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가 개발한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RTS) 게임 <스타크래프트 2>의 싱글플레이 캠페인에는 별도의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하지 않은, 순수하게 게임 엔진을 활용해서 연출한 ‘인게임(In-Game) 영상’이 나옵니다.
실제로 즐겨 본 유저라면 잘 알겠지만 <스타크래프트 2>의 인게임 영상은 퀄리티가 높습니다. 또한 국내 상황에 맞는 현지화(로컬라이징)도 철저하게 돼 있어서 눈길을 끌었죠.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 2> 인게임 영상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됐을까요? 블리자드의 시네마틱 아티스트 이연호 씨가 18일 시그래프 2010 강연에서 제작 과정을 공개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 전략 게임 엔진으로 인게임 영상 만들기
보통 인게임 영상은 <모던 워페어>나 <기어스 오브 워> 같은 1인칭·3인칭 슈팅 게임에서 자주사용된다. 장르의 특성도 있고, 엔진에서 시점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변환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화면을 그대로 시네마틱 영상으로 제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RTS 게임, 특히 <스타크래프트 2>처럼 시점이 제한적인 게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인게임 영상을 만들려면 먼저 시점부터 아래로 내려야 하고, 대전 모드에서 사용되지 않는 다양한 효과와 이펙트도 넣어야 한다. 게다가 <스타크래프트 2>는 엄밀히 따지면 <워크래프트 3>의 엔진을 개량해서 만든 게임. 이 엔진은 애당초 인게임 영상을 고려하고 만든 게 아니다.
실제로 블리자드 시네마틱 영상 제작팀은 <스타크래프트 2>의 인게임 영상을 위해 게임엔진 팀과 긴밀하게 협의해서 대전 모드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건물 내부 빛 효과(라이팅)’와 ‘포그 효과’ 등을 만들어야 했고, 또한 인게임 영상을 위해 캐릭터의 폴리곤 수를 늘리는 식으로 퀄리티도 올려야만 했다.
대전모드에서는 쓰이지 않는 ‘포그’ 효과를 적용하지 않은 예(위쪽)와 적용한 예(아래).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블리자드는 게임엔진을 이용한 인게임 영상을 고집했을까? 차라리 싱글플레이 중에 나오는 영상을 모두 렌더링 영상이나 CG 등으로 대체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는 제작기간과 리소스의 한계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2>의 스케일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인게임 영상은 게임 콘텐츠를 더욱 풍부하게 보여준다는 장점도 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1편은 영웅들의 초상화만 나오는 단순한 브리핑 화면으로 인해 시나리오의 극적인 연출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2>를 개발하면서 기존에는 없었던 별도의 인게임 영상 제작팀을 만들 정도로 공을 들였고, 그 결과물이 <자유의 날개>로 빛을 봤다.
■ 팀 간의 자료 공유와 기초제작
시네마틱 영상 제작팀은 캐릭터들의 아주 기초적인 개발단계에서부터 관련 부서와 긴밀하게 협의해야 했다.
예를 들어, 영상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기획팀 및 아티스트들과 관련 정보를 확실하게 공유하고, 캐릭터들의 아주 사소한 설정이라도 놓치지 않고 영상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일례로 위 사진의 ‘발레리안 맹스크’의 경우에는 캐릭터의 아주 사소한 습관도 문서로 남겨 관련 팀이 모두 정보를 공유했다. 이런 설정을 바탕으로 원화가는 다양한 종류의 콘셉 원화를 제작해 적당한 캐릭터의 모습을 찾으려 했고, 그 결과 나온 결과물을 바탕으로 영상 제작팀은 캐릭터를 모델링했다.
위 사진은 임무 중에 나오는 여성형 로봇(오퍼레이터) 캐릭터와 관련해 관련 팀들이 주고받은 자료를 정리한 것이다. 일단 모델링이 끝났다고 해서 그걸로 게임에 바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기획팀, 그래픽팀, 영상 제작팀은 이후에도 계속 캐릭터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아 이를 영상에 반영했다.
가령 위의 로봇은 최초에는 다소 통통한 이미지(사진 속 위쪽)였지만, 최종적으로는 좀 더 샤프한 이미지로 바뀌었다.
■ 그 바이킹 맞아? 퀄리티 높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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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은 사실 대전 모드에서 보기에는 굉장히 좋은 유닛이지만, 이를 큰 화면의 인게임 영상으로 올리기에는 퀄리티가 많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시네마틱 영상 제작팀은 아예 인게임 영상을 위해 별도의 바이킹을 만들어 반영해야 했다.
■ 실전 인게임 영상 제작
실제 인게임 영상 제작은 간략하게 그린 이미지와 스토리 보드를 이용해 일종의 프로토타입을 만든 후 → 캐릭터 렌더링 및 애니메이션을 반영해 영상을 제작 → 퀄리티를 높인 후 → 로컬라이징을 통해 최종 영상을 완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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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upload_here/press/101218BL3.wmv#]]스토리 보드 및 드로잉 이미지를 통해 시험 삼아 만든 인게임 영상. 이 단계에서는 사실 이미지의 퀄리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위치나 날씨 같은 주변정보 그리고 영상을 제작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블리자드 직원들이 참여해 해당 장면을 내부에서 연기해 본 다음 어떤 식으로 애니메이션을 반영할지 연구한다. 블리자드 직원들은 전문적인 배우가 아니지만 최대한 현실감 있게 연기하려고 노력한다.
이후 계속해서 영상의 퀄리티를 높여나가지만, 립싱크 애니메이션(캐릭터가 말하는 애니메이션)은 마지막까지 넣지 않는다. 국가별로 말할 때의 입 모양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 게임에 반영되지 못한, 버려진 영상들
한편 <스타크래프트 2>는 인게임 영상 제작과정 도중 실제 게임에서 쓰이지 못하고 버려진 영상들이 제법 많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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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같은 기법을 통해 케리건이 ‘공포스럽게’ 등장하는 것을 연출한 영상이다. 하지만 2D로 만들었을 때는 충분히 공포감을 주던 것이 3D로 제작하니 너무 어지럽고 고유의 긴박감도 제대로 살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아 결국 다른 것으로 새로 만들었다.
레이너의 모함 ‘히페리온’의 내부 무기고 화면. 원래는 무기고 안의 유닛 하나만을 부각시키는 형태였지만(위 이미지), 그보다는 무기고 안의 모든 유닛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 결국 바꿨다.(아래 이미지)
■ 언어별 입모양까지 맞추는 현지화
인게임 영상 제작의 마지막 단계는 바로 ‘현지화’다. 블리자드는 단순히 미국과 영문을 기준으로 영상을 제작한 후, 각 지역에 맞는 ‘자막’을 삽입하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캐릭터의 음성은 물론이고 음성에 맞는 입모양까지 현지에 맞추는 아주 적극적인 현지화 방법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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