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게임물 강제 셧다운은 청소년 인권침해입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청소년 게임이용 규제 ‘셧다운 제도’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기존 정책과 산업 논리가 아닌, 실질적으로 법의 적용을 받는 청소년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강제 셧다운 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토론회에는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정소연 팀장, 청소년인권행동 이수나로의 공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박태순 위원, 청소년 인권활동가 네트워크의 형 우, 문화부 이기정 게임콘텐츠 산업과장, 문화사회연구소 양기민 연구원 그리고 토론을 주최한 최문순 민주당 국회의원이 참가했다.
■ 모든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제 셧다운? “인권침해다”
토론회의 주제는 ‘강제 셧다운 제도 비판과 청소년의 문화 권리’였다. 즉 여성가족부에서는 청소년 보호논리를 근거로 강제 셧다운 제도를 도입하려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은 여성가족부의 행동이 청소년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우려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주도하는 강제 셧다운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해친다’는 주장이다. 규제 대상으로 과몰입에 처한 청소년이 아닌, 16세라는 나이를 기준으로 정했다는 점도 보호가 아닌 일반적인 청소년의 규제라는 논리다.
■ “정부가 청소년의 시간을 어른의 시각으로 재단한다”
토론에 나선 청소년 인권 관련 참석자들은 하나 같이 셧다운 제도를 강제로 도입하는 데 반발했다.
청소년인권행동 ‘이수나로’의 공 현은 “정부가 청소년의 시간을 어른의 시각으로 재단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되는 게임을 심의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의 시간을 규제한다는 점에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청소년을 위한다면 규제가 아니라 게임 외에 다른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대체문화를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방식은 청소년 보호가 아닌 문화적 향유를 누릴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게 청소년 인권단체의 주장이다.
■ “게임은 놀이문화, 기능성 게임이라는 용어는 문제”
박태순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위원은 게임을 문화로 보지 않는 관점에 대해 “문화에 대한 정의에 오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문화라는 것이 뭔가 고상한 느낌인데, 게임 같이 천박한 것이 문화에 편입되는 게 곤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태순 위원은 특히 “기능성 게임이라는 말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기능성 게임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이유는 알지만, 이 단어로 인해 나머지 게임들이 비(非) 기능성 게임이 돼 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임을 놀이문화로 볼 때 순기능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이다.
그는 “게임을 놀이가 아닌 규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상태에서 셧다운 제도는 보호가 아닌 통제를 위한 규제일 뿐이다. 그 누구도 숨바꼭질에 대한 기능성을 묻지 않는다. 놀이문화이기 때문이다. 게임도 놀이문화로 인정한 다음 지속적인 연구와 함께 정책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정책의 편리성으로 자율 및 인권 침해는 곤란
토론에 참가한 양기민 문화사회연구원은 강제 셧다운 제도가 여성가족부의 정책적 편리함에서 나온 규제라고 성토했다.
모든 판단에는 윤리의식이 포함되는데, 강제 셧다운 제도가 다른 대안을 찾기는 것보다 편리한 방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가정교육의 문제로 해결하려면 부모가 없는 가정은 배제되는 등 대체수단도 다각도로 검토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양기민 연구원은 “진단과 처방이라는 방식에서 생각해 보면 셧다운 제도는 극단적이다. 팔이 아프다고 아예 잘라 버리는 편리한 정책 처방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게임 과몰입의 원인 진단도 게임이 아닌 가정환경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순 위원은 “게임 셧다운 제도는 단순히 게임을 몇 시간 더 하는가 마는가 하는 문제, 업체의 수익이 얼마나 떨어지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이 국가의 통제를 받는 존재가 되는 것이고 결국 사회적 시스템이 통제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더 큰 문제다”고 주장했다.
한편, 토론 막바지에 청소년 인권 관계자들은 정부의 강제규제와 업계의 자율규제 모두 청소년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규제는 규제일 뿐 청소년 인권과 산업적 정책논리는 상충할 수밖에 없는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