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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소셜게임들이여, 페이스북을 떠나라?

페이스북의 노예가 되는 개발자의 생존법, GDC 2001

정우철(음마교주) 2011-03-02 21:58:12

 

미국을 비롯한 서양권 게임업계는 바야흐로 소셜게임 열풍이다. 돈과 사람이 몰리는, PC게임에 이어 콘솔게임의 전성기를 지나 지금은 소셜게임의 시대다.

 

경제적 규모나 수치를 봐도 소셜게임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문제도 발생한다. 소셜게임이 열풍이기는 하지만, 이는 페이스북이라는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한 덕분이다. 페이스북이 소셜네트워크에서 퍼블리셔(또는 플랫폼)의 입장을 갖게 되면서, 반작용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작년 10월 페이스북은 1,400만 명의 유저를 보유한 소셜게임 개발사 Lolapps의 접속을 차단했다. 이는 개발자가 원한 것이 아닌, 플랫폼의 권력에 의한 횡포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그래서일까? 미국 소셜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페이스북에서 벗어나 성공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번 GDC 2011에서도 페이스북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는 개발자들이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강연이 열렸을 정도다. /샌프란시스코(미국)=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징가와 페이스북은 변질됐다?

 

GDC 2011 2일차(현지시간 3월 1일) 오전에는 눈길을 끄는 2개의 소셜게임 관련 강연이 있었다. 직접 들어 보니 대놓고 업계 1위 징가와 플랫폼을 장악한 페이스북을 성토하는 내용이었다.

 

현재 소셜게임의 플랫폼이 페이스북으로 고정되면서 소셜게임의 성공은 소셜네트워크가 아닌 스팸성 요청과 개발사의 막대한 마케팅에 따라 결정된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강연자들은 징가의 성공 이면에는 소셜게임의 참신성과 재미보다도 거액을 쏟아 붇는 마케팅에 있다고 강조했다. 징가는 <팜빌> 등이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내면서 사회에 뿌리를 내렸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마케팅 자본에 의한 광고라는 것이다.

 

또한 <팜빌>과 <시티빌> 등은 다른 이용자에게 끊임없이 요청 메시지를 보낸다. 때문에 게임을 하지 않는 유저에게 스팸 메일처럼 하루에 수십 통의 요청이 들어오고 이를 통해 계속 사용자를 끌어들인다는 점도 지적됐다.

 

 

특히 징가의 경우 빠른 개발 사이클을 자랑하지만, 이는 페이스북의 거대한 소셜네트워크 유저를 이용해 게임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어떻게 보면 대형 유통점이 구멍가게를 몰락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GDC 2011 소셜게임 관련 토론에 나선 한 패널은 페이스북은 곡물시장에서 독과점을 하고 있는 ADM과 같다. 징가의 경우는 케첩시장을 장악한 하인즈에 비교할 수 있다. 시장을 장악하면 개발자들에게 막대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하인즈처럼 사람들의 입맛을 종속시켰듯이 징가도 게임의 재미를 사람들에게 종속시켰다. 소셜게임의 개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 페이스북을 떠나 직접 소비자와 만나라

 

GDC 2011 2일차에서 만난 강연자와 토론자들은 <팜빌>이 큰 성공을 이루자 농장게임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성공을 따라가기 위한 복제라고 꼬집었다. 동시에 유저들의 입맛에 맞추려는 종속적인 개발 패턴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종속적인 패턴이 만들어지는 것은 개발자들이 페이스북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기는 인식이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 페이스북을 소셜네트워크로 인식하고 있을 때는 다수의 유저를 생각하면 됐지만, 지금은 페이스북 자체를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콘솔게임처럼 PS3, Xbox360, Wii, PSP, NDS 등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한다면 개발자는 선택의 기회가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선택의 기회마저 박탈한다. 이것이 개발자들이 페이스북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 의외로 간단하다. 페이스북을 떠나거나, 혹은 페이스북의 권력에 맞설 힘을 키우면 된다. 물론 거대한 소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페이스북을 버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방법은 존재한다. 

 

특히 과거 한 개의 플랫폼이 존재했을 때는 시장도 하나였다. 하지만 다양한 플랫폼이 만들어진 콘솔게임의 경우 각각의 시장은 과거 한 개의 시장과 비슷한 규모를 가지고 있다. 소셜게임도 이럴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강연자와 토론자들은 해결책으로 게임이 가진 힘을 키우고, 유저에게 직접 서비스하라는 것을 내세웠다. 대표적으로 팝캡의 사례를 제시했다.

 

 

팝캡의 캐주얼 게임들은 유저들 사이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이는 플랫폼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주얼드>의 경우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서비스되지만, PC와 아이폰 등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각 플랫폼의 유저 규모도 거의 비슷하다.

 

스프레이 폭스의 공동설립자인 단엘 쿡은 개발자들은 유저들에게 환상적인 재미를 전달해주는 게임을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 유저들은 플랫폼에 연연하지 않고 게임을 즐긴다. 한마디로 유저들이 오랫동안 즐기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 때 플랫폼의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현실은 현실. 장기전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