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 사이 레딧과 스팀 커뮤니티 등에서는 "베트남에서 스팀 접속이 차단됐다"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스팀 앱, 브라우저 등 모든 접근이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저마다 겪고 있는 현장이 조금씩 다르다.
본지 취재를 통해서도 베트남에서 스팀이 차단된 사례를 확인했다. 스팀 클라이언트는 막혔지만, 기존에 설치된 게임 실행은 막히지 않은 유저도 일부 있었다. 반대로 스팀 접속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제보 또한 접수됐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서 어떠한 예고나 발표가 없는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에 진상을 파악하기는 더 어려운 상황이다.
스팀을 차단을 당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이 공존하고 있지만, 현재 베트남 당국이나 현지 통신사, 밸브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에선 베트남 내 스팀 차단을 둘러싼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본지가 접촉한 교민사회에서도 베트남 내 스팀 차단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 등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베트남 정부' 차원의 정치적 금지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
일단, 베트남 자국 퍼블리셔와 게임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베트남 매체 '베트남넷'에 언급된 바에 의하면 "스팀은 폭력 게임, 성인 게임 등을 허락 없이 베트남에 자유롭게 출시"하고 있다. 이는 곧 "베트남 국내 게임사들에게 불공평한 처사"라는 것이다. 스팀이 베트남 법을 준수하지 않은 채로 영업하는 행태를 지적을 하는 것이다. 비슷한 지적은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관련해 글로벌 스팀과 분리 운영되고 있는 '스팀 차이나'의 예시를 드는 경우도 있다. 중국 내 게임 서비스를 위해 판호 발급이 필요한 시스템, 문화적 차이로 인한 검열 탓에 글로벌 게임이 중국의 문을 넘기 어려웠고, 이에 플랫폼의 경계까지 나눠졌던 사례다. 베트남 또한 게임 검열이 심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스팀의 베트남 차단 또한 장기적으로 '스팀 베트남'과 같은 경계를 만드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자료에 의하면, 베트남 게임산업 매출액은 2016년 6조 9,516억 동(약 3,700억 원)에서 2021년 14조 5,000억 동(약 7,800억 원)으로 상승했다. 베트남의 게임 이용자는 1,500만 명이며, 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게임 플랫폼은 스팀이다. 베트남의 게임 시장은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며 수년간 '신흥시장'으로 분류되어 왔다. 지난 2022년에는 총 263개의 베트남 게임이 스팀에 나왔다.
그러나 세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베트남의 스팀 점유율은 그리 높지 않다. 스팀에 출시된 게임 중 베트남어를 사용하는 유저의 비율은 0.1%에 불과하다. 언어 사용자가 해당 국가의 이용자 비율을 고스란히 대변하지는 않지만, 베트남 단일 시장을 위해 '스팀 차이나' 급 '특별대우'를 해주기에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반론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비단 베트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진단이 나온다. 국가마다 디지털 플랫폼과 서비스를 대하는 방식이 개방형에서 폐쇄형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하원에서는 이른바 '틱톡 차단법'이 통과됐다. 프랑스에서는 아동의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하자는 논의가 오가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메신저 '라인'의 운영 주체가 바뀔 처지에 놓여있다. 이러한 자국보호주의의 흐름에서 베트남의 스팀 차단 시도를 읽어야 한다는 해석이다.
다소 갑작스러운 스팀 차단에 베트남 게이머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김재석 기자
스팀 포럼에 올라온 "베트남에서 스팀 접속이 차단됐다"는 게시글. 148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레딧에 올라온 "베트남에서 스팀이 막혔다"는 게시글. 869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