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온 나라가 뜨거운데요. 노벨상과 관련해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더 있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데미스 허사비스는 딥마인드의 CEO로 박사 시절 인간 기억 회상의 메커니즘을 연구한 논문을 쓴 바 있습니다. '딥마인드'라는 이름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수년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알파고 대 이세돌 대국을 주관한 인물이 허사비스입니다.
이번에 그는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새로운 단백질 설계'를 밝혀낸 공으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AI를 통해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인류만의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도록 인류에게 큰 이점을 제공했다"는 것이 수상의 이유입니다. 이 공을 인정받아 허사비스는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의대 교수, 존 점퍼 딥마인드 수석연구원과 함께 상을 받았죠. 이들이 만든 단백질 분석 AI 모델은 '알파폴드'라고 합니다.
어쩌면 데미스 허사비스는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게임개발자일지도 모릅니다. 허사비스와 게임은 대단히 끈끈한 관계라고 할 수 있거든요. 어릴 적부터 체스 신동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무려 15세의 나이에 피터 몰리뉴가 운영하던 불프로그 프로덕션에 합류해 몰리뉴와 함께 여러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1990년대 볼프로그에서 <신디케이트>(1993)의 레벨 디자인을 만드는 한편, <롤러코스터 타이쿤>의 개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테마파크>(1994)를 개발했습니다. 이어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그는 다시 피터 몰리뉴의 품으로 돌아와 라이온헤드에서 <블랙 앤 화이트>(2001)의 AI 디자이너로 활약했습니다.
<블랙 앤 화이트>는 플레이어가 신이 되어 영토를 확장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파퓰러스 등을 개발하며 갓 게임의 시초로 평가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블랙 앤 화이트>의 캐릭터들은 그가 앞으로 연구할 인공지능 딥 러닝의 단초가 되었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실제로 <블랙 앤 화이트>의 AI 봇은 당대 게임 중 가장 훌륭한 수준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유저가 원숭이, 사자, 호랑이 등 동물 모습의 크리처를 통해 특정 결정을 내리면 주민들은 겁에 질리거나 환호하죠.
이후 스스로 게임사를 창업했고 <이블 지니어스>(2004) 등의 게임을 만들었지만, 흥미를 잃은 듯 인공지능 연구에 매진합니다. 그가 대표로 일하는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만들어 '세기의 대국'을 주관했고, 알파고를 통해 <스타크래프트 2>와 <퀘이크 3> 등의 여러 장르의 게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었죠. 급기야 지난 3월에는 프롬프트 입력으로 게임을 생성하는 인공지능 '지니'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허사비스의 구글 딥마인드는 게임 분야에서 꽤나 주목할 만한 활동을 자주 벌이고 있습니다. 딥마인드는 시뮬레이션 게임의 규칙을 사전에 익히지 않고도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뮤제로'(μZero) 인공지능 모델 또한 보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