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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테란의 황제, 명탐정 저그 만나 0:4 완패

임재덕, 임요환 4:0으로 꺾고 GSL 시즌2 결승 진출

안정빈(한낮) 2010-11-05 19:47:04

테란의 황제가 무너졌다. 예상하지 못한 0:4의 완패였다.

 

임재덕(저그)이 5일 소니 에릭슨 ‘글로벌 스타크래프트 2 리그(GSL)’ 시즌2 4강에서 임요환(테란)을 세트 스코어 4: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임재덕은 ‘명탐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임요환의 거의 모든 전략을 간파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황제의 전략과 컨트롤도 저그의 정찰과 압도적인 병력 앞에서는 무력했다.

 

 

1세트(델타사분면) 임요환은 경기 초반 병영과 보급고를 자신의 입구 앞에 지으며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임재덕은 번식지도 짓지 않고 빠른 바퀴 생산에 이어 맹독충 둥지를 건설하며 초반부터 화력에 집중했다.

 

꾸준히 바퀴를 생산한 임재덕은 맹독충이 완성되자 모든 병력을 이끌고 임요환의 본진을 공격했다. 고급유닛 생산을 포기한 올인 전략이었다. 임요환은 4개의 병영에서 불곰과 해병을 뽑으며 대응했으나 언덕 아래에 방어선을 펼친 것이 화근이었다. 방어가 뚫린 임요환의 GG.

 

 

 

2세트(금속도시) 초반 위치를 파악한 임재덕은 앞마당 부화장부터 건설했다. 임요환은 빨리 기술실을 짓고 사신을 생산, 상대방의 일꾼을 견제하며 앞마당에 사령부를 건설했다. 임재덕은 사신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담하게 두 번째 멀티를 시작했다.

 

임재덕은 3개의 부화장에서 생산한 저글링을 모두 맹독충으로 만들면서 대규모 공격을 시작했으나 임요환은 미리 다수의 빈 벙커를 지어 놓으며 막아 냈다.

 

이후 임요환은 지옥불 조기점화기를 업그레이드한 화염차 4기와 밴시로 임재덕의 멀티를 견제했다. 임요환의 화염차는 임재덕의 본진과 확장을 오가며 약 20기 이상의 일벌레를 태웠다. 그대로 한 방 병력을 끌고 진격했으면 경기를 끝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임요환은 임재덕의 반격을 우려해 섣불리 공격에 나서지 못했고 상황이 엇갈렸다. 확장에서 앞선 임재덕은 빠르게 대규모 병력을 갖췄고 이후 임요환의 병력진출을 막아내며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갔다. 임재덕의 물량을 견뎌 내지 못한 임요환의 두 번째 GG.

 

 

 

3세트(고철처리장) 임요환은 필살기로 상대방의 앞마당 확장 앞에 병영 2개를 몰래 건설했다. 병영이 완성되자 임요환은 병영을 언덕 위로 올리며 벙커 건설과 함께 기습을 시도했다.

 

하지만 임요환이 입구에 병영을 짓고 있지 않은 것을 수상하게 여긴 임재덕은 정찰용 일벌레로 첫 해병을 막았고, 저글링을 추가해 임요환의 나머지 기습병력을 완벽히 막아냈다. 남은 저글링은 임요환의 본진을 향했다.

 

임요환은 본진에 병영 3개를 추가해 입구를 막으며 방어를 시도했지만 결국 병영을 뚫고 본진에 난입한 저글링에 큰 피해를 입었다. 이후 임요환이 마지막으로 시도한 해병 러시도 임재덕의 저글링에 막히며 GG. 임재덕이 3:0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4세트(폭염사막) 임요환은 몰래 병영을 시도했지만 임재덕은 정찰로 이를 찾아냈다. 임요환은 정찰에 아랑곳하지 않고 벙커링을 시도했지만 이미 수를 읽은 임재덕에게 통하지 않았다. 임요환은 이후 10여 기의 해병으로 기습을 시도했으나 일벌레와 여왕에 막혀 피해를 주지 못했다.

 

임재덕은 저글링으로 임요환의 본진 뒷길에 있는 바위를 부수기 시작했다. 임요환은 해병으로 이를 판단했지만 이미 바위는 거의 파괴된 상황. 저글링으로 임요환의 본진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임재덕은 이후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임요환은 두 차례 모든 병력을 이끌고 임재덕의 본진 공격을 시도했지만 임재덕의 방어선을 뚫지 못했다. 임재덕은 이를 완벽히 예측, 임요환의 공성전차가 자리를 잡기 직전 공격하며 결국 결승행 티겟을 거머쥐었다.

 

 

 

임요환과의 4강전을 포함해 GSL 오픈 시즌2의 모든 경기를 전승으로 이긴 임재덕은 13일 오후 6시 장충체육관에서 이정훈(테란)을 상대로 우승 도전에 나선다.

 

한편, 이정훈은 평소 임요환을 존경해 ‘Boxer’라는 아이디를 사용 중인 선수로 Fake Boxer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정훈이 결승에서 임요환(SlayerSboxer)의 복수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래는 임재덕 선수의 경기 후 일문일답이다.

 


결승에 진출한 소감은? 테란의 황제를 이겨서 기쁘다. 4:0으로 이길 줄은 몰랐는데, 1세트를 잡으면서 가능했던 것 같다.

 

 

오늘 임요환 전략에 대한 대처가 좋았다. 준비를 많이 한 것은 아니다. 대신 임요환 선수의 특이한 빌드를 대비해서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위기의 순간은 없었나? 2세트가 조금 위험했다. 화염차에 일벌레가 다 잡혀서 위험했다. 다행히 이긴 것 같다.

 

 

임요환 선수에게 기회가 많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아니다. 일벌레 펌핑을 잘 해 둬서 어떻게 들어왔어도 다 막을 수 있었다.

 

 

1세트에 올인 빌드를 쓴 이유가 있나? 원래 6 산란못을 시도하려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올인 빌드를 사용했다. 운이 좋았다.

 

 

결승전은 어떻게 예상하나? 상대(이정훈)와 래더 경기에서 자주 만났는데 날카로운 선수다. 서로 준비를 잘하면 재미있는 경기가 나올 것 같다. 맵이 변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시즌1에 비해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 솔직히 시즌1 때는 내가 봐도 너무 못했다. 하지만 시즌2를 준비하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싶었다. 그래도 결승까지 갈 줄은 몰랐다. 패치 도움을 조금 받긴 했지만 크게 영향은 없는 것 같다. 저그와 테란은 50: 50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나 코치로 활동할 때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드디어 주목받게 됐다. 20대의 마지막에 기회를 잡아서 너무 좋고, 날 믿어준 가족과 여자친구에게 고맙다. 응원해 준 사람들에 힘입어 열심히 하겠다.

 

 

상대가 임요환이라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어제까지만 해도 떨리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싶어서 긴장이 많이 됐다. 1경기 때도 많이 떨렸는데 공격이 통하면서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임요환 선수를 떨어뜨려서 질타를 받을 것 같은데, 결승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그리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감독님, 너무 감사합니다. IM 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