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의 꽃은 누가 뭐래도 게임입니다. 하지만, 그 꽃을 피우기 위해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지스타 스태프입니다.
늘 바쁘게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 스태프는 일하는 장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는데요, 파란색, 주황색, 흰색 옷을 입고 종횡무진 일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주호 기자
■ “저랑 한 게임 하실래요?” 보드게임 전시관에서 만난 표지선(23)
보드게임 전시관에서 만난 표지선 양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관람객이 오면 게임 규칙을 알려주고, 함께 게임을 하고, 게임이 끝나면 뒷정리까지 하는 1인 3역의 업무를 맡고 있었거든요.
“게임을 같이 하고 나면 관람객들이 치우는 걸 도와줘서 생각보다 덜 힘들었어요. 다행이죠.”
표지선 양은 지스타 참가가 올해 처음인데요, 사실 게임도 <테트리스> 정도를 가끔 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번 스태프 활동을 계기로 지스타를 알게 되면서 내년엔 관람객으로 와보고 싶어졌다고 합니다.
PC·콘솔처럼 어려운 게임으로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쉬운 보드게임 전시관이 크게 갖춰져 있어서 인상적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내년에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더욱 많이 찾아오는 지스타가 됐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관람객 중에 한 분이 그러셨는데, 게임 박람회라고 하면 요즘엔 너무 어려운 게임들만 나와서 거부감이 있으셨대요. 하지만, 실제로 와 보니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 전시관이 있어서 반가웠다고 하시더라고요. 내년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더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으면 좋겠어요.”
■ “기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프레스룸의 고혜민(23), 강수지(21)
지스타에는 일반 관람객이 출입할 수 없는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벡스코 2층에 위치한 기자실인데요, 각종 매체의 기자들이 취재한 것을 기사로 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이죠. 기자실에도 스태프 두 명이 기자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맡은 일은 짐이 많은 기자의 귀중품을 보관하거나, 각종 문의와 불편사항을 정리해서 주최측에 보고하는 것인데요, 실제로 기자실에 간혹 인터넷이 마비될 때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녀들이었습니다.
“기자들이 와서 불편한 점을 얘기하면 저희는 그걸 정리해서 위에 보고해요. 그러면 바로 해결되는 편이죠.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바로 하는 편이고요. 귀중품 보관은 확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일반 관람객은 들어올 수 없는 기자실이기 때문에 그녀들도 이번 기회에 기자들의 일상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됐다고 합니다. 강수지 양은 “뉴질랜드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데요, 외국인 기자들이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영어를 못했다면 큰일이었겠다 싶었어요. 지스타가 생각보다 국제적인 행사라는 걸 알게 됐어요.”
고혜민 양은 “저는 기자들이 잠깐 들러서 대충 보고 기사 쓰는 걸로 생각했는데요, 어떤 분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자리에서 계속 앉아서 기사를 쓰더라고요. 요즘 인터넷에선 아무나 기자 한다고 불평이 많은데요, 실제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 “통역은 저희에게~” B2B관의 인터프리터(interpreter) 장아준(21), 임진실(21)
비즈니스 전용 B2B관에는 한국업체 뿐만 아니라 외국업체까지 200여 개의 업체들이 모여 비즈니스 상담을 벌였습니다.
올해는 1억9,000만 달러(약 2,180억 원) 이상의 계약이 성사돼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요, 이런 실적 뒤에는 남모르게 가교 역할을 한 인터프리터들이 있었습니다. 인터프리터는 우리말로는 통역사라고 하는데요, 올해는 B2B관 참가업체의 수에 맞춰 200여 명의 인터프리터가 동원됐습니다.
장아준, 임진실 양은 B2B관 중에서 한 업체에 소속돼 통역을 도와주는 일을 했는데요, 부산외대에 재학하는 그들에게 이번 경험은 실제로 외국인과 비즈니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여서 만족스러웠다고 합니다.
“이번 지스타에서 프랑스의 한 업체를 맡아서 통역일을 도왔는데요, 계속하다 보니 그 업체의 직원이 된 것 같았어요. 어떤 게임이 나오는지도 알고, 그 게임이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도 전부 외우게 됐거든요. 일이 끝나면 회사에 취직시켜 달라고 농담처럼 얘기하고 있어요(웃음).”
그런데, 장아준 양에게는 이번 지스타에서 웃지 못할 사연이 있어서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습니다. “원래는 대만의 한 업체를 담당해서 거길 갔어요. 그런데 그 업체에서 자기들은 이미 통역할 인원이 충분하고 제가 들어가면 자리가 비좁으니 나가라고 하는 거예요. 첫날부터 쫓겨났죠. 그래서 원래 하는 일이 아닌 B2B관 입구 안내를 맡고 있어요.”
■ “여러분 통제에 따라 주세요” 출입구의 김소미(25)
지스타 2010은 역대 최다 관람객이 모여 성황을 이뤘습니다. 한때 입장권 판매를 중단했을 정도로 인파가 몰려 행사장 입구도 늘 사람이 많았습니다.
김소미 양은 입구에서 관람객을 통제하고 팔목의 입장권을 확인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토요일이 된 지스타 셋째 날부터는 실내 입구 중 한곳을 통제해서 사정이 좀 나아졌지만, 그전까진 실내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합니다.
“정말 부산 사람들은 다 온 것 같았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말 저까지 휩쓸릴 뻔했다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입장권을 확인이 힘들어요. 팔찌를 보여 달라고 일일이 말하기도 힘들고요. 그래서 많은 관람객들이 팔을 들고 입장해 주셨어요. 덕분에 일하기가 한결 쉬웠죠.”
“여러분, 입장권을 보여 주세요!”
■ 지스타를 위해 총 300여 명의 스태프 출동
이번 지스타 현장에는 3가지 색깔의 옷을 입은 스태프가 있었습니다. 먼저 흰색은 인터프리터로 통역을, 파란색과 주황색은 운영요원으로 적재적소에서 운영을 도왔습니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많은 관람객이 몰릴 것에 대비해 총 300여 명의 스태프가 동원됐다고 합니다.
특히 인터프리터는 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영어·독일어 실력을 갖춘 200여 명의 인원을 갖춰, 다양한 나라로 구성된 B2B관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스타 운영사인 ㈜엑스포럼 엄승환 과장은 “(스태프의) 절반 정도를 작년 참가자로 구성해 능숙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말에는 추가로 인원을 배치해서 많아질 관람객에 대비했습니다”며 운영에 자신감을 보였는데요, 실제로 지스타 기간 중에 특별한 안전사고는 없었습니다.
이젠 부산의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로 발돋움 한 지스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죠? 내년에도 그들의 파이팅을 기대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