투하는 주 정부의 노력에 대해 여론의 호응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게임 규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지난 2005년이었다.

 

의회는 현대의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이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위협물이라고 간주하고, 심리적으로 해롭고 청소년들이 폭력적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향을 갖게 된다고 주장하면서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에게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을 사주는 것은 괜찮지만, 게임 판매·유통업자가 청소년들에게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을 빌려주거나 팔 경우, 최고 1,000 달러(약 110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캐터리 모라치니는 주 정부는 성인용품 판매로부터 청소년을 지키는 것처럼 18세 이하의 청소년들에 대한 폭력적인 비디오게임의 판매를 금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MA, “게임 규제 법안은 과거식 발상

 

게임 규제 법안을 확인한 EMA는 즉시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 법률이 발효되는 것을 막아 놓은 상태다.

 

EMA 측의 폴 스미스 변호사는 캘리포니아의 노력은 새로운 매체에 대한 그릇된 대응이다. 이 법은 범죄 소설, 만화책, 영화, 음악 가사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겠다는 과거의 노력과 유사하다면서 법률 제정이 현실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비디오게임에 대한 산업의 자발적인 등급 시스템은 잘 작동되고 있고, 부모는 어린이가 특정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하도록 조절하고 있다면서 자체 등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별도의 규제가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 게임 규제 법안: 11개 주 찬성 VS 9개 주 반대

 

지난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은 폭력적인 비디오게임과 청소년들에 대한 육체적, 심리적 피해에 대한 직접적인 연결 관계가 부족하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축이나 침해가 우려된다며 게임 규제 법안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2년 뒤인 2009년 고등법원에서도 지방법원의 판결을 지지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지만, 게임 규제 법안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이르면 2011년 10월경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1개의 주가 캘리포니아의 게임 규제 법안을 지지했고, 9개의 주가 EMA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게임 규제 법안 홍보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