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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e스포츠 종주국"이라더니? 갈수록 어두워지는 e스포츠 산업

2024 e스포츠 실태조사 발표

김승주(사랑해요4) 2025-01-21 15:31:19
"다양한 자료들은 e스포츠 산업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게끔 한다."

1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3년을 기준으로 조사한 '2024 e스포츠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2023년 기준 e스포츠 산업 규모가 2,5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7.8% 성장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산업의 다양한 어려움이 나타났으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았다.

연구진이 분석한 e스포츠 산업의 어려움은 ▲게임단의 수익성 개선 문제 ▲종목사의 투자 감소 ▲새로운 투자자의 등장으로 인한 한국의 산업 영향력 감소 우려다. 연구진은 위와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산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 '뉴페이스' 없는 e스포츠, 종목사 투자도 줄어간다

- 게임단의 수익성 문제

실태조사는 게임단이 투입한 예산 규모가 커졌음에도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2023년 실태조사에서도 게임단의 수익 부분은 문제로 제기됐던 바 있다.

게임단의 투자 금액은 2023년 기준 1,115억 원으로 지난 2020년의 528억 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은 정체됐다. 가장 매출액이 큰 T1의 경우 2023년 기준 매출액은 328억원으로 2022년 대비 44.4% 증가하였으나 비용 또한 24.1% 증가한 448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적자폭을 줄였음에도 120억 원 손실로 나타났다. 

'디플러스 기아' 팀을 운영하고 있는 에이디e스포츠의 경우에는 2023년 기준 매출액 92억원, 영업이익 –62억 원을 기록했다. 농심레드포스는 매출액 30억 원, 영업이익 -37.2억 원으로 대규모 게임단 뿐만 아니라 중소규모 게임단의 경우에도 지속적인 적자 상태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 규모'는 성장했으나, 이는 가장 비중이 큰 '게임단 예산'이 늘어난 것임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 게임단의 예산 규모 증가는 곧 지출 증가를 의미한다. 올해 게임단 예산은 1,115억 원으로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의 43.4%를 차지했다.  실태조사는 "정량적 수치 증가의 단순 해석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2023년 종목사 매출 구성을 전년도와 비교해보면 스폰서십/광고 매출은 94.0억 원에서 116억 원까지 증가했으나, 중계권 매출은 9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감소했다. 티켓 매출은 15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소폭 증가하였다. 게임단의 주요 수익원인 상금의 경우 전년 대비 12% 감소한 190억 원으로 집계됐다.

종목사의 매출이 줄어들고, 대회 수가 감소하며 상금 역시 같이 줄어들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 종목사의 투자 감소 

실태조사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라이엇 게임즈 등 글로벌 종목사와 넥슨 등 국내 종목사의 투자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았다. 가령 블리자드는 2024년 1월 대규모 인원 감축을 진행하며 e스포츠 부서 인원 다수를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2023년 10월에는 오버워치 리그를 종료하고 e스포츠 구조의 개편을 진행한 바 있다.

넥슨의 경우 <카트라이더의> 후속작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출시 이후 2023년 새로운 리그를 시작하였으나, 2024년 흥행 부진으로 인한 대규모 게임 패치를 준비하면서 무기한 연기한 연기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몇몇 팀이 해체되는 등의 악재도 겹쳤다. <카트라이더> e스포츠를 대표하는 선수인 문호준은 중국 리그로 무대를 옮겼다.

실태조사에서 언급된 내용은 아니나, 최근 e스포츠에 새로운 종목이 없다는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도 국내 e스포츠는 <LoL>과 <발로란트>, <배틀그라운드>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한 때 <오버워치>가 흥행세를 타고 이를 위협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리그가 해체되고 구조가 재편되며 힘이 떨어진 상태다.

<LoL>이 처음 국내 e스포츠 업계에 두각을 드러냈을 때처럼, 새로운 유망 종목이 발굴되고 방송사나 플랫폼이 이를 밀어주며 새로운 산업 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이제 보기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e스포츠가 유망 산업으로 취급받던 시절 다양한 종목으로 팀을 늘려 나갔던 프로 팀들이 재정 악화가 겹치며 한꺼번에 팀을 해체하기도 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 한국의 e스포츠 산업 영향력 감소​ 우려

실태조사는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는 시점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감소될 수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예상되는 어려움이라 봤다. 가령 2024년 e스포츠 월드컵을 개최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총상금 6,000만 달러(약 830억 원)을 투자하면서 국제 스포츠기구인 IOC와 발을 맞추고 있다. 

실태조사에서 언급된 내용은 아니나, e스포츠 월드컵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높은 상금 책정으로 인해 참가 팀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몇몇 구단은 e스포츠 월드컵 종목 참여를 위해 새롭게 창설했던 종목 팀을 현재도 유지 중이기도 하다. 국내 팀 T1은 <LoL> 종목 초대 우승을 차지하며 e스포츠 월드컵에서 111만 명의 동시 시청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연구진은 국제표준화기구(ISO)에 e스포츠 표준화 제안서를 제출한 중국도 무시할 수 없다고 보았다. 중국은 2024년 초 제안서를 제출하고, 올해 5월 국제표준기구 투표를 거쳐 공식 승인을 받아 실무그룹을 만들고 의장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e스포츠의 표준 정립에 있어 중국이 매우 유리한 지점을 차지한 것이다.

보고서에 나온 내용은 아니나, 중국은 지난 12월 진행된 '2024년 중국 e스포츠 산업연차총회'에서 중국 연구진은 자국의 e스포츠 매출액이 27억 6,800만 위안(약 5조 4,700억 원)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중국 e스포츠는 계속해서 해외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 대한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2024년 e스포츠 월드컵에서는 중국의 게임이 공식 종목으로 다수 선정됐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성장한 자국 e스포츠 산업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2024년 중국 e스포츠 산업연차총회가 진행되는 모습 (출처: 중국음상여수자출판협회)


# 무엇을 해야 하나?


-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 마련

연구진은 국내 e스포츠 산업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역별 e스포츠 상설경기장 사업과 e스포츠 지역연고제의 도입은 아주 중요한 정책이며 효용성과 실현 가능성을 잘 검토해야 한다고 보았다.

효용성은 경제적 측면에서의 효용성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e스포츠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수익구조가 단순하고 종목사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연구진은 "게임단들의 자체 수익구조가 단순하고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의미인데, 경기장 입장 수익이 매우 적다는 것이 가장 첫 번째로 지적되어야 할 부분이다"고 했다.

야구 등 한국에서 자리를 잡은 프로 스포츠의 운영 근간은 입장 수익이다. 2024년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경우 출범 후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넘어서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이를 통해 입장 수익은 총 1,593억 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e스포츠 경기장은 450석 전후 규모에 불과하고, 지역마다 경기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지역경기장도 500석 규모를 넘지 않고 있다.

<LoL> 리그가 진행되는 롤파크부터 450석 규모다

연구진은 "프로야구 경기장처럼 만 석~이만 석 이상의 대규모 경기장이 e스포츠에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 입장권 수익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e스포츠 경기장들은 이와 같은 경제성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상태로 건설되었다는 점이 아쉽다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진은 한계 극복을 위해 2024년 6월 T1이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진행한 LCK 홈스탠드 경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T1의 홈스탠드 경기는 7,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일반 e스포츠 경기에서 유명 팀이 가진 관객 동원 잠재력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향후에는 T1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게임단이 홈스탠드 개최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여지며, 이러한 노력들이 게임단의 수익 개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진행됐던 T1 홈그라운드 경기 (출처: T1)


- 자체 브랜드 역량 강화 지원​

연구진은 두 번째로 '국내 자체 브랜드 e스포츠 종목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LoL>이 가장 글로벌 인기가 있고 국내 팀의 영향력이 매우 크지만, 해외 게임이기에 국내 영향력 확대에 한계가 존재하며 14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 지속성에 대한 의문도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인도 등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가 있으나, 이미 글로벌 인기를 토대로 리그를 잘 운영하고 있고, 게임 특성 상 정책적인 지원이 어려울 수 있고 보았다. 따라서 비교적 소규모 종목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게임 중 정책적인 지원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상을 선정하고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연구진은 예시로 <카트라이더> 시리즈와 <이터널 리턴>을 들었다. <카트라이더>는 직관적인 경기 양상으로 긴 생명력을 보이며 높은 인기를 유지했던 바 있다. <이터널 리턴>은 지역 상설 경기장과 적극적인 협약을 맺고 광주 슬래셔, 경기 이네이트 등 지역과 연계된 게임단들이 창단됐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보았다. <이터널 리턴>은 게임사의 지자체 설득을 거쳐 자체적인 지역연고 리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터널 리턴> 지역연고대회 '네셔널 리그'에서 초대 우승을 차지한 경기 이네이트 (출처: 경기콘텐츠진흥원)


- 콘텐츠 영향력 확대를 위한 지원​

연구진은 e스포츠 콘텐츠의 성장 지원을 위해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기존에는 OGN, MBC게임 등 케이블 채널에서 콘텐츠가 상시 송출되면서 자연스럽게 e스포츠를 접하는 시청자가 많았으나 현재는 그러한 환경이 성립되기 어렵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국산 종목의 영향력 확대도 매우 어려워진 실정이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서 치지직, 숲과 같은 국내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한 대표 e스포츠 채널의 홍보, 숏폼 영상의 적극적인 제작과 배포, 커뮤니티를 활용한 바이럴 등 다양한 홍보 전략이 복합적으로 진행되면서, e스포츠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연구진은 e스포츠 자체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e스포츠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홍보가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보았다. 연구진은 2023, 2024 롤드컵에서 T1이 연속 우승하면서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고난, 시련과 극복 등의 서사가 주목받고 있는데, 다양한 어려움을 모범적으로 극복해온 대표 선수의 이야기를 통해 e스포츠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바람직한 문화형성을 위해 활용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진은 "e스포츠 산업은 높은 주목도에 비해 아직까지도 안정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지속적인 과도기를 겪고 있다"라며 "변화의 끝에서 보다 큰 과실을 맺기 위해서는 정부의 시기적절한 지원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국내 e스포츠의 위상이 강화된다면 더욱 긍정적인 영향력을 통해 경제적, 문화적으로 사회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주에서 진행된 2024 lck 서머 결승전 (출처: 라이엇 게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