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보>는 신작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레보>의 계보는 2006년 아케이드로 출시된 <버추어 파이터 5>에서 시작됩니다. 2010년 해당 작품을 대대적으로 개선한 ‘파이널 쇼다운’ 버전이 출시됐고, 이를 리마스터한 타이틀이 2021년 PS4로 출시된 <버추얼 파이터 5 얼티밋 쇼다운>(이하 얼티밋 쇼다운)입니다. 그리고 이걸 PC로 이식한 것이 <레보>죠. 말하자면 19년 전 게임을 고치고 또 고쳐서 만들어진 작품인 셈입니다.
<얼티밋 쇼다운>에서 <레보>로 나아가는 과정에서도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원활한 온라인 매치를 위한 롤백 넷코드가 추가됐고, 대대적인 캐릭터 밸런스 조정도 이뤄졌죠. 원작인 <얼티밋 쇼다운> 버전에도 동일한 업데이트가 적용됐습니다. PS 이용자와 PC 이용자 사이의 크로스 플레이가 안되는 부분은 아쉽지만, 확실히 아시아권 이용자와 플레이할 때는 핑 문제가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네트워크 연결은 쾌적했습니다.
출시 전부터 이번 작품에 기대를 거는 이용자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버추어 파이터>라는 시리즈를 오랜만에 다시 만나볼 수 있어 반갑다는 이들도 있고, 기존 격투 게임에 실망한 이들은 새로운 즐길거리를 찾았다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여러 격투 게임을 즐겨왔지만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는 경험해보지 못한 기자는 이 시리즈가 왜 명작으로 평가받는지 궁금했는데요. 시리즈의 입문작으로서 <레보>는 어떤 작품인지 직접 체험해본 소감을 여러분께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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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보>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독특한 조작 체계일 것입니다.
<레보>는 별도의 버튼을 눌러 가드하는 ‘버튼 가드’ 조작을 채택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레버 가드’ 조작과는 차이가 있죠. <철권>이나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다른 격투 게임을 주로 플레이했다면 아마 이 부분이 가장 낯설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레보>는 공격 관련 조작에서도 다른 시리즈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펀치와 킥을 강도 내지는 좌우로 세분화한 다른 게임과 달리, <레보>에는 단 하나의 펀치와 킥만 존재합니다. 앞서 소개한 가드 버튼을 포함하면, 총 3가지의 버튼만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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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킥, 그리고 가드까지 총 3가지 버튼만 있으면 이론적으로는 모든 조작이 가능합니다.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의 개발 총괄을 맡은 아오키 세이지 프로듀서는 이를 두고 “다른 격투 게임과 비교하면 매우 심플하고 간단한 조작”이라 말했는데요. 언뜻 보면 그럴듯하지만, 막상 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레보>는 버튼의 수가 적은 대신, 버튼의 조합으로 다양한 조작을 구현합니다. 예를 들어 펀치와 가드의 조합은 잡기 기술 커맨드로 활용되고, 펀치와 킥 조합과 킥과 가드 조합은 각각 새로운 유형의 펀치와 킥 공격 커맨드로 활용되죠. 펀치, 킥, 가드 3버튼의 경우 쓰임새가 무궁무진합니다. 각 캐릭터의 시그니처 기술의 커맨드로 쓰이기도 하고, 다운 시 빠른 기상을 위한 낙법과 횡이동 중 적에게 빠르게 접근하는 ‘오펜시브 무브’의 발동 커맨드이기도 합니다.
게임 내 단축키 설정을 활용하면 이 같은 버튼 조합을 하나의 키에 배정해 사용할 수 있는데요. 여러 버튼 조합이 수시로 입력되어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이 키 배정을 반드시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기본 3버튼에 버튼 조합 4가지까지 더해 총 7개 버튼을 사용하게 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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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여러 버튼 조합을 요구하는 기술이 상당히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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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조합을 별도 키에 배정하는 경우를 고려하면 사실상 7개 버튼이 쓰이는 셈이죠.
이 3버튼 조작 체계에서 비롯된 <레보>만의 독특한 특징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확실하게 구분된 공격과 방어입니다.
흔히 격투 게임을 턴제 게임에 빗대어 표현하곤 합니다. 실시간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전투 속에서 두 플레이어가 자신의 턴을 잡고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는 방식이 턴제 게임과 유사하기 때문인데요.
<레보>에서는 버튼 가드 시스템으로 인해 다른 게임에 비해 공격과 방어의 차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레버를 뒤로 당기거나 중립에 두는 것보다는 가드 버튼 입력을 유지할 때 방어 중임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고, 캐릭터가 가드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보고 시각적으로도 방어 중임을 인지할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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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 버튼의 존재 덕분에 공격과 방어의 전환이 확실하게 체감됩니다.
물론 상대도 가드 자세를 보고 상대가 방어 중임을 파악할 수 있죠.
물론 상대도 가드 자세를 보고 상대가 방어 중임을 파악할 수 있죠.
여기에 특유의 잡기 시스템을 더하면 <레보>만의 공방이 완성됩니다. <레보>의 잡기는 다른 게임에 비해 굉장히 빠른 편입니다. 소위 ‘짠손’이라 불리는 펀치보다도 발동이 빠르죠. 잡기는 상대의 가드를 깨는 데 효과적이지만 반대로 적이 공격 중일 때는 절대 발동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공격과 방어, 그리고 잡기는 마치 가위바위보처럼 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격은 방어에 약하고, 방어는 잡기에 약하고, 잡기는 공격에 약합니다.
이 상성을 중심으로 공방에서는 상대의 수를 예상하고 이에 대응하는 수를 던지는 심리전이 펼쳐지게 되는데요. <레보>의 심리전은 다른 게임에 비해 치밀하고 복잡합니다. 공격 도중에는 언제든 연타 사이에 잡기가 들어갈 수 있고, 방어 중에는 상대가 도중에 잡기를 쓸 수 있음을 계속 의식하면서 대응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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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기는 방어 중인 상대에게 효과적이지만, 반대로 모든 공격에 취약합니다.
10프레임인 잡기가 먼저 시전됐음에도 12프레임인 펀치가 먼저 적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0프레임인 잡기가 먼저 시전됐음에도 12프레임인 펀치가 먼저 적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상술한 3버튼 조작과 특유의 공방 시스템은 입문자에게 확실히 어려운 영역으로 느껴졌습니다. 여러 격투 게임을 꾸준히 즐긴 기자도 적응하는 데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됐을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튜토리얼에서 위 내용을 꼼꼼하게 알려주긴 하지만, 정위치·역위치 같은 세부 시스템에 대한 안내는 부족합니다.
최근 많은 격투 게임 시리즈가 진입 장벽을 완화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입문자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조작법을 추가한다든지, 온라인 대전 외에도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아쉽게도 <레보>에는 진입 장벽을 완화하기 위한 콘텐츠가 부족합니다. 현재 존재하는 콘텐츠는 온라인 매치와 룸 매치, 토너먼트, 트레이닝, 아케이드 모드, 로컬 매치 모드로, 이 중 다른 플레이어와 대전 없이 진행되는 모드는 트레이닝과 아케이드 모드뿐입니다. 이미 20년 전 출시된 게임의 리마스터 버전인 만큼, 온라인 매치에는 입문자보다는 기존에 게임을 충분히 익힌 숙련자들이 많습니다. 결국 입문자는 게임에 적응하는 동안 트레이닝 모드와 아케이드 모드를 전전할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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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역시 끊임 없는 아케이드 수련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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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스테이지의 보스 '듀랄'까지 처치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물론 온라인 매치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해집니다….
물론 온라인 매치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해집니다….
이 외에도 사소한 부분이긴 하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의 한정된 범위도 아쉬운 점입니다. 캐릭터별로 4가지 타입의 의상이 구현되어 있습니다만, 캐릭터와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코스튬도 없고 상의 부분은 선택한 타입의 디자인의 팔레트 스왑 코스튬만 선택이 가능합니다.
<용과 같이>, <철권 7> 컬래버 코스튬과 초기 <버추어 파이터>의 폴리곤 코스튬, <버추어 파이터> 30주년 기념 수영복 코스튬도 선택이 가능하지만, 해당 코스튬은 커스터마이징은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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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터마이징은 캐릭터별 4가지 타입 의상 중 하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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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위는 모든 타입이 공유되지만 상의는 해당 타입 디자인의 팔레트 스왑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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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 7> 컬래버 코스튬으로 이런 독특한 장면도 만나볼 수 있긴 합니다.
컬래버 코스튬을 파츠로 출시해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컬래버 코스튬을 파츠로 출시해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다만 이러한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레보>는 <버추어 파이터>라는 시리즈에 입문하기에 나쁘지 않은 작품입니다. 일단 PC 플랫폼으로 처음 출시된 작품이기도 하고, 이전작과 비교하면 시스템의 간소화가 충분히 이뤄진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2만 원이 안 되는 저렴한 가격도 입문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이겠죠.
아오키 세이지 프로듀서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이 작품은 최근 공개된 <버추어 파이터>의 새로운 프로젝트의 출시 전에 가볍게 던지는 잽에 가깝습니다. 무려 20년 가까이 잠들어 있었던 시리즈의 부활이 예고된 만큼, 이번 작품을 애피타이저 삼아 명맥 있는 시리즈의 진한 맛을 핫 번 느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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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레보>를 플레이하면서 가장 많이 플레이한 캐릭터는 '슌제'였습니다.
신규 프로젝트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신규 프로젝트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