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많이 준비해야 합니다. 명확한 타겟 마케팅과 RPG 스타일의 현지화로 승부수를 띄워야 합니다.”
지난 27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세계 게임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일본 온라인게임시장 진출 전략을 발표한 퍼스트핸즈의 김신 대표(오른쪽 사진)는 위와 같이 밝혔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 콘솔 시장의 몸살, 소셜게임의 성장
급속하게 변하는 일본 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은 더 이상 PC의 전유물이 아니다. PC 온라인게임은 하나의 장르일 뿐이다. PC 기반 개발 환경에 익숙한 한국 업체의 향후 5년이 위험하다.
현재 일본에서는 콘솔 게임의 온라인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의 게임시장 진출, 마케팅 전문그룹의 소셜게임(SNG) 진출, 웹 게임시장의 형성 등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고, 이를 통해 인수 합병과 플랫폼 확장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주력 산업인 콘솔 업계에도 태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Wii가 나름 선전하고 있고 온라인 기능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저연령층 감소, 북미 시장 고전과 일본산 게임에 대한 비선호 현상 심화 등 여러 이유로 콘솔 플랫폼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결국 콘솔 개발사들은 매출이 감소하며 인수합병 등의 몸살을 앓고 있다. 또, 신규 IP가 아닌 제작 비용이 적게 들거나 시리즈물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톱6 개발사 중 스퀘어에닉스만이 전년 대비 매출이 상승했을 뿐,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콘솔 게임 개발사들도 통합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PC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실패한 많은 기업들이 웹게임이나 소셜게임 개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일본 소셜게임 시장 규모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SNS를 기반으로 회원 확보에 성공한 기업들이 게임시장에 뛰어들었다. SNS 플랫폼에서 가장 좋은 유료 모델이 소셜게임이기 때문이다.
2008년 4억5,000만 엔(약 60억 원)이었던 일본 소셜게임 시장 규모는 2009년 338억 엔(약 4,550억 원), 2010년 747억 엔(약1조70억 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는 1,171억 엔(약 1조5,780억 원) 정도의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 SNS 업체의 현황. 최근 모바게타운과 야후가 제휴하며 이슈를 끌었다.
■ 고수익 기록하는 웹게임의 성장, 자본 쏠림의 우려
일본 웹게임 시장은 2009년 <칠용전설>을 시작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100여 개의 웹게임이 서비스되고 있는데, 중국산 게임의 경우 일본 현지화가 거의 불가능해 일본에서 만든 웹게임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브라우저 삼국지>는 월매출 2억 엔(약 27억 원), <전국 이쿠사>는 월매출 3억 엔(약 4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 달 전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고 유저가 7만 명 정도에 월매출 6,000만 엔(약 8억 원)을 기록하는 게임도 있다.
이처럼 웹게임과 소셜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PC 기반 온라인게임에 실패한 일본 업체들을 자극하고 있다. 이러다가 일본의 자본이 대부분 소셜게임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 명확한 타겟 마케팅, RPG 스타일의 현지화
2010년 일본 PC 온라인게임 시장은 1,300억 엔 규모로 매출은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일본 클라이언트 다운로드 온라인게임의 유저 성향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고정되고 있다. 반면, 신규 유입이 적극적인 소셜게임 시장은 새로운 유저들을 꾸준히 흡수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클라이언트 온라인게임 시장은 매력적이다. 높은 ARPU(가입자당평균매출액)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한국 기업들에게 좋은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일본 온라인게임 유저 중 95%가 남성이기 때문에 이들을 타겟으로 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모 게임은 23~39세의 남성을 타겟으로 잡았는데, 유저는 2,000~4,000여 명이지만 월매출은 평균 2,000만 엔(약 2억6,000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유저 수는 적지만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일본 온라인게임 유저들은 주로 이런 성격을 띠고 있다.
먼저 일본 유저들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클라이언트 게임의 80% 이상이 RPG인 만큼 RPG 중심의 유저층이 형성돼 있다. 유저들은 스토리와 커뮤니티에 집착하고, 퀘스트나 전략적인 부분이 재미 없으면 정착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번 빠지면 전략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거의 책 수준으로 만들 정도로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일러스트는 반드시 현지화해야 하고, 경쟁을 싫어하는 유저 특성이 있는 걸 감안해야 한다. PK 시스템은 일본에 들어올 때 삭제하는 게 좋다. 특히 뒤치기는 금기시 돼 있다.
일본에 진출할 때는 라이선스를 판매하거나 직접 서비스하는 방법이 있는데 라이선스를 판매할 땐 갖고 있는 게임의 장르를 어디와 누굴 타겟으로 했냐에 따라 퍼블리셔를 잘 선택해야 한다. 퍼블리셔마다 다른 유저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최근 생겨난 신생 업체가 없어서 잘못 만나는 경우는 없다. 어떤 업체를 만나도 상관없지만 생긴지 4~5년이 넘은 업체라면 괜찮다. 그중 티저 페이지와 웹 전략을 잘 펼치는 업체가 좋다.
일본 업체와 퍼블리싱하려면 이 항목들을 잘 살펴봐야 한다.
직접 서비스하거나 운영 대행사에 맡기는 방법도 있는데, 자사 게임이 어떤 장르이며 한계는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본에서는 RPG 외에는 성공하기가 힘들다. RPG가 아닌 장르라도 ‘RPG스럽게’ 현지화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퀘스트를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소셜 기능을 완비하고 현지화 인력과 노하우 인프라, 마케팅과 과금을 위한 현지 사무소나 법인이 있어야 한다. 서버는 한국에 둬도 괜찮다. 참고로 일본은 인력 수급이 어려운 시장이므로 조직을 미리 세팅한 뒤 현지화를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 세계관 제시와 랜딩 페이지의 중요성
한국 게임들은 보통 세계관을 한두 장 정도로 간단하게 작성하고 보여주는데, 일본에선 적어도 10~15 장 이상을 보여주고 있는대로 표현하는 게 좋다. 그러면 유저들은 그것에 빠지고 세계관에 맞는 캐릭터를 고른다. 그에 맞는 일러스트의 현지화는 물론이고, 한국보다 목표 연령을 높이고 일본의 문화코드도 도입해야 한다.
RPG 장르의 경우 북미형과 일본형이 있는데, 북미는 자유도가 너무 높아 일본 유저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일본형은 자유도가 낮고 스토리를 따라가다가 끝을 본뒤 눈물을 흘려야 하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에는 끝이 없으니 에피소드 형태로 구성해 패치할 때마다 감성적인 부분을 어필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그리고 일본에서 정통 무협은 성공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이를 어필하려면 ‘오리엔탈 판타지’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판타지에 이입시키고 이질감이 느껴지는 요소들을 제거해야 한다. 퀘스트를 강화하고 감정이입 요소인 일러스트나 성우 등을 보강하고 MO 게임인 경우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차별화를 강조하는 등 MMO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일본에서 온라인게임은 서비스 마케팅이고, 웹이야 말로 일본 시장 공략의 가장 중요한 전략승부처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랜딩 페이지를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광고 비용 절약과 유저 정착이 좌우된다. 여기서는 너무 많은 정보를 보고 고민하지 말게 해야 한다. 한국같이 천편일률적 방식은 꼭 탈피해야 한다. 고기를 잡을 때 그물째 던지지 말고 특정 종류를 낚을 낚시대를 던지는 전략를 써야 한다.
일본 게임에서 주로 사용하는 랜딩 페이지. 최근 일부 한국 게임에서도 쓰이고 있다.
■ 갓챠 방식의 아이템 판매, 유저 의견 청취
일본에서 광고로 유입되는 유저는 25% 뿐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광고보다 유저들이 좋아할 소재 쪽으로 강조하면서 티저 페이지와 언론 대응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 만약 광고를 진행한다면 일본 온라인 매체보다는 만화 잡지나 케이블TV를 추천한다.
아이템 판매 전략도 중요하다. 보통 판매 전략은 ‘갓챠’라고 불리는 뽑기 방식인데 한국과 달리 일본은 이에 대한 법적 제한이 전혀 없고 매출이 상당히 높아 추천한다. 그 외에도 복주머니 같은 이벤트성 판매나 프리미엄이나 세트 아이템, 한정판매 등도 효과가 좋다.
일본 유저들은 메일이나 자유게시판에서 건의하거나 항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면 유저 동향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식 게시판을 마련하거나 돈을 투자해 전국 각지의 유저들을 초대해 이벤트를 열어 그 자리에서 앙케이트를 진행하거나 FGT를 진행하는 방법이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결제 부분인데, 자금결제법을 주의해야 한다. 일본에선 사이버머니를 구입해야 아이템을 살 수 있다. 구입 시점에서 6개월 동안 남은 잔액이 1,000만 엔을 넘으면 남은 금액의 50%를 정부에 예탁하는 법이 있다. 이는 환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통 6개월이 지나면 머니를 소멸시킬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게 좋다. 또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때 까다로운 심사 절차에 당황하지 말고 요구사항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 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