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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엔씨의 롤모델, 일본 라쿠텐의 프로야구단 운영

일본 프로야구 사례로 본 IT업체의 프로야구 운영

현남일(깨쓰통) 2011-02-08 13:23:21

8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의 결정으로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 9구단 창단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엔씨소프트의 창단 작업은 탄력을 받게 됐다.

 

엔씨소프트의 9구단 창단은 소위 대기업이 아닌, IT업체가 처음으로 구단을 운영하게 된다는 점에서 국내 프로야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 해외로 눈길을 돌려보면 IT업체의 프로야구단 구단 운영은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세계적인 게임사인 닌텐도가 시애틀 매리너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 프로야구 리그(NPB)만 해도 IT업체인 라쿠텐 그룹이 도호쿠 라쿠텐 골든 이글스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일본의 라쿠텐 그룹과 라쿠텐 골든 이글스 구단이다. 기업의 성격과 구단의 창단과정, 리그 안착과정 등을 살펴볼 때 엔씨소프트의 롤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야구단 엔씨소프트의 닮은 꼴, 라쿠텐 골든 이글스

 

도호쿠 라쿠텐 골든 이글스(東北天ゴルデンイグルス, 이하 라쿠텐 이글스)는 일본의 미야기 현 센다이 시를 연고로 둔 NPB 퍼시픽 리그 소속 프로야구단이다.

 

지난 2004 11월에 창단해 2005년부터 퍼시픽 리그에 참가하고 있으며최근에는 한국형 핵잠수함김병현과, 지난해 두산 베어스 에이스로 활약한 켈빈 히메네스를 용병으로 영입해 국내 프로야구 팬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작년 12월 야구단 창단 의사를 밝힌 엔씨소프트는 공공연히 라쿠텐 골든 이글스를 “우리의 롤모델이자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언급해 왔다.

 

라쿠텐 이글스를 운영하고 있는 라쿠텐 그룹은 지난 1997년 창업한 일본 전자상거래·종합포털 기업으로, 아직 역사가 채 20년도 되지 않은 ‘젊IT 업체라는 점에서 엔씨소프트와 유사한 점이 많다(엔씨소프트 역시 1997년 창업했다).

 

엔씨소프트가 국내 게임업계에서 1·2위를 다툰다면 라쿠텐 그룹은 일본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1·2위를 다툰다. 매출 규모는 라쿠텐이 지난 2009년 약 15,790억 원을 기록했고, 엔씨소프트는 그 절반 수준인 6,347억 원이다. 하지만 라쿠텐이 프로야구단을 창단하던 시점과 비교해 보면 연매출은 비슷한 수준이다.

 

연고지 역시 유사한 점이 많다. 엔씨소프트의 연고지가 될 통합 창원시가 인구 108만 명인데, 라쿠텐 이글스의 연고지 센다이시 역시 인구가 100만 명 수준이다. 엔씨소프트의 홈 구장으로 유력한 마산구장의 수용인원( 21,000 )과 라쿠텐 이글스의 홈구장 크리넥스 스타디움 미야기의 수용인원( 23,000 )도 비슷하다.

 

심지어 창단과정에서 발생한 잡음 또한 엔씨소프트와 라쿠텐은 서로 닮은 점이 많다. 엔씨소프트가 롯데 등 일부 기업으로부터 불확실성을 이유로 창단 반대 의견을 받은 것처럼, 라쿠텐 그룹도 창단 당시 일부 기존 구단으로부터 매출규모가 적다. 미래가 불확실하다. 안정적인 대기업이 아니다등의 이유로 반대를 받았다.

 

개장 당시의 크리넥스 스타디움 미야기(당시 이름은 풀캐스트 스타디움 미야기).

 

 

효율적인 구단 운영 창단 첫 해 흑자 기록

 

창단 당시 일부 구단의 우려해도 불구하고 라쿠텐 이글스는 창단 후 리그에 처음 참가한 2005년에 12,000만 엔( 16억 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리그에 안착했다. 이런 성과는 당시 대부분의 일본 프로야구 구단이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달성한 것이라 돋보였다.

 

라쿠텐 이글스는 IT업체답게 기존 구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독특하면서도 공격적인 운영전략을 구사했다. 경기장 전광판을 여러 개로 쪼개서 각각에 스폰서를 지정해 판매하는가 하면, 다수의 지역기업을 서브 스폰서로 확보했다. 라쿠텐의 장점인 포털·전자상거래 등을 이용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갔고효율적인 운영으로 인건비를 대폭 절감하는 데도 성공했다.

 

특히 라쿠텐 이글스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연고지 도호쿠·센다이시와의 적극적인 지역 밀착형구단 운영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도호쿠 지역에 처음으로 생긴 야구단이기 때문에 지역민들의 관심이 컸던 것도 한몫했지만, 라쿠텐 그룹 역시 적극적으로 지역민들과 교류하는 등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했다.

 

덕분에 구단은 창단 첫해 압도적인꼴찌를 기록할 정도로 성적이 신통치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홈 구장에서 평균 1만 명 이상의 관중들이 계속 홈구장에 찾을 정도로 성원을 이어갔다. 성적이 안정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부터 관중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WBC 등을 통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라쿠텐 이글스의 에이스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

 

 

창단 첫해 압도적인 꼴지 기록, 시련도 많아

 

라쿠텐 이글스가 창단 이후 탄탄대로를 걷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야구단 경영’만 놓고 보면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창단 초기 구단 성적면에서는 일본 프로야구의 어두운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정도로 처참했으며, 이에 따른 팬들의 반발과 구단 운영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실제로 라쿠텐 이글스는 창단 첫해인 200538 1 97패라는 성적을 기록했다. 퍼시픽 리그 6개 구단 중 꼴찌로, 1위와의 격차는 무려 51.5 게임. 5위와의 차이도 25 게임이었다. 심지어 한 경기에서는 26:0이라는 최다 점수차 완봉패를 당해 일본 프로야구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효율적인 운영으로 인건비를 대폭 줄였다고는 하지만, 이는 다시 말해 고액 연봉자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FA나 용병 영입에도 소극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팬들의 집중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시즌 실패의 이유를 3년 계약을 한 초대감독에게 뒤집어 씌워, 시즌 종료 1주일을 남기고 해임하는 등 초보 프론트의 경험 미숙을 여실히 드러냈다.

 

성적은 꼴지임에도 경영 면에서는 흑자를 기록한 것 역시 팬들한테는 비난을 받았고, 이는 결국 시즌 종료 후 라쿠텐 그룹의 구단 운영 의지에 대한 의혹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다행히 라쿠텐 이글스는 여러 잡음들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2006년 이후 팀을 재정비해 성적을 올렸으며, 2007년에는 탈꼴지에 성공했다. 2009년에는 포스트시즌(클라이맥스 시리즈)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라쿠텐 이글스의 구단 운영과 창단 초기 시련 및 극복 과정은 향후 엔씨소프트가 구단을 공식적으로 창단하면 한번쯤 되짚어 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