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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증인까지 출두한 넥슨-아이언메이스의 4차 공판, 핵심 쟁점은?

내년 2월 13일 최종 선고 예정

한지훈(퀴온) 2024-12-18 11:46:14
넥슨 대 아이언메이스. <다크앤다커>의 개발 과정을 둘러싼 재판의 네 번째 변론이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됐다.

넥슨은 <다크앤다커> 개발 과정에서 <프로젝트 P3>(이하 P3) 리소스를 무단으로 반출해 활용했다는 혐의로 최주현 아이언메이스 이사를 상대로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지난 10월 24일 판결 선고가 예고되었으나, 재판부의 판단으로 17일 한 차례 변론이 열렸다.

이번 변론에서는 처음으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양쪽 증인 모두 <P3> 개발에 참여한 중요 개발자로, 넥슨측 증인 김 씨는 <P3>의 원시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정크 히어로>를 개발했고, 아이언메이스측 증인 오 씨는 <P3>의 사운드 디자인을 담당했다.

장장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심문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P3>의 장르에 대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P3> 개발 중단의 결정적 원인에 대한 것이다.



# 쟁점 1. <P3>는 ‘익스트랙션 슈터’인가, ‘배틀로얄’인가?

지난 7월 열린 두 번째 공판에 이어 이번 재판에서도 <P3>의 장르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 이어졌다. 

<P3> 개발 과정에 포탈 혹은 로프를 통한 탈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었는지에 따라 게임의 장르가 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탈출 시스템이 마련되었다면, <P3>와 <다크앤다커>의 장르적 유사성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탈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두 게임이 엄연히 다른 게임임으로 볼 만한 단서로 쓸 수 있다.

넥슨 측은 <P3>의 이전 단계인 <프로젝트 LF>(이하 LF)부터 개발에 참여했던 김 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P3>에 탈출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주장한다. 

김 씨의 진술에 따르면, <LF>는 PvE 중심의 싱글플레이 게임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으나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P3>로 개발 방향이 전환됐다. 김대훤 당시 부사장은 <P3>에 PvP 멀티플레이 요소와 탈출 시스템을 추가할 것을 지시했으나 개발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고, 내부에서는 분란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개발에 난항을 겪던 시기, 김 씨는 개인적으로 개발하고 있던 <정크 히어로>를 동료들에게 선보였다. 던전 크롤링과 탈출 시스템, PvP 등 <P3>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던 <정크 히어로>는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고, 이를 기반으로 <P3>의 원시 버전이 탄생하게 된다.

이후 <P3>는 알파, 베타, 감마에 걸쳐 개발 단계를 높여갔다. 감마맵 단계에서 탈출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었으나 최주현 팀장의 징계 해고, 그리고 핵심 개발자의 대규모 이탈이 발생하면서 개발이 중단됐다는 것이 김 씨의 주장이다.

<다크앤다커>의 탈출 포탈. 탈출 시스템의 존재 여부에 따라 게임의 장르도 달라진다.

반면 아이언메이스 측은 <P3>에 탈출 시스템이 구현되지 않았으므로 해당 게임이 익스트랙션 슈터가 아닌, 배틀로얄 장르로 개발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넥슨으로부터 받은 <정크 히어로>와 <P3>의 시연 장면을 근거로 탈출 포탈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크 히어로>의 시연 빌드에서는 탈출 포탈 사용 시 ‘탈출 성공’이라는 메세지가 화면에 출력되고 보유한 아이템이 모두 초기화되었으며, <P3>의 시연 빌드에서 포탈은 탈출이 아닌 다른 장소로 순간이동하는 장치였다는 것이다.

오 씨도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감마맵 버전에서도 탈출 기능은 없었다며 넥슨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애초에 <P3>는 배틀로얄 장르로 개발 중이었고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로 방향을 변경하자는 논의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또한 실질적으로 플레이가 이뤄지는 영역 밖에서 캐릭터의 상태나 획득한 장비를 확인할 수 있는 ‘아웃 게임’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김 씨는 아웃 게임 개발 이전에 <P3>의 개발이 중단되었다고 주장하였으며, 아이언메이스 측은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에서 아웃 게임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로 탈출 시스템이 구현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의 플리마켓이 대표적인 아웃 게임의 예시다.

# 쟁점 2. <P3>의 개발 중단, 누구의 책임인가?

<P3>의 개발이 중단된 결정적인 원인이 무엇이냐에 대한 논쟁도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한쪽은 최주현 팀장의 이탈을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고, 다른 한쪽은 최주현 팀장의 뒤를 이어 <P3>팀의 디렉터직을 맡은 곽민호 디렉터를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넥슨 측의 입장은 전자에 해당한다. 김 씨는 “최주현 팀장이 퇴사 전부터 팀원들과 외부 투자와 지분 분배에 관해 이야기했다”며, “해고 직전에는 팀원 전원을 면담하면서 노트북으로 엑셀 시트에 작성된 직원들의 지분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최주현 팀장이 외부 서버에 <P3> 관련 리소스를 유출하고 동료들에게 퇴사를 권유한 사실이 확인되어 징계 해고를 당한 뒤, 그를 따르던 개발자들도 연이어 회사를 떠났다. 넥슨 측 변호인은 <P3>팀에 있던 프로그래머 직군 개발자 4명이 모두 회사를 떠나 아이언메이스로 이직했고, 이로 인해 <P3>팀은 사실상 개발력을 상실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넥슨 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후 김대훤 당시 부사장은 어떻게든 프로젝트를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증인 김 씨에게 후임 디렉터직을 권유했으나 김 씨는 이를 사양했고, 물색 끝에 당시 <서든어택>을 담당한 경험이 있던 곽민호 디렉터가 <P3>팀의 새로운 디렉터 자리를 맡게 됐다. 하지만 이미 핵심 개발자들이 빠지면서 기존 리소스를 사용하기는 어려운 상황, 결국 익스트랙션 슈터라는 장르를 살리는 쪽으로 <프로젝트 P7>(이하 P7)로 개발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아이언메이스 측은 최주현 팀장의 이탈이 <P3> 개발 중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오 씨의 증언에 따르면, 최주현 팀장 이탈 이전부터 <P3>의 개발은 난항을 겪고 있었다. 멀티플레이 구현에 필요한 서버 프로그래머는 한 명도 없었으며, 이 외에 여러 영역에서 개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넥슨 내부 결정으로 프로젝트 진행 상황과 무관하게 얼리 엑세스 출시 논의가 이뤄졌고, 최주현 팀장은 수차례 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어 오 씨는 최주현 팀장 이탈 이후 선임된 곽민호 디렉터가 일방적으로 <P3>의 개발을 중단시켰다고 증언했다. 당시 팀 내부에서는 <P3>의 개발을 이어가려는 의사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곽민호 디렉터는 관련 논의 없이 멕시코 카르텔을 소재로 한 현대 배경의 FPS인 <P7>로 개발 방향을 바꾸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지금의 사태에 이르게 됐다는 주장이다.

넥슨이 개발 중이었던 <프로젝트 P3>와


아이언메이스가 출시한 <다크앤다커>

# 오 씨, “최주현 이사의 리소스 외부 유출 사실 알지 못했다”

이어지는 오 씨의 신문 과정에서는 이번 재판의 주요 혐의 중 하나인 <P3> 리소스의 외부 서버 유출에 대한 신문도 진행됐다.

재판에서 드러난 정보를 종합하면 최주현 이사는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전사적 차원의 재택근무가 이뤄지던 시기였던 2020년 10월 넥슨이 외부 서버 사용 금지를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천 개 이상의 리소스 파일을 자신의 개인 외부 서버로 무단으로 반출했다. 넥슨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그는 사내 메신저에서도 직원들에게 외부 서버를 통해 <P3> 개발에 필요한 자료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 씨는 “최주현 이사가 전달한 링크를 통해 자료를 공유 받았을 뿐, 그것이 외부 서버를 통해 전달되었는지는 당시에 알지 못했다. 재직 당시에도 최주현 이사의 혐의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해고 이후 감사를 통해 이를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넥슨 측 변호인은 “오 씨는 아이언메이스 설립 직후 넥슨에 퇴직 사유를 거짓으로 밝힌 뒤 곧바로 아이언메이스에 합류한 인물로, 현재 회사 주식의 1%를 보유한 이해관계자”임을 지적하며 해당 주장의 신빙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재판 직후 넥슨은 “본 사건을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콘텐츠 업계의 생태계와 건전한 경쟁 문화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매우 엄중하게 소송에 임해왔다. <P3>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 행위, 저작권 침해 행위, 성과물 도용 행위 등이 제대로 소명되어 다시는 이러한 부정행위가 반복되지 않고 공정한 경쟁 환경이 보장될 수 있도록 그에 부합하는 판결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이언메이스는 “<다크앤다커>는 아이언메이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창작물이다. 재판 과정에서 소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창작의 자유와 청년 창업의 기회를 침해하며 공정한 경쟁 질서를 위협하는 대기업의 부당한 행태에 굴하지 않고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앞서 2022년 1월 20일과 2023년 3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아이언메이스와 관계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관련 전문 기관을 통해 <다크앤다커>와 <P3>의 소스 코드 대조 및 검증, 저작권 관련 감정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아이언메이스는 “수사기관이 <다크앤다커>가 넥슨의 <P3> 관련 자료를 기초로 개발되었다는 넥슨의 을 인정할 수 없어 ‘혐의 없음’, 즉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넥슨은 “아이언메이스 직원 신분으로 부정행위를 한 현 씨는 영업비밀 부정 사용, 저작권법 위반에 대해 송치됐으며, 현 씨 외에도 최 씨와 이 씨의 경우 영업비밀 누설과 업무상 배임 혐의가 인정되어 모두 송치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재판의 판결은 내년 2월 13일 선고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