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로 조작하는 게임, 정신집중으로 스키점프를 하는 게임을 해 보셨나요? 이런 실험적인 게임들은 아직까진 상용화가 되지 않았고, 뉴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것들인데요, 지스타 2010에서 이런 게임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대학교 부스들이죠.
대학 부스에 있는 게임들은 기업 부스의 게임들에 비해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새로운 시도가 있기도 하고, 의외로 작은 기업 수준의 게임을 만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사전 정보도 전혀 없어서 부스를 지날 때마다 카드를 한 장씩 뒤집는 느낌이랄까요? 저와 함께 카드 첫 장을 뒤집으러 가 보시죠. /디스이즈게임 쿠루
전주대학교 게임학과 “내년에는 더 큰 부스에서 다시 만나요.”
첫 번째로 들른 부스는 전주대학교 문화산업대학 게임학과였는데요, 따로 시연 중인 게임은 없었지만, 사람이 많아 호기심에 들여다봤습니다.
쿠루를 보고 놀란 전주대 학생.
부스 주위에서 구경하던 저를 전주대 학생이 발견하고 다가와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자연스럽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행사에 익숙한 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새로 생긴 학과라고 하네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주대 게임학과를 알리기 위해 지스타 2010에 참여했다는데요, 신생학과인 데 비해 부스에 사람이 많았던 건 전주대 학생들의 친절 덕분이지 않았나 싶네요. :)
이기적인 모자이크 처리.
혹시 목표로 삼고 있는 게임이 없냐고 묻자 맞은편에 자리 잡은 블리자드부스를 가리켰습니다. 그리고 말하길 “목표로 삼고 있는 건 저 부스죠”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는데요, 말하고 난 뒤에 쑥스러웠는지 수줍게 웃으며 진짜 목표는 ‘조금 더 커진 부스로 내년 지스타에 참가하는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수줍은 포즈로 마무리.
내년 지스타에도 참가할 예정이라는 전주대학교 게임학과. 지스타 2011 때는 학생의 바람대로 규모가 커진 부스에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호서대학교 게임공학과 “늙어서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대학 부스를 지나던 중 유난히 눈에 띄는 곳이 있었습니다. 콘트롤러도 없이 의자에 그냥 앉아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는데요, 호서대학교 게임공학과에서 만든 게임이었습니다.
어뮤즈먼트게임 부스에서 의자가 흔들리는 게임들은 많이 봤어도, 의자로 조작하는 게임은 정말 처음 봤는데요, 너무나 궁금해져서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호서대학교 노인학과와 함께 만든 게임이라는데요, 노인들이 즐길 수 있으면서도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뇌파를 이용해서 조종하는 스키점프 게임도 볼 수 있었는데요, 점프하기 전까지 게임에서 정해 주는 주제로 마음을 가지면 게임에서 반응하는 식입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 게임은 노인들의 치매 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노인을 위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는 호서대학교 게임공학과 김경식 학과장.
왜 이런 게임들을 만들었냐는 질문에 호서대학교 김경식 학과장은 “저도 언젠가 늙을 텐데, 그 때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세계적으로도 노인게임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고 산업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직까지는 게임이 노인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지만, 호서대가 가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이런 시도를 꾸준히 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청강문화대학교 컴퓨터게임학과 “청강이 좋은 이유? 작품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호서대학교 부스를 뒤로하고 조금 걷다 보니, 대학 부스임에도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들어가 봤는데요, 대학 부스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이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알고 보니 TIG 취재기사로도 소개됐던 <신 단군신화>였습니다.
<신 단군신화>는 8명의 학생들이 모여서 만든 액션 RPG라고 하는데요, 졸업작품으로 제출하려고 3월부터 기획서를 만들어서 개발하게 됐다고 합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게임들이 좋게 나온 편이라고 하는데요, 그 비결을 묻자 청강문화산업대학 컴퓨터게임과 강명주 교수는 “작년 경험을 바탕으로 열심히 했다. 실습실에 불이 꺼질 틈도 없이 스파르타식으로 개발하고 있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청강문화산업대학 컴퓨터게임과 강명주 교수·공학박사.
청강대에서는 학년마다 1년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요, 2학년이 되면 이미 1년짜리 프로젝트를 경험한 학생이 되는 거죠. 3학년이 만든 스마트폰 게임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말하는 그에게 청강대가 다른 대학에 비해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봤습니다.
“작품을 보면 알 거예요. 저희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것이 아니고,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물이죠. 앞으로도 지스타에 참여하고 노하우를 쌓아갈 것입니다”고 대답합니다. 노력한 만큼의 자신감이 보이는 것 같네요.
한국의 게임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인재들이 되기를!
장안대학교 학생들.
배재대학교 학생들.
모든 부스들을 다루지는 못 했지만, 올해 지스타의 대학 부스들은 예전에 비해 훨씬 활기를 띠고 있었습니다. 큰 부스에 둘러싸인 위치적 이점도 있었겠지만, 학생들의 노력으로 만든 게임들이 더욱 참신해지고 재미있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열정으로 게임을 만드는 학생들이 앞으로 게임회사에 들어간다면 더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하지 않을까요? 지금 졸업하는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나오는 게임이 나오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