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넷은 미국 서부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시애틀은 스타벅스의 고향이자 물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곳이죠. 그리고 또 한 가지, 마이크로소프트 및 주요 게임개발사들이 모여 있는 미국 3대 게임 도시 중 하나입니다.
올해 창사 10주년을 맞은 아레나넷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곳에서 계속 있습니다. 3명이 회사를 만들고 30여 명으로 <길드워>를 개발한 아레나넷은 현재 250여 명이 넘는 인원이 <길드워 2>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공간이 좁아졌고, 이사를 준비하고 있더군요. 어쩌면 지금의 아레나넷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한국 기자가 될지도 모르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물론 <길드워 2>의 체험 기회도 있었고요.
다만 게임과 관련한 소식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합니다. 그 대신 아레나넷의 구석구석을 먼저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시애틀(미국)=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창사 10주년을 맞은 아레나넷
마이크 오브라이언과 그의 동료들이 블리자드를 떠나 아레나넷을 설립한 것은 지난 2000년 2월입니다. 2011년 2월로 딱 10주년이 된 셈이죠. 먼저 아레나넷이 창사 10주년을 맞이해 공개한 영상을 디스이즈게임의 한글자막으로 만나 보시죠.
※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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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마지막 주에 찾아간 시애틀에는 때 늦은 강추위와 함께 눈이 내리고 있더군요. 눈길을 헤치고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위치한 아레나넷에 도착하니 한창 <길드워 2> 개발에 몰두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눈이 많이 내려서 아직 출근하지 않은 개발팀도 종종 보이더군요. 지금 보는 장소는 아레나넷의 개발팀이 실제로 일하는 공간입니다. 아레나넷의 특징이라면 개인 공간이 아닌 팀 공간 위주로 꾸며져 있다는 점이죠. 협업을 강조하는 아레나넷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가장 큰 공간을 배정받았다는 디자인팀과 기획팀. 오브라이언 대표의 말을 빌리면 아레나넷은 언제나 기획팀과 디자인팀이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고 합니다. 일단 기획과 디자인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라네요.
머릿속의 생각을 즉시 눈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내고, 그것을 토대로 게임 개발과 관련된 의논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레나넷의 개발 프로세스입니다.
가장 큰 공간의 끝에는 기획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화이트보드를 빼곡하게 메운 아이디어가 인상적입니다. 아레나넷 개발팀의 분위기는 마치 대학교 컴퓨터 동아리처럼 자유롭기 때문에 각자 그리고 함께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레나넷의 자랑인 아트팀 중에서 인스턴스 던전을 디자인하는 팀입니다. 정식 직원은 물론 인턴 사원도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면서 실제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길드워 2> 개발팀 중에서 가장 바쁘고, 또 손이 많이 가는 팀이 그래픽팀입니다. 아트를 총괄하는 다니엘 도시우는 “<길드워 2>는 언제 어디를 가든, 어떤 각도에서 보든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이 사람이 바로 게임아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만나고 싶어하는 다니엘 도시우입니다. 서양권에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아트 디렉터고, 실력도 최고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실제로 화려한 수상경력은 물론 게임쇼에서는 수많은 팬을 몰고 다닐 정도로 ‘인기남’입니다.
다니엘 도시우가 자랑거리로 여기는 팀이 아트팀 중에서도 원화 파트입니다. 단순한 스케치, 혹은 참고용 자료가 아닌, 말 그대로 ‘아트’를 만들어 냅니다. 한 장 한 장을 작품으로 그리고, 그래픽팀은 이를 게임에 그대로 녹여내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팀은 <길드워 2>에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와 직업의 액션을 만듭니다. 아레나넷을 탐방하던 중에 이곳에서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됩니다. 화면 속의 파란 캐릭터가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게 된 거죠.
실제 게임 화면으로 대치한 순간, 그 정체가 드러납니다. 바로 <길드워 2>에 수중전투가 포함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그래픽팀에서는 기획팀이 요구한 바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말해줄 수는 없답니다. 하지만 잠깐 수영하고 사냥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랫동안 물속에서 활동하는 지역이 있다고 귀띔해 주더군요.
■ 아레나넷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다
아레나넷은 앞서 말했듯이 개인 사무실이 없습니다. 새로운 인원이 충원되면 공간을 확장하다 보니 전체 공간은 마치 미로처럼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가 어딘지 헷갈리게 됩니다.
눈에 띄는 것은 복도마다. 작업 공간마다 게임의 원화와 더불어 설정자료들이 벽에 빼곡히 붙어 있는 모습입니다. 이는 기획과 게임 디자인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즉 말이나 문서로 작업을 주고받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다 보니 대부분의 자료는 그림으로 만들어지고, 이를 토대로 각자의 작업이 진행됩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지금 보고 있는 원화들입니다. 아무리 봐도 <길드워 2>와는 관계가 없어 보여서 물어봤습니다. 돌아온 답변이 재밌더군요. 이 원화들은 다니엘 도시우가 직접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길드워 2>를 개발하면서 아이디어를 표현했고, 이를 토대로 개발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답니다. 실제로 게임에 적용되는 그림도 있고, 단순히 아이디어를 설명하기 위한 그림도 있습니다. 설마 <길드워 2>가 슈퍼로봇물이 되는 건 아니겠죠? :)
이것도 아트팀이 사용하는 자료 중 하나입니다. 여성 캐릭터를 묘사함에 있어서 실제 각 국가의 매력적인 여성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한 실사 자료집입니다. 아시아, 서양, 남성, 여성 등 다양한 분류로 구분돼 있습니다.
이는 <길드워 2> 캐릭터들이 글로벌 취향에 맞는 형태로 등장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 보면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복도를 지나가다 발견한 ‘차르’ 종족의 인형입니다. 아레나넷 공식 조형물이 아니라 <길드워> 팬이 직접 만들어서 보낸 선물이랍니다.
물론 벽에는 순수한 개발자료만 붙어 있지 않습니다. 개인적 취향과 개발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포스터도 있습니다. <카드 캡터 사쿠라>도 보이네요. :)
이렇게 아레나넷을 구석구석 돌아보니 블록버스터 MMORPG를 개발하는 개발사치고는 조금 작은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물론 더 인력을 충원해도 공간이 없는 상태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아레나넷은 올해 중순이 되면 더 넓은 건물로 이사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지금의 아레나넷을 방문한 마지막 한국 기자가 될 것이라고 하네요.
지금까지 아레나넷의 구석구석을 살펴봤습니다. 조만간 <길드워 2>의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아레나넷에서 마이크 오브라이언 대표, 애락 필레넘 기획 디렉터, 제프 그로브 스토리 디렉터, 콜린 조핸슨 리드 콘텐츠 디렉터(오른쪽부터 순서대로)를 만났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길드워 2>는 어떤 게임일까요? 그 내용은 3월 초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속 시원히 풀어 드릴 예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