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듯 말듯,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이 딱 그 모양새다. 기존 게임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적용은 안 됐던 요소들이 많다. <블레이드앤소울>이 구현한 시스템을 파고들수록 궁금증이 더 커진다. 그렇다면 이를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
두말할 것도 없이 <블레이드앤소울>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엔씨소프트에서 <블레이드앤소울>을 만드는 ‘팀 블러드러스트(Bloodlust)’ 배재현 전무, 김형태 아트디렉터, 황성진 디자인 팀장, 이범준 레벨디자인 팀장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영상] 싱글+파티+레이드! <블레이드앤소울> 20분 시연 영상
왼쪽부터 황성진 디자인 팀장, 김형태 아트디렉터, 배재현 전무, 이범준 레벨디자인 팀장.
게임 시스템이 공개되면서 자동사냥과 반복플레이에 대한 우려가 많다.
배재현: 자동사냥과 반복플레이는 하나의 세트로 볼 수 있다. 즉 재미 없이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을 찾고, 그러다 보니 자동사냥을 찾게 된다. 단언하건데, <블레이드앤소울>은 콘텐츠가 없거나 고리가 끊어져서 재미를 못 느끼는, 또 반복플레이의 효율을 추구하는 게임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스토리 중심의 게임인데, 어느 정도의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나?
배재현(오른쪽 사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사내 테스트 플레이를 진행하면서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스토리는 처음부터 계속 연결된다.
지스타 버전에서 시작하는 큰 이야기가 있고, 서버별 시나리오와 대륙별 이야기가 따로 준비돼 있다. 처음에 겪는 시작 시나리오는 끝까지 간다. 나중에 지금 체험하는 작은 원한이 큰 세계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블레이드앤소울>은 정면을 바라보는 위치의 타겟을 잡는 오토 타겟팅이다.
황성진: 전략과 액션을 모두 노린 시스템이다. 기존 게임과 차별화한 부분에서 이 질문이 시작됐다. 정확한 타겟팅을 하려면 움직여라. 그리고 이를 유지할 수 있는가를 유저마다 차별화된 전술로 이어 가고자 한다. 전투에서는 몬스터의 반응을 보고 플레이할 것을 원한다. 이를 위한 최적화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있다.
배재현: 오토 타겟팅이 편하거나 조작이 덜 한다는 의미가 생길 수도 있는데, 파티플레이를 보면 알겠지만 결코 쉽지 않다. 다수의 몬스터가 나왔을 때, 때리고 싶은 몬스터가 있을 때 앞에 방해물이 있다면 움직여야 한다.
예를 들어 넉백시키거나, 다운시키거나 해서 전진해야 한다. 거꾸로 말해서 이런 조작을 할 의지가 있는 사람은 싱글플레이 기반의 게임처럼 다양한 고난이도 조작을 펼칠 수 있다. 때문에 다(多)대 다(多) PvP에서는 기존 게임과 다르다.
일점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힐러나 탱커를 일점사하려고 해도 상대가 진형을 만들면 타겟팅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진형과 조작 그리고 캐릭터의 이동이 중요하다.
파티플레이에서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황성진(오른쪽 사진): 기본적으로 캐릭터마다 주어진 고정 역할은 없다. 물론 직업에 따라 각자 역할을 맡을 수는 있다.
힐러의 경우는 기존 MMORPG에서는 육성할 때 힐을 하지 않지만, 파티플레이에서는 힐을 강요한다. 이를 재미로 느끼면 다행이지만 압박으로 느끼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블레이드앤소울>도 특정 클래스에서 레벨을 올리면 힐이 가능해지는 직업이 있다. 그러나 대미지 딜링을 하는 클래스도 힐을 할 수 있다.
각자 주어진, 혹은 상황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배재현: 탈진 시스템(운기조식)은 필드에서 허들을 벗어나기 위해 준비했다. 파티 플레이에서 죽으면 전투에서 제외되거나 부활해도 어그로를 끌 수밖에 없다.
<블레이드앤소울>에서는 탈진 시스템을 통해 쓰러졌을 때 안전 범위로 빠져나가서 부활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기존의 탱커, 딜러, 힐러의 개념을 없애려 했다. 사실 없어지지 않고 다른 형태가 됐다고 이해하면 된다.
운기조식이 있기 때문에 죽음이 없는 것인가? 또 권사의 꺾기 등은 비(非) 인간형 몬스터에게도 통하나?
황성진: 죽음이라는 부분은 시스템으로 설명하고 싶다. 운기조식은 게임을 중단하는 것을 막고 상호작용을 유지하려고 적용한 것이다. 관절기 같은 경우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다. 예를 들어 슬라임의 경우 관절기는 안 된다고 보면 될 듯하다.
컨트롤이 강조되고 스토리 텔링이 좋은데, 언젠가 스토리의 엔딩이 있어야 한다. 그럼 최종 콘텐츠는 무엇이라고 봐야 하나?
배재현: 예상한 질문이다. 일단 공성전은 없다(웃음). <리니지>를 개발했을 당시에는 공성전이 필요했던 이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필요한지 의문이다. 지금 공성전을 구현한 게임은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한 게임은 하나도 없다고 본다. 최종 콘텐츠는 분명히 만들 것이다. RPG이기 때문에 성장과 육성에 관련해 준비하고 있다.
경공은 빠르게 달리고 높이 뛰는 것이 전부인가?
황성진: 지스타 버전에서 체험하는 경공은 질주와 질주점프, 높은 곳에서 자유 낙하하는 활강이 있다. 일단 모든 경공의 출발은 질주라고 생각했다.
이런 부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 싶다. 그 외에 동영상에서 볼 수 있었던 거대한 시스템이 되어 간다는 것은 직접 보면 알 것이다. 예를 들어 고수는 돌아가지 않고 뛰어넘어갈 수 있다. 경공에서 중요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블레이드앤소울>은 콘트롤을 강조하는데 아이템과 콘트롤의 비중을 따지자면?
황성진: 내부에서 테스트하면서 굉장히 중요하게 보는 것이 아이템과 컨트롤의 비중이다. 컨트롤이 부족한 유저는 육성으로 만회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아이템이든 혹은 다른 무엇이든 콘트롤을 보조해 줘야 한다.
고수는 보조가 아닌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조작은 유저가 연습, 즉 수련하면 될 듯하다. 콘트롤의 경우 공중 콤보나 관절기는 리얼리티에 충실하다. 예를 들어 상대를 공중에 띄우면 잡아챌 수 있고 쓰러졌다면 밟거나 마운트할 수 있다. 심지어 아군이 상대에게 잡히면 붕권 등을 사용해 적을 날려 버리고 구할 수도 있다.
전투조작이 쉽다는 것에서 라이트 유저를 포섭하기 위함인가? 또 동양적 세계관을 반영하는 요소를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황성진: 특정 직업의 난이도가 쉽다는 것은 의사결정이 중요하고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낮은 긴장감의 쉬운 플레이, 즉 쉬운 콤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형태 아트디력터가 시연에서 반격을 계속 시도했는데 성공하기도 했고, 실패하기도 했다. 실패해도 우울할 필요가 없다. 다르게 쉬운 선택을 해도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범준(오른쪽 사진): 동양적인 세계관을 담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김형태 AD의 캐릭터와 배경, 무기 같은 아이템, 게임 내 용어와 디자인 등 전반적으로 두루 고려했다. 배재현 전무가 말한 스토리도 기본 플롯이 자신의 원수를 갚는 여정이다.
이런 부분이 무협의 기본 플롯이다. 무협의 테마를 통해 색채와 분위기를 만드는데, 몬스터도 집단이나 문파를 이루는 인간형이다. 설정에서 이를 반영해 퀘스트와 시나리오 전반에 걸쳐서 익숙한 세계관을 차용했다.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신화 등의 이야기는 피하고 싶다.
MMORPG이다 보니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배재현: 문파 시스템은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하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 이런 인간관계를 지원하는 시스템은 존재한다. 하지만 지향점은 일단 조직도 조직이지만 내가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시스템 뿐만 아니라 스토리와도 관계가 있다.
스토리와 설정은 기존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체험하면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즉 신화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라면 실제로는 신화와 자신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영웅이 되라고 하지만 이야기와 관계없는 오크와 멧돼지를 잡을 뿐이다. <블레이드앤소울>은 나 자신의 이야기이고 앞으로 경험하게 될 이야기로 구성된다.
결국 아이템 게임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배재현: 아이템은 근본적으로 체계를 바꾸고 싶다. 무협, 동양 판타지에서는 ‘갑옷을 입지 않는다’에서 시작했다. 무협을 표방하는 많은 게임이 아이템 시스템은 서양 판타지를 답습하고 있다. 이런 점을 피하고 싶었다. 옷은 스탯이 아닌 명예나 일종의 업적으로 풀고 싶다.
던전 플레이에서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나?
배재현: 탱커/딜러/힐러 등의 구분은 중요하지만 모든 악의 근본이기도 하다. 이를 따르고 인던 플레이를 하면 새로운 시도에 걸림돌이 된다. 만약 탱커가 몬스터를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하는데, 딜러의 스킬에 넉백이 있다면?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부분도 문제가 된다.
어그로 관리도 그렇고 버프와 딜러의 구상을 하면 새로운 게임을 만들 이유가 없다. 이미 <에버퀘스트>부터 다른 게임에서도 다 시도했고 구현했다. 캐주얼하게 만든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것이 좋다면 해당 게임을 하면 된다. 오히려 신규 게임보다 기존 게임이 시스템 완성도가 높다. 탱/딜/힐이라는 개념을 부수는 것부터 개발 콘셉트를 구상했다.
엔씨소프트 게임이다 보니 아이템 강화 등의 인챈드 시스템이 존재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유저도 많다.
황성진: 아이템 강화는 넣어야 하나, 빼야 하나 내부에서는 농담조로 이야기하는데,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서 적용할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극악의 성공확률이나 현금거래를 유도하는 시스템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특정 인체비례를 강조하는 김형태 아트디렉터의 기존 화풍이 실제 게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김형태(오른쪽 사진): 내 그림은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기본 적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허들을 낮추고자 대중적인 스타일을 추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게임을 즐기다 보면 지금보다 내 스타일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스타 체험버전에서 보패라는 시스템을 볼 수 있었다. 어떤 것인가?
황성진: 보패는 <블레이드앤소울>만의 아이템 방식이다. 팔괘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시스템의 일부분이다. 거의 모든 아이디어를 배재현 전무가 냈다. 기존 아이템을 장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우리만의 특징이 있다. 지금은 테스트 중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힘들다.
PvP를 위한 투기장 등의 시스템도 나오나?
배재현: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고, 또 핵심 시스템이기도 하다. 눈치는 챘겠지만 <블레이드앤소울>의 전투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콘솔용 대전격투 게임의 요소가 많다. 기본적으로 막고 반격, 타격, 잡기의 물고 물리는 관계다.
또 버프와 디버프를 개념을 없애고 싶었다. 이동속도 다운, 방어 다운 등은 물론 체력 강화 등의 버프도 없애고 싶었다. 대신 리얼리티를 살려서 쓰러지고, 넘어지고, 그로기 등으로 시너지 효과를 주고자 했다. 그래서 스킬의 위력이 굉장히 강력하다. 심지어 아이템을 새로 얻는 것보다 새로운 스킬을 익히고 강화하는 것이 더 강력할 정도다.
예를 들어 반격에 성공하면 상대가 스턴 상태에 빠지는데, 이후 스킬을 배우면 반격이 캐스팅이 아닌 즉시 시전으로 바뀐다. 그로기 스킬의 경우 다음 단계에서 상대를 공중으로 띄우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넘어간다.
즉 PvP의 깊이가 점점 깊어진다. 개발팀에서 PvP를 해 보면 프레임 판정이 일어나게 되는데, <블레이드앤소울>도 3분의 1초를 가리는 대전격투 게임의 느낌이 있다. 다만 상단·중단·하단과 프레임 단위 판정은 없다. 조작과 컨트롤에 심리전도 중요해진다.
만들면 만들수록 심화 콘텐츠가 나오기 때문에 투기장 등의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본다. 입문은 쉽지만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R(기본 액션키)만 눌러도 상대를 잡을 수 있다. 연속기는 효율적인 측면으로 본다. 즉 조작의 재미는 얼마나 효율을 따지는가 여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