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란의 황제’ 임요환이 GSL 오픈 시즌3 32강에 진출했다.
25일 임요환(테란)은 소니에릭슨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 오픈 시즌3 64강에서 김영일(테란)을 맞아 세트 스코어 2:0으로 승리하며 32강에 올랐다. 상대의 전략을 속속들이 읽는 ‘맵핵’에 가까운 수읽기 능력은 여전했다.
■ 1세트 전쟁초원, 앞마당 먹은 임요환
초반부터 임요환은 앞마당 확장을 시도했다. 김영일은 해병과 화염차로 임요환의 본진을 공격했지만, 임요환은 이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언덕 위에 미리 세워둔 해병으로 조금의 대미지도 받지 않은 채 화염차를 파괴했다.
초반 멀티의 차이는 컸다. 임요환은 우세한 병력과 특유의 콘트롤을 이용해 김영일의 병력을 꾸준히 줄여 나갔고, 이를 참지 못한 김영일은 앞마당 확장이 완성되기 전에 섣불리 공격에 나섰다가 큰 피해를 입었다. 기세에 밀린 김영일은 조급한 공격이 계속 실패했고, 임요환의 역공에 본진이 무너지며 GG를 선언했다.
■ 2세트 샤쿠라스 고원, 본진 맞바꾸기
두 선수 모두 초반 앞마당 멀티를 가져가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김영일은 의료선으로 화염차 드랍을 시도했지만, 임요환은 미리 본진 위쪽에 바이킹을 배치하는 기지를 발휘하며 의료선을 막았다. 아슬아슬 내린 화염차 역시 큰 피해를 주진 못했다. 이후 임요환은 은폐가 업그레이드된 밴시 2기로 김영일의 건설로봇 9기 이상을 처치했다.
하지만 김영일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이킹을 미끼로 임요환의 공성전차를 본진으로 불러들인 후, 자신은 공성전차와 해병으로 임요환의 멀티를 공격해 큰 피해를 줬다. 김영일은 임요환이 멀티를 막는 사이 임요환의 본진에 해병을 드랍하며 흔들기를 시도했다.
침착하게 공격을 막은 임요환은 김영일이 두 번째 공격에 나선 틈을 타 불곰과 공성전차를 앞세워 본진 맞바꾸기를 시도했다. 임요환의 병력에 생산이 막힌 김영일은 급히 병력을 불러들였지만,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다수의 건설로봇을 잃은 김영일의 GG.
32강에 오른 임요환은 12월 1일 최성훈(테란)과 16강 진출을 놓고 결전을 벌인다. 다음은 32강 진출에 성공한 임요환과의 경기 후 인터뷰다.
32강 진출 소감은? 시즌2엔 압박이 심했는데, 이번 시즌은 덜하다.
방송 경기가 테란전이 많아서 연습을 많이 안 했을 것 같다. 약한 저그전 위주로 연습했다. 테란 대 테란은 너무 많이 연습해서 이번엔 하루 정도만 연습했다.
저그전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동의한다. 한 종족에 약하다면 (한 번쯤) 그 종족에 의해 떨어진 후 연습해서 극복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빌드는 어떻게 준비하나? 연습하다 떠오를 때도 있고, 불현듯 느낌이 올 때가 있다. 이번 빌드는 상대가 생각을 많이 하게 유도하는 심리전 빌드였다.
32강도 테란전이다. 어떤 선수를 만나도 테란전이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같은 종족인데 밸런스 운운할 필요도 없고(웃음). 강한 선수라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 64강전을 압도적으로 이기고 32강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너무 많은걸 보여주고 테란전을 다시 해야 해서 조금은 불리한 느낌이다.
앞으로 장재호 선수를 만날 수도 있다. 지금 내 상황에서 최고의 상대인 것 같다. 저그전 방송 전적이 8전 8패다. 이슈화와 저그전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상대다. 래더 때는 저그 상대로 승률이 괜찮은데, 이상하게 경기에서는 진다.
주변의 관심이 조금 줄은 것 같다. 내가 정한 목표는 내가 채우면 끝이다. 하지만 팬들이 정해주는 목표는 끝이 없다. 팬들이 계속 내 목표를 정해 줬으면 좋겠다.
이번 시즌 목표는? 저그에 패배하지 않는 게 목표다. 그러다 보면 높은 곳에 가지 않을까?(웃음)
예선 인터뷰 때는 우승이 목표라고 하지 않았나? (지스타) 올스타전을 치르고 느꼈다. <스타크래프트> 때는 저그전 스페셜리스트란 별명도 있었는데, 지금은 (저그만 나오면 망한다고 해서) ‘저망’이란 별명까지 생겼다. 저그를 이기는 게 먼저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연습을 도와준 오인석, 전용수, 문성원 선수 모두 고맙다. 나를 내조하느라 살이 빠져 버린 여자친구에게도 너무 고맙다.
반지 세레모니는 여자친구를 향한 것이었나?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