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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무조건 규제보다 함께 성장할 방안 필요”

청소년보호법을 통한 문화산업 규제 놓고 토론회 개최

남혁우(석모도) 2010-11-25 23:16:49

무조건적인 콘텐츠 규제는 실효성이 없습니다.

 

2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국회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정병국 의원(오른쪽 사진)이 주최하고,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이 주관해 문화산업 규제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정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던 기성세대와 달리 양방향으로 자유롭게 정보를 얻는 청소년에게 일방적인 규제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는 게임 등 문화콘텐츠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청소년보호법 등으로 규제가 심해지는 현재 상황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토론회에는 각계각층의 문화콘텐츠산업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정병국 의원은 개회사에서 아직도 방송통신 융합 이전 시기에 규제하던 규칙들이 유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현장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IT산업은 인프라나 인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제도와 정책이 취약해 4위에서 16위로 떨어졌다.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은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규제와 성장과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

 

토론회는 무조건적인 규제를 우려하는 내용 위주로 진행됐다. 발제자 김민규 교수는 “청소년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지하지만, 꼭 규제와 법령을 만들어 해결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목적과 취지를 잊고 무조건 규제만 하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김민규 교수(오른쪽 사진)만약 셧다운제를 도입해 청소년의 게임 플레이 시간을 줄였음에도 과몰입이나 사건이 발생한다면 계속 줄여 나가다 아예 게임을 즐기지 못하게 할 것인가? 또한 일방향으로 통제가 쉬웠던 기존의 매체와 달리 양방향 매체를 즐기는 지금의 청소년에게 무조건 규제가 효과적일지도 의문이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한국 청소년의 일상생활은 학업을 위한 활동이 대부분이다. 그 외의 활동이 학업에 방해가 된다면 사회의 악으로 생각해 왔다. 그래서 문화콘텐츠를 청소년 보호와 대립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이 있다”고 현실을 바라봤다.

 

문화콘텐츠는 국가 브랜드나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되는 등 폭넓은 효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청소년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지금의 규제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보라미 변호사도 무조건 규제를 우려했다. 그는 소비자가 아닌 그들만의 감수성으로 문화콘텐츠 성장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그만큼 인격과 학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규제는 성인이 만든 가이드라인에 청소년이 맞춰 문화를 수용하도록 강제하는데, 이미 청소년은 문화를 창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규제는 향후 발전할 수 있는 문화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는 우려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갑 의장은 규제하는 것은 좋지만 그에 맞는 책임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콘텐츠 규제는 많이 만들지만 정작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무조건 만들고 책임을 지지 않을 거라면 규제보다는 진흥이 좋고, 진흥보다는 자율규제가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규모가 작을 때는 정부가 돌봐야겠지만 이제 문화 콘텐츠 시장은 충분히 자정 작용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발표했다.

 

 

 

■ 게임규제는 여성부가 아닌 문화부에서 맡는 게 낫다

 

김민규 교수는 이전 청소년보호법 개정 논의에서도 여성가족부가 문화콘텐츠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청소년 보호에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 문제제기를 통해 협의해야지 여성가족부가 직접 개입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나라는 청소년부와 여성가족부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다른 콘텐츠가 그렇듯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부서에서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보호법과 진흥을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용과 규제가 분리되는 것은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려 피해만 증가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재현 과장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문화콘텐츠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는지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규제한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김재현 과장(가운데).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은 문화콘텐츠로 인한 책임을 무조건 기업에만 돌리는 지금의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콘텐츠가 교육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을 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시간이나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무조건 기업에 책임을 묻고 규제하기보다는 정부·학교·가정이 함께 문화콘텐츠를 연구하고 배워야 보다 안전하게 즐기고 빠른 산업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 김성곤 사무국장.

 

 

■ 문화부·업계, 이중규제 우려. 전국에 게임과몰입예방치유센터 설립

 

이번 토론회는 최근 부산에서 중학생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해당 중학생은 어머니와 게임 이용에 대해 심하게 다퉜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게임 과몰입 이슈가 불거졌다. 사건 발생 후 백희영 여성가족부장관은 빈소를 찾아 “심야시간 게임제한(셧다운) 등 청소년 보호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의 게임산업 이중규제를 둘러싼 공방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국회에서는 문화부의 게임산업 진흥법 개정안과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에 담긴 게임규제(셧다운 등) 내용이 상충되며 한 차례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이후 두 부처는 14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셧다운제의 입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사건을 계기로 여성가족부가 다시 청소년 보호법을 통한 게임이용 규제를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자 문화부와 게임업계가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번 토론회의 제목이 ‘청소년보호법을 통한 문화산업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로 정해진 것도 문화부와 게임 및 콘텐츠 산업에서 이중규제를 얼마나 우려하는지 잘 나타내는 대목이다.

 

한편, 게임업계도 25일 내년 상반기 중 전국 5개 권역에 ‘게임과몰입예방치유센터’를 설립하고 향후 확대 운영할 계획을 밝히며 자정 활동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