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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왜 개발자들은 자기 홍보를 안 하는가?”

성공한 괴짜 개발자로 개인을 알리는 이상한 방법론

정우철(음마교주) 2011-03-05 14:29:44

에픽게임스 클리프 블레진스키(Cliff Bleszinski)는 우리에게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를 만든 핵심 개발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어떨까? 현지 게임업계에서는 그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괴짜이면서 수다쟁이, 그리고 겸손을 모르는 개발자로 더욱 유명하다.

 

GDC 2011에 강연자로 나선 클리프 블레진스키는 처음부터 자기 자랑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개발자로서 게임이 아닌, 기행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충격적인 이야기를 내뱉었다.

 

물론 사람마다 기질은 모두 다르다. 유명세의 부작용(악성 댓글, 뒷얘기 등의 스트레스)을 즐길(?) 자세만 돼 있으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출세 요령일 수 있다. 어쩌면 이 강연은 모두에게 통용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을 알아 두자. /샌프란시스코(미국)=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왜 개발자들은 자기 홍보를 안 하는가?

 

클리프 블레진스키의 강연은 자신의 자랑으로 시작됐다.

 

17살에 게임업계에 들어왔고, <재즈 잭 래빗> <언리얼>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를 개발했다. 또, <블렛스톰> <인피니티 블레이드> <쉐도우 콤플렉스> 개발에 도움을 주었다.

 

물론 모두 사실이다. 그가 말한 게임들도 유명하다. 평범한 개발자, 또는 유저가 듣는다면 그는 위대한 개발자 중 한 명일 수도 있다. 뭔가 잘난 척 하는 것 같지만 딱히 반박하기 힘들다.

 

 

그의 강연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게임업계에서 유명한 개발자로 남고 싶다면 마케팅과 홍보가 가장 좋다(효과적이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최대한 낯이 두꺼워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 말처럼 클리프 블레진스키는 대담할 정도로 낯이 두꺼운 인물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는 강연에서도 왜 개발자들은 자기 홍보를 안 하는가?” 이유를 들면서 개발자들이 모두 어리석기(Assholes)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명해지기 위해서라면 불난 데 기름을 끼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일이라도 자신이 부각되면 그만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발자로서 기억되기보다 히피 아티스트, 때로는 마케터 등으로 기억될 수 있을 정도로 자기 자신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물론 언젠가는, 또는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는 게임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것이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나는 아직 최고의 게임 개발자는 아니다. 하지만 너희들은 나를 알고 있다는 말로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 게임으로 개인이 유명해진다는 것은?

 

자기를 알리기 위해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용하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걸출한 게임을 개발해서 유명해질 수도 있다. 물론 운이 좋다면 팬들에게 둘러싸여 그들과 악수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클리프 블레진스키는 게임은 개인의 것이 아닌 팀의 것”이라고 말한다. 결코 개인의 영광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트리플 A급 게임을 만들면 가능하다. 트리플 A게임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기 때문이다. 만약 트리플 A급 게임을 만들어 개발자로 살아남고 싶다면 방법은 있다.

 

 

온라인게임(MMO) 분야에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멀티플레이가 포함된 캠페인 게임은 <헤일로> <기어스 오브 워> <콜 오브 듀티>를 만들면 된다. 혹은 <폴아웃> <레드 데드 리뎀션> 수준의 게임을 만들라고 말한다.

 

이런 게임을 만들지 못 한다면 차라리 괴짜가 되는 편이 (유명해지기) 쉽다. 클리프의 주장이다.

 

중간급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의미 없으며, 트리플A 게임만이 살아남는 세상이 왔다는 것이다. 차라리 괴짜가 되는 편이 누군가 자신을 더 빨리 알아준다. 그가 괴짜 개발자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누군가 왜 그렇게 사냐고 묻는다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면 된다. 자신을 알리는 것 자체가 이득이기 때문이다. 물론 종종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이것은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는 말로 클리프 블레진스키의 강연은 끝났다.

 

 미국 음악계에도 괴짜이면서 성공한 실력자가 있다. 레이디 가가라고….

 

 

게임에 대해 말하지 않은 유일한 GDC 강연

 

강연 내내 청중은 웃기도 하고 클리프의 수다에 호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강연 중에서 유일하게 유익한 내용은 재능 있는 동료와 함께하라”는 정도였다.

 

워즈니악은 스티브 잡스와 함께 있었고, 존 로메로는 존 카맥과 함께 일했다. 그리고 <기어스 오브 워>의 프로듀셔인 로드 퍼거슨은 클리프 블레진스키와 함께 했다. 뭔가 주어가 바뀐 것 같지만, 사실이기는 하다.

 

 

클리프 블레진스키의 강연은 1시간 내내 극단적인 단어와 표현으로 채워졌다. 괴짜 개발자가 만든 대작 게임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가 괴짜가 되는 방법을 듣고 간 꼴이다.

 

이번 강연이 설마 2년 전 GDC에서 배지를 잃어버려 입장을 거절당한 것에 대한 그만의 보복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해외 매체들도 그의 강연에 호응하지 않았다. 일부 매체는 회사의 얼굴이라면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는 타이틀로 그의 강연을 꼬집었다. GDC 2011에서 가장 (듣기엔) 재미있었지만 얻을 것은 없었던 유명 개발자의 강연이었다.

 

강연 시작 전 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날려 주는 사람들.

클리프 블레진스키가 직접 촬영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