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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확실한 성장의 재미 살린다"…던파 '중천'의 해가 기다려지는 이유

19년 서비스 경험 토대로 쌓아 올린 새로운 성장 시스템

한지훈(퀴온) 2024-11-26 19:54:11
<던전앤파이터>가 20년 서비스를 이어갈 ‘중천’의 새로운 성장 시스템을 소개했다.

지난 22일 진행된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의 1부 쇼케이스는 ‘파격’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새로웠다. 다가오는 중천에서 선보일 새로운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선계 시즌의 실패를 극복한 새로운 성장 시스템이 최대의 화두였기 때문이다.

잠깐 시간을 돌려 지난 8월 진행된 DDC(D&F Developer Conference)를 되짚어보자. 당시 공개된 중천 업데이트의 키워드에서 NPC, 아이템, 스토리 같은 기존의 요소들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직관성’과, ‘체험변화’, 그리고 ‘레어리티 정립’ 정도다. 이 중에서도 특히 직관성과 체험변화에 상당한 무게가 실린 이유는 박종민 디렉터의 말마따나 “현재 선계 시즌이 여러모로 매우 비직관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중천 업데이트에는 이 같은 지나간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개발진의 고민이 담겨 있다. 결코 짧지 않은, 19년간의 시행착오를 토대로 쌓아 올린 이번 업데이트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직관적이고 확실하게 체감되는 성장’을 위한 장치들이다.

지난 DDC에서 공개된 중천 업데이트의 핵심 키워드는 '직관성'과 '체험변화'다.
여기에는 지난 성장 시스템의 실패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 “노란 마봉은 가라”… 레어리티의 재정립

RPG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더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얻었을 때 캐릭터의 성장을 확실하게 체감한다. 이는 철저하게 설계된 경험이다. 길에서 흔하게 주울 수 있는 평범한 장비와 도전을 통해 얻은 장비의 성능에는 차이가 있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아이템 등급은 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우리는 아이템 등급이 높아질 때마다 캐릭터가 성장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선계 시즌, 더 나아가면 그 이전 시즌에서도 <던파>는 이 같은 성장의 경험을 유저들에게 제공하지 못했다. 가장 높은 아이템 등급인 에픽(최근에 태초 등급이 추가됐지만 융합석에 한정되므로 제외한다) 장비가 너무 많이 제공되면서 그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던전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마봉템(마법으로 봉인된 아이템)’에 빗대어 ‘노란 마봉’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다.

오래전 게임을 즐긴 이들은 쉽사리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과거 에픽 아이템은 긴 시간 플레이를 통해 하나 얻어도 감지덕지했던 최고의 장비 아이템이었으니까. 그 시절 ‘에픽 풀셋’은 모든 유저들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에픽 장비 하나하나의 가치가 엄청나서 획득한 에픽 장비에 따라 캐릭터의 세팅과 성능이 크게 달라졌다. 

과거 지옥파티에서 겨우 얻을 수 있었던 에픽 장비가

최근에는 한번에 3개씩 얻을 수 있을 정도로 흔해졌다.

그런데 새로운 시즌이 진행되면서 에픽 장비의 획득 난이도가 대폭 낮아졌고, 특정 시점에 이르러서는 에픽 장비가 세팅의 표준으로까지 자리잡게 됐다. 이후 새로운 최상위 등급 장비인 ‘신화 장비’를 통해 성장의 경험을 되살리려 했지만 오히려 장비 간 성능 격차로 인한 불균형을 야기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그렇게 지금의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다가오는 중천 업데이트에서 굳이 기존의 레어리티를 새롭게 재정립하는 것은 과거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얻을 때 느꼈던 폭발적인 성장 경험을 재현하기 위함이다. 각 등급의 가치를 재구성하고, 획득 난이도를 조정해 플레이어가 한 계단 한 계단 등급을 높이며 성장하고 있음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기초 공사인 셈이다.

중천 시즌에서는 아이템의 레어리티를 재정립하고 여러 시스템을 통해 확실한 성장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 예고했다.

# 복잡했던 '커스텀 장비'도 안녕, 새로운 세트 시스템이 온다

지난 시즌이 비직관적이었던 또 다른 이유는 복잡한 ‘커스텀 장비’ 세팅의 영향도 컸다. 세팅이 일정 부분 강제되는 기존 세트 장비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세트 옵션을 삭제하고 장비의 옵션이 무작위로 설정되는 커스텀 장비를 도입했으나, 결국 그 끝에 남은 것은 천편일률적인 장비 세팅과 무너진 캐릭터 밸런스였다.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커스텀 장비를 도입했음에도 다양한 장비 세팅이 등장하지 못한 이유는 특정 커스텀 장비에 붙는 고유 옵션이 지나치게 강력했기 때문이다. 피해량의 일부를 출혈 상태 이상 피해로 입히는 ‘출혈 세팅’과 스킬 사용 시 소모되는 무색 큐브 조각의 양을 늘리고 피해량을 높이는 ‘무큐(무색 큐브 조각) 과모소 세팅’이 강력한 성능을 자랑해 관련 옵션을 가진 장비가 각광받게 됐다.

'커스텀 장비' 주요 옵션을 확인하기 위해 유저들이 제작한 표.

캐릭터별 성능 격차도 여기서 기인한다. 커스텀 장비에서 얻을 수 있는 옵션 중에는 특정 레벨 구간의 스킬을 강화하는 옵션이 있어 특정 레벨 구간의 스킬 강화에 집중하는 세팅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세팅이 상기한 주력 장비 세팅과 잘 맞물리냐, 아니냐에 따라 캐릭터별 성능의 간극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장비 세팅에 대한 가이드가 충분하게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캐릭터에 맞는 세팅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 어떤 옵션을 구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게임을 벗어나 유저들이 작성한 가이드를 찾거나 다른 유저의 세팅을 일일히 참고하는 것 외에는 없다. 뒤늦게 이를 인지한 개발진이 장비 옵션을 간소화하고, 비교적 직관적인 세트 에픽 장비를 도입했으나 이미 게임을 떠난 유저가 적지 않은 시점에 이뤄진 개선이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장황하게 설명했던 모든 문제들도 다 옛말이 됐다. 

중천 시즌의 115레벨 장비에서는 커스텀 장비의 복잡함을 해소하면서 다양한 장비 세팅이 가능하게 돕는 여러 콘셉트의 세트 옵션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도입되는 ‘세트 포인트’ 시스템은 상기한 레어리티 재조정을 기반으로 캐릭터의 성장 정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외에도 다가오는 중천 시즌에서 기존 API 기반의 외부 사이트에 의존했던 장비 시뮬레이터 기능을 인게임에 추가한 점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뚜렷한 목표를 찾고 이에 맞는 최적화된 세팅을 찾는 것도 성장의 중요한 과정일 터, 이를 외부적인 도움 없이 게임 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하는 것 역시 직관적이고 확실한 성장 체감을 위해 중요한 요소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세트 옵션이 추가되고, 세트 포인트 캐릭터의 성장 정도를 한 눈에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토록 많은 유저들이 원했던 인게임 장비 시뮬레이터도 중천 업데이트에서 추가될 예정이다.

새로운 던전과 신규 레기온 등 콘텐츠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공개된 부분은 제한적이고, 아직 한창 개발 중인 부분이니까. 다만 지난 19년 서비스의 교훈이 녹아든 새로운 성장 시스템의 ‘룩 앤 필’은 이전 시즌의 피로감을 잊고 다가오는 20년을 기대하게 만드는 충분한 동력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기자 역시 한 명의 '모험가'로서 기대를 품고 부푼 마음으로 떠오르는 중천의 해를 맞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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