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오늘,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의 한국 지사가 40년 전통의 대표 메뉴 ‘와퍼’를 14일부터 단종시킨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황한 소비자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버거킹은 “‘현재의 와퍼’는 단종되는 것이 맞다”고 새로운 안내를 내놓았다. 더 나아가 일부 소비자들의 매장 문의를 통해 실상은 '단종'이 아닌 '리뉴얼'을 의미하는 발표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버거킹 코리아의 '무리수 마케팅'을 향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사례와 달리 버거킹 본사는 임팩트 있는 마케팅 캠페인을 자주 전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이다. 지난 2006년에는 게임을 활용한 홍보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러한 ‘애드버게이밍’ 관행은 생각보다 드물지 않지만, 버거킹의 경우 가격대비 완성도가 높은 게임 3종을 동시에 출시하면서 캠페인을 차별화했던 바 있다. 화제를 모았던 이른바 ‘버거킹 게임’에 대해 알아보자.
‘버거킹 게임’은 MS와 버거킹 양사 임원이 ‘Xbox 전용 버거킹 게임’ 제작을 논의한 것을 계기로 탄생했다. 최초 계획 구상 이후 Xbox와 면식이 있던 영국 게임사 ‘블리츠 게임즈’가 협업에 동참하면서 실제 개발이 이뤄질 수 있었다.
블리츠 게임즈는 이전까지 <치킨 런>, <더 머미 리턴즈>, <릴로 & 스티치: 트러블 인 파라다이스> 등 유명 IP 각색 게임을 다수 제작했던 기업이다. 이후 2013년 폐업할 때까지도 <네모바지 스펀지밥> 등 유명 IP 기반 게임을 여럿 발매했다. 버거킹은 이들의 게임 중 하나인 파티 게임 <퓨지온 프렌지>를 알고 있었고, 이를 근거로 개발을 맡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버거킹 게임 3종은 Xbox 360의 디지털 상점 ‘Xbox 라이브 아케이드’에 입점할 소규모 다운로드 전용 게임으로 기획됐다. 그러나 버거킹 측은 이전 기종인 Xbox에서도 게임이 플레이되길 바랐고, 그 결과 물리 패키지 발매가 최종 결정됐다.
패키지로 만들어진 버거킹 게임들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매장의 판촉 행사에 활용됐다. 매장에서 모든 종류의 세트 메뉴(value meal)를 구매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만 1카피당 3.99달러에 판매되었다.
<포켓바이크 레이서>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일종의 레이싱 게임이다. ‘포켓 바이크’혹은 ‘미니 바이크’라고 불리는 소형 바이크를 탑승하는 실제 레이싱 경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바이크와 드라이버를 모두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으며, 버거킹 주차장, 공사장 등 다섯 개 트랙과 다섯 가지 게임 모드를 제공한다. 싱글 플레이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며, 도전과제 점수를 모아 더 좋은 바이크를 해금하는 것이 주된 콘텐츠다.
경기 방식은 <마리오 카트>로 대표되는 아이템 활용형 카트 레이싱으로 진행된다. 다만 트랙에 놓인 아이템(무기)을 획득해 발사하는 <마리오 카트>와 달리, <포켓바이크 레이서>는 주행에 따라 파워 게이지가 쌓이고, 이 게이지가 높을수록 더 많은 아이템을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했다.
파워 게이지는 원한다면 속도 부스트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 배분이 필요하다. <포켓바이크 레이서>는 이렇듯 익숙한 ‘카트 레이싱’ 장르에 나름의 독자적 시스템과 함께, 버거 옷을 입고 달리는 등의 유머 요소를 넣으면서 호평받았다.
<스닉 킹>은 버거킹의 마스코트인 ‘킹’이 되어 4종류의 버거킹 메뉴를 배고픈 사람들에게 몰래 전달하는 내용의 잠입 액션 게임이다. 총 4개 맵에 걸쳐서 미션을 수행해야 하며, 각 맵에서는 다시 20개의 도전과제가 주어진다.
게임은 ‘프리플레이’ 모드와 ‘챌린지 모드’를 번갈아가며 플레이하게 된다. 프리플레이 모드란 챌린지를 수행하고 있지 않을 때 자동 적용되는 모드로, 이때 플레이어는 NPC의 시야를 피해 해금된 도전과제를 향해 움직이면 된다.
챌린지 모드는 본격적으로 도전과제를 수행하는 게임플레이를 말한다. 임무는 간단하다 배고픈 NPC를 찾아 햄버거를 전달하면 된다. 배고픈 NPC의 머리 위에는 말풍선이 표시되기 때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NPC가 다가오는 ‘킹’의 모습을 먼저 발견할 경우 식욕을 잃기 때문에, 유저는 들키지 않고 NPC에게 접근해야만 한다.
개발진에 따르면 <스닉 킹>의 NPC들은 <메탈기어 솔리드> 등 일반적 잠입 액션 게임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주인공을 식별했다. 정면의 삼각 원뿔형 시야 범위 이내에 주인공 캐릭터가 들어오거나, 주인공이 큰 소음을 발생시키면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주인공은 간이 화장실에 숨는 등 몇 가지 방법으로 NPC의 탐색을 회피할 수 있었다.
게임은 제한된 맵 개수 및 상호작용 요소들로 인해 당시 비평가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낮은 점수를 준 리뷰어들 역시 일반적인 잠입 액션 게임의 ‘암살’ 플레이를 비튼 유머 감각, 가격 대비 높은 그래픽과 완성도 등을 들어 게임을 추천하기도 했다.
세 번째 게임 <빅 범핑>은 현실의 범퍼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레이싱 액션 게임이다. 톱날이나 구덩이 등 장애물이 설치된 5종의 경기장을 배경으로 범퍼카를 몰아 게임 모드마다 주어지는 목표를 더 잘 수행하는 팀이 이긴다.
다섯 종류의 게임 모드는 그 목적이 서로 크게 다르다. 적들을 경기장 밖으로 몰아내거나 구덩이로 빠뜨려 탈락시키고 살아남는 배틀로얄 모드에서부터, 맵 곳곳에 나타나는 파워를 모아 제한 시간 내 저장소에 더 많이 저장하면 이기는 경기, 하키 퍽을 소유한 채 오래 버티는 경기, 시한폭탄을 서로에게 넘기면서 폭발 순간을 피하는 경기 등이 존재한다.
파티게임을 제작한 적 있는 개발사의 경력을 반영하듯, 각각의 게임 모드는 익숙한 룰과 부족함 없는 완성도로 호평받았다. 특히 멀티플레이로 즐겼을 때 재미가 크게 배가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경기장 종류에 따라 플레이 가능한 게임모드의 가짓수가 제한된다는 사실이 단점으로 꼽혔다. 가능한 경기장과 게임모드의 조합 수가 총 10가지에 불과했으며, 이런 게임 볼륨이 앞선 두 개 게임에 비해 다소 작은 편이어서 비교적 평가를 나쁘게 받아야 했다.
‘버거킹 게임’ 3종을 이용한 게임 마케팅은 개발사와 버거킹 양쪽에 수혜를 입힌 성공적 협업으로 평가된다.
우선 고객들에게도 나름의 만족을 줬다는 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게임에는 불과 7개월 정도의 개발기간이 주어졌으며, 이에 따라 분량 및 퀄리티 측면의 비판거리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으로 짧고 엉성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게임을 호평한 유저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버거킹 게임 3종은 2006년에 장당 3.99달러, 이듬해인 2007년 2월부터는 0.99달러로 판매되었는데, 가격 할인 이전인 2007년 1월 시점에 이미 320만 장(3종 통합)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버거킹은 발표했다.
이 성공을 통해 개발사 블리츠 게임즈는 블리츠 아케이드 팀의 차기작 개발에서도 많은 재정적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 나아가 버거킹 게임들을 개발하면서 기술적인 발전을 이루기도 했다고 전했다.
버거킹 역시 게임에서 긍정적 홍보 효과를 누렸다. 게임 출시 직후 분기에서 버거킹은 전년 대비 40%에 달하는 매출 신장 효과를 누렸는데, 여기에는 게임 3종의 기여가 있었다고 당시 버거킹은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