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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프로야구 라이선스 대란, 현실화 되나?

비용부담 증가로 라이선스 포기 사례 속출

현남일(깨쓰통) 2011-03-02 19:23:04

한국 프로야구를 소재로 하는 온라인/모바일 야구 게임들이 야구 라이선스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론탭이 개발하고 KTH가 서비스하는 <와인드업>은 최근 만료된 구단/구장 실명 라이선스를 갱신하지 않았다. 모바일 야구 게임 <프로야구> 시리즈를 개발하고 있는 컴투스도 최근, 자사의 차기작에 구단 정보를 실명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타 다른 온라인/모바일 야구 게임들 역시 라이선스 계약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일부 게임은 구단정보/혹은 선수 실명 라이선스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와인드업>은 현재 구단 정보가 실명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게임사들이 라이선스 계약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유는 이중 계약에 따른 비용부담 증가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은 과거에만 해도 한국 프로야구 위원회(KBO) 한 곳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 누구나 구단정보와 선수명을 실명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 구단/구장 정보 KBO로부터 독점권한을 받은 CJ E&M( CJ인터넷)과 계약해야 하고(모바일 게임은 KBO와 직접 계약), 현역선수/2000년 이후 은퇴한 일부 선수 정보는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의 위임을 받은 NHN과 계약해야 한다.

 

즉 모든 라이선스를 따려면 두 번 계약해야 하니 비용부담도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만약 게임사가 은퇴선수의 정보까지 사용한다면, 은퇴선수가 약 300여 명 소속된 국내 최대의 은퇴선수 모임인 일구회와도 계약을 해야만 한다.

 

만약 <마구마구>와 똑같은 컨셉의 야구 게임이 차후 개발된다면 CJ E&M(모바일 게임은 KBO), NHN, 일구회까지 3군데와 동시에 계약을 해야 한다는 뜻.

 

이에 대해 KTH의 한 관계자는 <와인드업>은 가능하면 기존 팬들을 위해 모든 팀을 실명으로 사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라이선스를 다 계약한다면 기존에 비해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특히 과거와 다르게 일부에서는 이제 순 매출의 일정 비율을 일종의 러닝 개런티로 요구하기 때문에 체감되는 부담이 더욱 더 늘어났다. 결국 <와인드업>은 먼저 만료된 구단정보 라이선스를 갱신하지 않고, 향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디스이즈게임이 취재한 결과 현재 NHN(선수협 대행)은 선수 실명 라이선스 계약에서 계약금 외에 순 매출 5% 수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HN이 서비스하는 <야구 9단> 

 

 

법원의 <슬러거> 판결. 향후 비용이 더욱 더 커질 수 있어

 

프로야구 라이선스 비용부담은 향후 더욱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구회가 <슬러거>를 서비스하는 네오위즈게임즈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슬러거> 매출에서 프로야구 정보(구단명과 선수명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 22%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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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이 22% 중 구단명 등에 대한 사용료와 선수 실명에 대한 사용료를 5:5로 판단했다. 즉, <슬러거> 전체 매출에서 구단명과 선수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1% 라는 뜻.

 

물론 이는 <슬러거> 하나의 게임에 대해서만 법원이 판단한 것이므로 모든 온라인/모바일 야구 게임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한국 프로야구 계가 향후 게임업체에 더 높은 수준의 라이선스 계약조건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

 

<슬러거>는 지난 2010년을 기준으로 약 650억 원 수준의 순매출을 기록했다. 만약 법원의 공식을 대입할 경우, <슬러거>는 구단정보/선수 실명 라이선스 사용료에만 연 140억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당연히 게임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번 소송 당사자인 네오위즈게임즈만 해도 법원의 판결이 나온 직후 바로 항소 의사를 밝혔다.

 

네오위즈게임즈의 한 관계자는 선수나 구단정보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수준을 원한다. 22%라는 법원의 판단은 수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법원의 판결대로라면 향후 <슬러거>는 매년 라이선스 비용에만 150억 원 가까이 지불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법원의 <슬러거> 판결. 향후 비용증가 폭 더욱 더 커질 수 있어

 

이와 같은 프로야구 라이선스 계약 비용부담 증가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온라인 야구 게임과 프로야구 양 쪽에 모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라이선스 계약이 게임사들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부담이 된다면 신작 개발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개발되더라도 라이선스를 활용한 다양한 게임 시스템을 선보일 수 없게 된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프로야구 계는 온라인 야구 게임을 중요한 수익 창출원 중 하나로 보고 여러가지 명목으로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야구 게임 시장이 커지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작 개발이 위축되고 시장의 파이가 작아지면 부메랑이 돼 프로야구에 되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