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로 이식된 플레이스테이션(PS) 독점 타이틀 중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가장 많은 스팀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했다. 스팀DB에 따르면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77,154명으로, 기존 <갓 오브 워>가 세웠던 73,529명을 뛰어넘었다.
유저 평가 또한 호의적이다. 출시 4일만인 지난 5월 21일 기준,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10,034개 평가와 함께 '매우 긍정적'을 기록 중이다. 긍정 평가의 비율은 88%에 달한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PSN 연동을 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헬다이버 2>의 논란과는 사뭇 다른 형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PSN 연동 '논란'은 일단 잦아든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소니의 PSN 연동 정책은 이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 "1달 내로 계정 연동하세요" PSN 논란 일으킨 <헬다이버즈 2>
PSN으로 인한 논란은 5월 3일 촉발됐다. 소니가 <헬다이버즈 2>를 플레이하기 위해선 스팀 계정과 PSN 계정을 연동해야 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헬다이버즈 2> 출시 이후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공지에 따르면 5월 6일부터 스팀의 신규 <헬다이버즈 2> 유저는 PSN 계정을 연동해야 하며, 기존 유저는 6월 4일까지 연동을 완료해야 했다. 기존 유저에게 1달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게임 출시 이후에 계정 연동을 의무화한 배경에 대해서 많은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소니는 "<헬다이버즈 2> 출시 당시 기술적 문제로 스팀 계정과 PSN 계정을 연동하지 않는 방식을 일시적으로 허용했다"고 설명했다. 유저의 선택권을 고려하지 않은 이런 소니의 해명에 스팀 유저들은 크게 반발했다.
결과는 이제 누구나 알고 있듯, 공지 게시 당일 하루 동안 36,989건에 달하는 부정 평가가 새로 게시됐다. 4일에는 71,252개, 5일에는 94,592개의 부정 평가가 추가됐다. 3일 동안 총 20만 개가 넘는 부정 평가 '러쉬'가 진행됐다.
<헬다이버즈 2> 스팀 유저 평가 추이
일부 유저들은 소니가 PSN을 서비스하지 않는 국가에 거주한다는 것을 근거로 스팀에 환불을 요청했다. PSN은 73개 국가에서만 지원되기 때문이다. 환불 기준인 2시간의 플레이 타임을 초과한 유저에 대해서도 스팀이 환불을 승인한 사례가 공유되기도 했다.
유저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결국 소니는 논란이 점화 된지 3일만에 <헬다이버즈 2>의 PSN 연동 업데이트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소니는 공지를 통해 "PC 유저 여러분께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방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소중한 피드백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 PSN 연동 정책 적용됐지만 큰 논란 없이 지나간 <고스트 오브 쓰시마>, 차이는?
아마 소니가 간과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 실제로 스팀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타 플랫폼의 계정 연동을 요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EA와 유비소프트 등 스팀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더라도 자사의 서드 파티 계정을 연동해야 하는 경우는 있었다.
다만 <헬다이버즈 2>의 경우 갑작스럽게 계정 연동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었던 것으로 보인다. <헬다이버즈 2>는 스팀을 통해 PSN이 서비스되지 않는 국가에도 판매가 이뤄졌으며, 개인 정보를 기업에 제공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여기는 이들 또한 이미 게임을 구매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경우 출시를 4일 앞둔 시점이었던 13일에 178개 국가에 구매를 제한했다. 구매 제한 지역에서 이미 게임을 결제한 경우에는 환불이 진행됐다. <헬다이버즈 2>는 PSN 계정 연동 정책을 철회했으나, <고스트 오브 쓰시마> PC 버전에서는 사전에 문제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 구매가 차단된 국가 목록 일부 (출처: 스팀DB)
또한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경우, 멀티 플레이 콘텐츠인 <고스트 오브 쓰시마: 레전드>를 플레이하려는 경우만 PSN 계정을 연동하도록 했다. 주요 콘텐츠로 여겨지는 싱글 플레이만 하려는 유저는 계정을 연동하지 않아도 엔딩까지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PSN 연동 관련 논란이 크게 불거지지 않은 채 흥행에 성공했다. 유저들에게 선택지를 제시한 덕이다. 계정 연동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유저는 게임을 구매하지 않았고, 게임 자체는 PS에서도 호평 받았던 타이틀인 만큼 구매한 유저들 사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헬다이버 2>와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장르나 게임 플레이 방식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소니의 대처 방식에 따라 유저들의 반응은 정 반대의 성향을 보였다. 즉 PSN 연동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유저들에게 무조건적인 반발을 불러온 건 아닐 수도 있다.
# 일단 잦아든 논란, 계정 연동 정책은 무난히 자리잡을 수 있을까?
PSN 서비스 국가 (출처: insider-gaming.com)
PSN 연동 정책으로 인해 잃게 되는 178개국의 매출과 현재 진출해 있는 주요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저울질한 결과 소니는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소니가 퍼블리싱한 게임 중 최초로 PS5와 PC 버전이 동시에 출시된 <헬다이버즈 2>에서는 PSN 연동 정책이 실패를 거두었으나, 논란 직후 출시된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이전과 같은 규모의 논란 없이 무난히 지나가는 모양새다.
스팀과 PSN 계정을 연동해서 소니가 얻는 이익은 자명하다. 자사가 진출해 있는 주요 국가의 스팀 유저를 잠재적인 PSN 유저로 포섭할 수 있으며, 플랫폼 간 전환을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 도입된 'PS 오버레이' 기능이 대표적이다. PS 오버레이를 이용하면 게임을 플레이하며 달성한 도전과제(트로피)를 양 플랫폼에서 공유한다. 협동 모드인 <고스트 오브 쓰시마: 레전드>에서는 PC와 PS 유저 간 음성 채팅도 가능하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 PC 버전에서 이용할 수 있는 'PS 오버레이' 기능
앞으로 출시되는 소니 타이틀의 PC 버전은 PSN 연동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소니 히로키 토토키 CEO는 지난 2월 진행된 실적 발표회에서 "강력한 퍼스트 파티 콘텐츠가 있다면 PS 뿐만 아니라 PC 같은 다른 플랫폼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다. 멀티 플랫폼을 통한 퍼스트 파티 성장은 영업이익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적극적으로 PC 버전을 출시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이 다음에 출시될 소니 타이틀에서도 PSN 연동 정책이 받아들여 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계정 연동을 하지 않고도 주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지만, <헬다이버즈 2>와 같은 멀티 플레이 기반의 게임은 이야기가 다르다. 경우에 따라 도화선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