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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역대급 흥행과 참패가 동시에…혼란의 3분기 출시작 돌아보기

‘콘코드’에서 ‘오공’까지

방승언(톤톤) 2024-09-16 11:45:31
언제나 흥행 희비가 교차할 수밖에 없는 것이 게임(을 비롯한 모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당연한 순리다. 그런데 가끔은 유독 상징성이 넘치는 성공과 실패가 몰아서 펼쳐지기도 한다.

2024년 3분기가 바로 그런 시기였다. 글로벌한 ‘슈퍼 루키’가 새롭게 탄생했고, 이름 오랜 기업들이 브랜드에 먹칠을 하거나 정 반대로 전에 없던 팬덤을 얻기도 했다.

소니 기업 역사상 최대 실패와 중국 게임사상 최고 수준의 글로벌 흥행이 짧은 간격으로 연이어 벌어졌다는 점에서도 이번 분기의 혼란은 돌아볼 만하다. 유저와 업계인 모두에게 좋은 생각거리를 남겨준 3개월의 기록을 빠르게 훑어보자.

<검은 신화: 오공>


# 두 편의 3인칭 슈터

3분기의 문을 연 것은 두 편의 무료 TPS 게임이다.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와 넷이즈의 <원스 휴먼>이 약 1주일 간격을 두고 스팀 플랫폼에 출시했다.

두 작품은 명확하고 확고한 셀링포인트를 내세워 장르 팬덤을 공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퍼스트 디센던트>는 루트 슈터 장르의 핵심인 성장 체감과 연속적 육성 콘텐츠 제공을 마련하는 한편, 미형의 캐릭터들로 유저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했다.

<원스 휴먼>의 경우 최근 몇 년 새 생존 제작 장르에서 유행했던 여러 인기 메커니즘을 두루 제공하는 ‘올 인 원’ 기획으로 승부를 걸었다. <원스 휴먼>에서 유저는 파밍, 하우징, 생산 자동화, 동료, 파밍, 캐릭터 육성, 보스 레이드, PvP, PvE, 탐험, 코스메틱 등 온갖 요소를 즐길 수 있다.

<원스 휴먼>

다만 유저 풀 지속 측면에서는 두 게임의 운명이 엇갈렸다. 스팀 플랫폼 기준 두 게임의 최대 동시접속자 수는 23만~26만 명으로 서로 비슷하다. 하지만 <퍼스트 디센던트>의 일일 최대 동시접속자는 3만 명대로 줄어든 것에 반해 <원스 휴먼>의 동시 접속자는 10만 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퍼스트 디센던트> 유저들은 콘텐츠의 빈약함을 주로 지적하고 있다. 신규 캐릭터를 획득하고 새 빌드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은 흥미롭지만, 이를 위해 수행해야 하는 전투 콘텐츠의 반복성이 높고 지루하다는 불만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퍼스트 디센던트>


# 충격적 성공, <검은신화 오공>

<검은신화 오공>은 3분기 최대 화제작이자, 어쩌면 2024년 최대 흥행작으로 기록될지도 모르는 중국 개발사 ‘게임 사이언스’의 액션 RPG다. 게임은 출시 수년 전부터 각종 국제게임쇼에 출품한 영상을 통해 수려한 아트와 인상적 콘셉트를 선보이며 관심을 모았던 바 있다.

지난 8월 20일 출시한 직후 <검은신화 오공>은 스팀에서 최대 동시접속자 241만 명에 도달하며, <배틀그라운드>의 뒤를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싱글플레이 전용 게임 중에서는 1위 성적이다.

원전 <서유기>를 반영한 깊이 있는 스토리, 매력적 캐릭터, 다채로운 액션 게임플레이, 완성도 높은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등 여러 요소에서 호평받았다. 중국 고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낸 측면에서 문화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높이 인정받고 있다.



# 소니 최대의 실패 <콘코드>

스페이스 오페라 콘셉트의 5대 5 PvP 히어로 슈터 <콘코드>는 오랜 기간 소니의 악몽으로 기억될 2024년 최대 실패작이다. 8년간 수천억 원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추산되지만 유저수 부족으로 불과 약 2주 만에 서비스 종료가 결정됐다.

실패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캐릭터가 중시되는 히어로 슈터 장르인 데 반해, 등장 영웅들의 특색과 매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시장에서 다양하게 시도되어 온 다른 5대5 히어로 장르와 구분되는 게임플레이적 특징도 부족하다.

더 나아가 최근의 PvP 라이브 게임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F2P 디자인을 선택하지 않고 4만 원 대의 가격을 책정한 것 역시 패착으로 꼽힌다. 초기 유저들을 최대한 끌어모아 유저 풀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 라이브서비스 BM에서 이런 시도들 내린 이유를 시장은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 두 마리 토끼 잡으려 한 <호연>

엔씨소프트의 <호연>은 <블레이드 앤 소울> IP에 기반한 신작 크로스플랫폼 RPG다. <블레이드 앤 소울>로부터 3년 전을 배경으로 ‘호연’가문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개발진이 설명하는 <호연>의 최대 특징은 턴제 RPG와 오픈월드 RPG를 오가는 독특한 게임 시스템이다. 양쪽 시스템에서 번갈아 성장과 전투의 재미를 느끼면서 폭넓은 유저층을 공략한다는 기획이다.

다만 실제 유저들은 개발진 의도에 정 반대되는 경험을 호소하고 있다. 자동 플레이를 원하는 유저와 어려운 조작의 코어 게임플레이를 원하는 유저 모두에게 특별한 매력을 어필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 겉보기보다 많은 과금 요구와 타깃 청중을 알기 힘든 연출, 캐릭터 육성의 피로도 등 요소도 부정 평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 ‘또’ 유비식 오픈월드? <스타워즈 아웃로>

<스타워즈 아웃로>는 유비소프트가 <스타워즈> IP를 이용해 만든 첫 번째 트리플A 게임이다. 이브 기예모 CEO가 차후 기업 실적 반등을 이끌 작품으로 꼽았을 정도로 내부의 기대가 높았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출시 이후에 게임은 최근 수년 간의 유비소프트 신작들과 마찬가지로 애매한 평가를 받는 데 그쳤다. 평점 종합사이트 메타크리틱 기준 <스타워즈 아웃로>의 리뷰어 평점은 100점 만점 중 76점, 유저 평점은 10점 만점 중 5.4점이다.

<스타워즈 아웃로>가 비판받는 주된 원인은 오픈월드의 현실성 부족과 잠입 메커니즘의 허술함이다. 주인공의 행동에 NPC들이 비현실적으로 반응하는 상황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기초적인 게임플레이 긴장감과 몰입감을 모두 해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 밸브의 비밀병기, <데드록>

<데드록>은 밸브가 오랜 공백 끝에 공개한 신작 PvP 슈터다. 유저 초대를 통해 제한적으로만 즐길 수 있는 테스트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최대 동시접속자 17만 명을 기록하는 등 벌써 인기를 끌고 있다.

<데드록>은 MOBA 장르와 TPS의 성공적 결합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임플레이가 고정되기 쉬운 팀파이트 슈터 장르이지만, 플레이어의 창의력과 실력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스킬 및 성장 시스템을 갖춰 다채로운 재미를 준다는 평가다.

이처럼 성장 방향성에 따라 캐릭터의 활용방안이 연구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MOBA와 팀파이트 슈터 장르의 공통적 문제 중 하나인 ‘버려지는 캐릭터’ 문제가 경감될 수 있는 것 또한 긍정적 특징이다. 아직 개발 중인 타이틀인 만큼 추후의 운영에 따라 더욱 큰 인기를 끌거나 반대로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남아있어 그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