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폴 샘즈가 한국e스포츠협회(이하 KeSPA)를 향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블리자드 폴 샘즈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e스포츠 지적재산권 분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폴 샘즈는 <스타크래프트>의 승부조작 사건까지 예로 들며 KeSPA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 “전 세계 중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소송 진행”
폴 샘즈는 먼저 e스포츠의 지적재산권 분쟁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블리자드는 이미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과 라이선스를 맺었다. 한국은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유일하게 소송이 필요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현재 <스타크래프트 2>는 미국, 중국, 대만 등 다양한 나라에서 e스포츠 중계를 위한 라이선스를 맺고 있다. 특히 중국와 대만은 방송사에서 먼저 라이선스를 위한 계약을 요청했다. 폴 샘즈는 “유독 한국에서만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소송이 필요하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 “한국시장은 결코 크지 않지만 중요하게 생각”
폴 샘즈는 한국시장 규모가 결코 크지 않다며 지금의 지적재산권 분쟁이 결코 돈을 위한 것은 아님을 밝혔다. 폴 샘즈의 이야기에 따르면 블리자드의 지난 3년 매출 중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다.
블리자드 코리아의 매출을 따로 놓고 봐도 넥슨, 엔씨소프트, NHN, 네오위즈게임즈, CJ인터넷 등의 주요 개발사보다 뒤처져 있다. 하지만 한국은 매출과 상관없이 블리자드에게 중요한 곳인 만큼 블리자드의 첫 해외지사를 세우고, 300명이 넘는 인력을 별도로 고용했다는 것이 폴 샘즈의 설명이다.
■ “우리는 e스포츠로 돈 벌 생각 없다”
폴 샘즈는 블리자드의 수익 내역에서 e스포츠는 극히 작은 수치조차 차지하지 않으며 (이미 공개된 수익 내역 등을 통해) 이를 직접 확인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블리자드는 게임을 파는 회사다. e스포츠를 매출로 보지는 않는다”며 중계권료를 요구한 것은 자원과 능력을 갖춘 업체들을 선정하고 그만큼 관중들에게 혜택을 돌려주기 위함이고, 특별한 이익을 원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스타크래프트>의 승부조작 사건을 예로 들며 블리자드의 참여가 없는 블리자드 게임의 e스포츠화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을 주장했다.
폴 샘즈는 마지막으로 “협의를 계속하고 싶지만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KeSPA에 소송을 거는 것도 고려 중이며, 소송으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경우에 대비해 최고의 법무법인인 김앤장과 협력 중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블리자드가 방송가처분 신청도 없이 기자간담회만을 잇따라 진행하는 것은 전형적인 언론플레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아래는 기자간담회에서 오간 일문일답이다.
블리자드가 굳이 2차 저작권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국제 저작권법에 따르면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자의 승인이 있어야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는 블리자드가 그 권리를 갖고 있다. NDA(비밀유지협약)이 걸려 있어 자세한 것을 말해줄 수는 없지만 2차 저작권은 상업적인 문제로 모든 계약사가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어들 역시 팀에 참가하고 계약을 맺을 때 계약서에 이에 대한 내용을 명시해서 실연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그래텍에서 협상 중이다.
블리자드는 그래텍과 한국 내 전권을 위임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걸로 블리자드는 한국에서 저작권자에 대한 지위를 인정받은 것 아닌가? 이제 저작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그래텍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래텍과의 계약을 통해 한국에서 지적재산권을 인정받은 건 맞다. 하지만 두 방송사는 여전히 라이선스를 맺지 않은 채 우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 일부 업체에 의해 지적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는 셈이다.
가장 효과가 좋은 방송중지 가처분신청 없이 계속 언론을 통해 기자간담회만 하는 건 언론플레이를 통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블리자드와 그래텍은 지난 3년 동안 협상을 진행했다. 블리자드는 그 과정에서 선의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다. 만약 같은 입장에 있는 다른 회사라면 이렇게 인내심을 갖고 해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블리자드는 한국시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고 소송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긴 시간 동안 협상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소송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우리가 좀 더 빨리 법정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면 가처분 신청을 냈을 것이다.
소모적인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가처분은 계속 안 낼 것인가?
가처분 신청은 미정이다. 법무팀과 계속해서 협의해 나가는 중이다. 지금으로서는 저작권 침해중지 처분으로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답은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가처분 신청을 내지 않으면 두 방송사가 중계를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텍이 성공적으로 합의해서 성과를 내 줄 것으로 믿는다.
참고로 언론을 보면 <스타크래프트> 방송이 안 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데.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도 지속적으로 중계되기를 바란다. <스타크래프트>는 나도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게임이다.
한 대학교에서 수업을 위해 e스포츠 리그를 여는 데도 라이선스 비용이 필요했다는 말이 있다.
부산 한 대학에서 수업내용 중 하나로 토너먼트를 하고 싶다고 했다. 교육목적의 비상업적 활동이어서 블리자드가 직접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라이선스 비용도 요청하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 2>를 보면 선수의 권리와 이익이 <스타크래프트>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 또 상금을 타야만 수입이 생기는 상황이다.
선수 권익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건 개인의 자유가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게임을 선택하는 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기존의 KeSPA에서는 계약상 선수들이 다른 게임에 참가하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우리는 선수들에게 자유롭게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선수들에게 이런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조치가 바로 선수들의 권익에 친화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래텍은 2011년 GSL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거기에 선수들의 보상이 있다. 선수들이 직접 후원을 받는 게 허용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전세계 어떤 리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선수가 팀에 소속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팀이 직접 스폰서를 구할 수도 있다.
KeSPA에 요구한 게 1년 7억 원이다. 참고로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시장 규모가 1년에 100억 원 정도다. 7억을 위해 100억 시장을 무너뜨릴 생각인가?
라이선스 비용에서 중요한 건 지적재산권을 보호받는 것이다. 우리 게임을 양질로 중계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있다. 만약 지재권 문제가 해결된다면 라이선스 비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유연하게 대처할 생각이 있다.
블리자드나 그래텍이나 라이선스 비용이 아닌 지재권 보호가 중요하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 두 방송사는 아예 안 나오고 있다. 지재권이 먼저 해결되면 비용은 얼마든지 유연하게 풀어 갈 수 있다.
KeSPA는 지난 6월 지적재산권을 인정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고 밝혔다.
KeSAP에서 구두로나마 지재권을 인정해 준 걸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서면으로 체결된 건 없다. 언론보도를 통해 추측할 뿐이지만 문서화된 건 없다. 온게임넷이나 MBC게임도 라이선스 없이 중계하고 있다. 만약 지재권을 인정한다면 문서로 체결하길 바란다.
KeSPA에는 언제 소송을 걸 생각인가?
미정이다. 로펌과 협의 중이다. 우리는 계속 우리 게임을 즐겨 주는 유저들을 위해 꾸준히 협상할 것이다. 협상과 소송 외의 추가적인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다른 나라도 라이선스가 있다고 했는데 한국처럼 비용을 요구한 나라가 있나? 중국에서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말도 있다.
예로 들었던 중국이나 미국의 방송사에 일관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2차 저작물에 대해서도 계약을 해서 허용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모든 곳에서 같은 입장이다. NDA 때문에 구체적으로는 말해줄 수 없지만 좋은 파트너들이다.
비우호적인 업체를 초대하지 않거나 광고를 통한 언론 줄세우기 등 블리자드 코리아의 언론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폴 샘즈 COO에게 묻는데, 한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 아나?
복합적인 문제가 포함돼 있다. 일단 우리의 홍보팀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같은 정책을 취한다. 언론 매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대응하는 게 아니라 평등하게 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를 요청한다면 공개해서 직접적인 의견을 받고 싶다.
질문자가 말한 줄세우기는 본사의 정책이 아니라고 알고 있고, 블리자드코리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광고 역시 최대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곳을 선택한다. 만약 특정 언론 매체에서 독자층이 맞지 않거나 파급효과가 기대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싣지 않는다. 이건 홍보가 아니라 마케팅팀의 이슈다.
여기에 다른 요소는 고려하지 않는다. 매체를 줄 세우기 한다는 주장은 100% 옳지 않다. 돈으로 언론을 사는 행위는 전혀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