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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블소 그래픽 “맞는 느낌과 뒷모습을 살렸다”

엔씨소프트 김형태 아트디렉터 시그래프 아시아 강연

현남일(깨쓰통) 2010-12-19 02:43:47

 

<블레이드앤소울> 디자인에서 첫 목표는 무협이라는 고정적인 이미지를 벗는 것이었다.

 

엔씨소프트 김형태 아트디렉터(AD)가 18일 시그래프 아시아 2010 초청강연에서 <블레이드앤소울>의 디자인을 설명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일반적으로 무협’이라고 하면 ‘옛것그리고 현대적인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소위 촌스러운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김형태 AD무협이라고 해서 꼭 촌스러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블레이드앤소울>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으로 그래픽을 디자인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형태 AD는 그 노력 중에 한 가지 예로 장식 오브젝트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블레이드앤소울>에는 다양한 장식 오브젝트가 등장하는데, 작은 장식 오브젝트 하나 하나의 디자인을 세련되게 하려고 노력했다는 이야기다. 그는 “설사 디테일이 높지 않더라도 디자인은 세련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블레이드앤소울>은 무협 특유의 옛것이라는 이미지를 없애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이를 위해 장식 오브젝트 하나 하나의 디자인을 허술하지 않게 했다. 설사 디테일이 높지 않더라도, 확실히 세련되게 디자인하는 게 목표였다.

 

또 하나 신경을 쓴 것이 바로 캐릭터의 뒷모습’이. MMORPG에서 유저들이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캐릭터의 뒷모습이기 때문이라고.

 

 

디자이너들에게 자유를

 

일반적으로 MMORPG에서 캐릭터의 의상이나 갑옷 등은 머리, 몸통, 다리, ’ 등의 부위별로 파츠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나눠져 있어야 유저들은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파츠를 모으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또 해당 파츠는 능력치를 올려주는 면에서 자산으로서 값어치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그래픽 디자인 측면에서 보자면 아주 커다란 마이너스 요소다. 디자이너에게는 아주 작은 제약도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디자인’을 하는 데 커다란 벽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아이템 보상을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의상과 캐릭터 디자인의 규격화는 없애는 편이 오히려 좋을 수 있다는 게 김형태 AD의 생각이다.

 

그래서 <블레이드앤소울>은 캐릭터와 의상 디자인에서 부위별 파츠화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전체 부위를 한 번에 디자인하기로 했다. 대신 아이템을 모으는 재미나 이를 통한 보상은 추가 액세서리’와 보패 시스템 등으로 대체했다.

 

김형태 AD여기서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들이 자유를 갖게 됐다는 점이다. 그 결과 게임에서는 상당히 기상천외한 개성의 결과물이 많이 나왔고, 또한 다른 게임에서는 보기 힘든, 재미있는 디자인 결과물도 나올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바로 자유. 다른 RPG가 부위별로 규격화된 의상을 디자인한다면 <블레이드앤소울> 제작진은 이를 없애 디자이너에게 자유를 줬다.

 

그 결과 나오게 된 다양한 개성의 결과물.

 

 

일러스트의 느낌 그대로

 

<블레이드앤소울>은 이렇게 제작한 2D 일러스트를 3D로 입체화하는 데 있어 일러스트의 느낌을 그대로 게임 속에 구현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이를 위해 모든 작업물의 참고자료가 되는 레퍼런스 모델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과, 아이러니하게도 디자인하고는 반대되는 제작공정의 명확한 규격화가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김형태 AD는 설명했다.

 

김형태 AD모든 것은 기본 모델링에서 승부가 난다고 보면 된다. 일러스트레이터의 감수를 통해 처음 레퍼런스 모델을 최대한 퀄리티의 한계까지 끌어올려 제작한 다음,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문서화 및 규격화해서 공유, 팀원들이 이후 제작물에 반영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특히 <블레이드앤소울>은 실사풍의 그래픽이 아니며, 개성이 강한 애니메이션풍의 그래픽도 아니다. 이런 그래픽에서는 만약 통일된 규격이 없다면 일러스트를 3D로 만들 때 작업자들이 헤매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만약 제작공정에서 규격화/문서화가 잘 갖춰진다면 모든 작업물이 비슷한 수준의 퀄리티와 느낌으로 통일감을 줄 수 있다. 또한 만약 개발자가 중간에 바뀌거나 새로운 멤버가 들어온다고 해도 단기간의 교육으로 바로 수준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D 일러스트를 입체화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시한 것은 바로 규격화.

 

최초의 레퍼런스를 완벽하게 제작한 다음, 이를 통해 2D 일러스트를 3D로 입체화하는 것에 대한 규칙을 정한다.

 

그리고 이렇게 정한 규칙은 모두 문서로 남겨 팀원들이 공유한다.

 

 

캐릭터는 어느 각도에서 봐도 예뻐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캐릭터 모델을 완벽하게 만들어도, 실제로 맵 위에 캐릭터가 올라갔을 때 의 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 모습을 뽐낼 수 없다.

 

그래서 <블레이드앤소울>은 빛을 표현하는 것 역시 일러스트의 느낌을 살리는 것과 함께 현실 세계의 빛의 알고리즘을 어긋나지 않도록 만들었다. 특히 신경을 쓴 것은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캐릭터가 예쁘게(멋지게) 나오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김형태 AD일러스트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면에서 빛을 잘 받을 수 있는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다만, 자연스러운 빛의 공식을 벗어나는 테크닉을 쓰면 오히려 예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많이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또한 게임에서 나오는 모든 빛 효과를 디자이너가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통합 라이팅 관리툴을 (프로그램팀에 요청해) 제작해서 디자이너가 일일이 캐릭터와 사물이 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컨트롤했다. 그 결과 지금의 <블레이드앤소울>은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유저가 아무 각도에서나 스크린샷을 찍어도 캐릭터의 퀄리티가 우수하게 나오는 수준까지 됐다고 말했다.

 

 

 

 

액션은 맞는 느낌이 살아 있어야 한다

 

<블레이드앤소울>은 콘솔 게임 같은 타격감과 액션을 선보이기 위해 애니메이션에도 공들였다. 특히 집중한 것은 바로 당하는 쪽, 그러니까 얻어맞는 쪽의 피격 애니메이션이었다.

 

설사 유저가 대지를 반으로 쪼개는 듯한 강한 공격을 시전하더라도, 만약 맞는 쪽의 애니메이션이 다른 공격을 맞았을 때와 차이가 없고, 그저 머리 위에 뜨는 대미지 수치만 높다면 허무할 것이다. 따라서 <블레이드앤소울>은 일관된 피격 피드백을 최대한 지양하고, 상황에 따른 피격 모션과 애니메이션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유저의 공격을 받았을 때 가장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인간형 몬스터를 최대한 게임 속에 많이 구현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개발한 결과물을 기준으로 <블레이드앤소울>에 나오는 몬스터는 인간형과 그렇지 않은 몬스터의 비율이 7:3 정도로 인간형의 비율이 높다.

 

<블레이드앤소울>의 캐릭터는 어떤 공격을 맞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신경을 쓴 것은 기본적인 이동 애니메이션이었다. 최근의 온라인 게임 유저들은 게임에 접속했을 때 캐릭터를 잠시 움직여 보고 전체 완성도를 가늠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만약 이동 애니메이션이 나쁘다면 유저들에게 처음부터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블레이드앤소울>은 검사의 기본적인 이동 애니메이션만 봐도 <아이온>과 비교했을 때 애니메이션 시퀀스의 수치가 2배가 넘을 정도로 굉장히 많은 공을 들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애니메이션을 많이 넣기만 했다는 뜻은 아니고, 조작할 때의 반응 퀄리티, 특히 유저가 어디로 가고자 했을 때 캐릭터가 정확하게 반응해서 움직이는 것을 신경 써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김형태 AD온라인 게임 그래픽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높은 퀄리티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높은 퀄리티란 캐릭터, 오브젝트, 배경, 애니메이션 등이 모두 조화롭게 게임 안에서 뭉쳤을 때 게임에서 가장 멋지게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한 가지 예로 아무리 캐릭터를 퀄리티 높게 제작했다고 하더라도, 만약 배경이나 빛 효과, 애니메이션 등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게임 속에서는 아주 수준이 낮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많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이런 부분을 신경 써서 게임을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캐릭터만 놓고 봤을 때는 좋은 퀄리티라고 해도,

 

정작 게임 위에 올렸을 때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강연에서 공개된 <블레이드앤소울> 아트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