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미에 진출한 한국 게임업체들이 안팎으로 여러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네트워크와 자본을 앞세운 현지업체의 도전은 가장 큰 위협이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게임업체들은 모두 다 비슷비슷하다. 게임도, 직원들도, 업체 색깔조차도 비슷하다. 차별화가 필요하다.” DFC인텔리전스 연구원 윤인선씨의 말이다.
1월 27일 서울 학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2011년 세계게임시장전망 세미나에서 북미 게임시장 전망에 대해 강연한 윤인선 연구원의 말을 옮겨보았다. / 디스이즈게임 황성철 기자
■ 2010년 전세계 게임시장, 예상 밖의 선전
DFC 인텔리전스 측은 2010년 세계 게임시장이 예상보다 선전했다고 내다봤다. 윤인선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경기침체, 콘솔시장 침체로 최악의 상황,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했으나 2010년 결산 결과 전세계 게임산업 매출은 총 640억 달러로 2009년의 630억 달러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2006년에서 2008년까지 계속까지 계속해서 성장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2009년부터 세계 경기침체로 630억 달러에 그치고 2010년 역시 거의 제자리로 결산됐다.
DFC 측은 이러한 트렌드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2011년에도 계속 마이너스에 가까운 성장을 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콘솔 시장에서는 새로운 하드웨어의 출시는 없었으나 키넥트와 같은 모션 컨트롤 방식의 디바이스가 각광을 받았다. 특히 스마트 디바이스 및 소셜게임이 큰 주목을 받는 한 해였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반지의 제왕 온라인>이 부분유료화(F2P) 요금체제로 전환한 것이 주목할 만하다.
또한, 전체 게임 매출에서 피씨게임의 비중이 많이 늘었다. 전체 파이 중 콘솔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다른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 F2P 게임, 북미에선 아직도 신생시장
윤인선 연구원은 북미에서 F2P는 아직 신생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F2P 게임들이 초기에 저퀄리티의 콘텐츠와 미흡한 운영으로 좋지 않은 인식을 줬기 때문에 현재도 그런 부정적이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북미 게이머들은 이러한 인식 때문에 F2P 게임에 지갑을 여는 것을 꺼린다.
그러나 최근 한국업체들의 경우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를 중심으로 북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다양한 게임들이 F2P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그러한 부정적인 반응이 옅어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DFC 측이 2010년 1~2월 북미 유저 2,6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장의 분위기가 많이 호전됐다. 게임 내 아이템을 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고 재구매 비율도 상승했다고 조사됐다.
F2P 게임에 대한 게이머들의 인식이 점차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북미 현지에서 F2P 게임들을 서비스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몰려있다. 2006년에서 2008년까지 한국 게임사들이 북미로 진출 러시를 이어갔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회사들의 약진이 도드라진다. 대표적으로 퍼펙트월드, 텐센트 창유, 더나인과 같은 대형 업체들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회사가 아시아계 게임사다. 이중 가장 선두에 서 있는 기업은 넥슨이다. 2009년 4,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한 <메이플스토리>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으며 어느 정도 대표 자격을 띄고 있다.
■ 국내업체들 왜 어려움을 겪고 있나?
윤인선 연구원은 한국 게임들이 모두 다 비슷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마케팅은 물론 기업 성격도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좁은 풀(pool)에서 게임을 가지고 와 경쟁을 하다 보니 어려움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한, 결제 수단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다. 몇 가지 솔루션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어 차별화가 미흡하다. 결제 사기가 빈번한 신용카드가 여전히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빈번한 해킹도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의 경우 해킹의 동기는 주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국은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경우가 많아 대조적이다. 특히 북미의 경우 신원인증절차가 이메일 주소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해킹에 취약하다. 선도업체의 경우 내부 팀을 동원하여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마케팅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도 익히 알려진 문제다. 북미의 경우 굉장히 다양한 인종과 넓은 지역 때문에 광고의 효과가 제한적이다. 타겟 유저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게임 홍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 북미 업체들의 시장 진입은 커다란 위협
북미 게임업체들이 이미 장악하고 있는 브랜드와 시장 영향력도 무시 못할 문제다.
윤인선 연구원은 미국에 진출한 국내 게임업체 중 눈에 띄게 잘하고 있는 회사들이 없다고 지적했다. 만약 미국 현지 회사가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때 자본 및 타이틀에서 밀리는 국내 업체들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을까 하는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특히 대기업들이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남아있는 회사들이 도태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은 걱정이다. 윤인선 연구원은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F2P 시장에 들어왔을 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네트웍을 동원해 한번에 시장을 장악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막강한 브랜드로 무장한 디즈니나 타임 워너 그룹이 F2P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목할 회사는 <던전앤드래곤스 온라인>을 2009년 F2P로 전환한 터바인(Turbine)이다. 2009년에 요금체계를 바꾸고 나서 매출이 3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 후 <반지의 제왕 온라인>도 F2P로 모델을 바꿨다. 이러한 선례가 다른 업체들의 시장 진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아직 나머지 북미 현지업체들의 반응은 미동적이다. 현재까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곳이 디즈니나 EA정도다. THQ는 바른손 게임의 타이틀을 퍼블리싱하다가 철수했다. 아직까지는 시장을 테스트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여러 비즈니스 모델 가운데서 위험 분산(Risk Hedge)의 형태로 F2P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 북미 F2P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 북미 지역 F2P 시장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 윤인선 연구원은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소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북미에서는 웹게임 및 SNG같은 경우가 굉장히 유명하다. 윤인선 연구원은 이 같은 게임들이 잠재 수요를 불러 일으켜 클라이언트 기반 F2P 게임에 대한 진입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어린 계층의 경우 F2P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사라진 상황이다. 앱 및 소셜 게임이 많이 보급되면서 성인층에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빅 히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F2P 시장에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가 어린이들 가운데서 큰 인기를 얻은 후 별다른 이정표가 나오지 않았다. 현재 시장이 정리가 되지 않고 어수선한 상황으로 현지 업계에서도 블록버스터가 나와 시장을 정리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고 한다.
■ 한국업체, 차별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
분명한 것은 현재 북미에서 F2P 방식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느리지만 그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DFC 측은 2010년에는 F2P 게임시장이 4억 6,600만 달러 규모를 기록하고 연평균 34% 성장하여 2015년에는 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은 기존 게이머가 아닌 새로운 수요층을 흡수에 기반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 <메이플스토리> 이후의 빅히트 타이틀이 꼭 필요하다.
F2P 게임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보다 효과적인 시장 엔트리 전략이 필요하다.
북미 현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자본과 브랜드를 결합한 게임업체가 F2P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면 이는 현재 지지부진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업체들에게 크나큰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다. 차기 빅히트 타이틀이 어디에서 나오는 가도 이러한 경쟁에 쐐기점을 박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한국 업체들이 북미 현지 업체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차별성이다. 그것은 콘텐츠 그 자체가 될 수도 있고 서비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윤인선 연구원은 북미에 진출해 있는 한국 업체 뿐만 아니라 새로 진출할 업체는 어떻게 차별화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