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내에 문화콘텐츠의 주축 산업으로 우뚝 섰다. 반면 국내에는 게임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게임 중독'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미 '게임중독'은 신문 사회면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 지 오래일 정도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매우 높다.
지난 2월 13일에는 온라인게임의 폭력성을 검증한다는 명목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PC방의 전원을 내린 공중파 방송국의 보도는 한동안 회자됐다. 과연 그동안 게임의 폭력성 관련 연구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디스이즈게임은 게임의 폭력성과 중독성에 관련, 눈에 띄는 연구들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 게임 중독자의 뇌, 마약 중독자와 닮았다
중앙대 의대 정신과 한덕현 교수팀은 지난해 11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17명과 학업이나 직업을 포기하고 매일 5시간 이상 게임을 즐긴 게임 중독자 13명의 뇌를 비교하기 위해 각각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촬영했다.
촬영 결과, 프로게이머의 뇌는 ‘좌측대상회’(cingulated gyrus)’가 주로 작동했고, 게임 중독자는 ‘좌측시상(thalamus)’이 활성화됐다. 좌측대상회는 계획을 세우고 결정을 하는 등 조정·판단을 할 때 사용하는 부위로 프로게이머는 게임을 할 때 업무에 열중했을 때의 상태를 보여줬다.
반면 게임 중독자가 활성화된 좌측시상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적 자극을 처리하는 부위로 논리적 사고보다는 외부 자극에 반응했다. 게임 중독자가 좌측시상이 주로 발달한 약물 중독자와 뇌가 닮았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한덕현 교수는 “정해진 시간과 규율에 맞춰 게임을 플레이하는 프로게이머와 달리 게임 중독자는 일상을 파괴하면서 게임에 몰두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뇌 부위가 달라지는 것으로 예측한다. 게임 중독은 다른 중독 현상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의지가 아닌 전문적인 치료에 의해서만 교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대 의대 핵의학과의 김상은 교수팀은 인터넷 게임 중독자 11명의 뇌를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비)로 촬영해 게임 중독자에게서 코카인 중독자의 뇌에서 나타나는 뇌 이상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서 김 교수팀은 흥분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물질인 도파민 발현 과정이 약물 중독자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김 교수팀은 게임 중독자의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양상이 약물 중독자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김 교수는 “게임 중독을 박약한 의지 정도로 치부해서는 게임 중독자를 치료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충동 조절과 인지기능을 맡는 전두엽 부위가 높은 활동성을 보이는 공통점이 있다.
■ 폭력성 게임 스트레스 해소로 미국 내 범죄율 감소
하버드대학 의학부에서 연구 중인 로렌스 커트너와 셰릴 올슨 두 심리학자는 폭력적인 게임이 아이들의 행동이나 정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미 법무부의 요청으로 150만 달러(약 17억 원)를 지원받은 이 실험은 2004년부터 2005년까지 2년 여에 걸쳐 약 1,200명의 아동과 500여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게임의 폭력적인 묘사가 아이들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조사는 <GTA> 시리즈 등의 폭력적인 게임과 <더 심즈>와 같은 비폭력적인 게임을 체험시켜 그 후 아이들의 활동을 관찰한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폭력적인 게임을 체험한 아이들이 일상 생활에서도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는 데이터를 얻지 못했다. 예외적으로 폭력적인 게임을 수시간 플레이한 후 놀이 활동에서 공격성을 보인 아이들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이는 무술 영화나 액션 영화를 보인 후의 아이들이 보이는 반응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로렌스 커트너와 셰릴 올슨은 “폭력적인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대다수 어린이들에게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폭력성이 강한 게임을 보호자의 적절한 감독 아래 즐기면, 스트레스 발산효과와 운동효과 등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온라인이나 멀티 대전 기능이 추가된 게임의 경우, 커뮤니케이션 능력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했다.
또한 하버드 대학의 경제학자 로렌스 카츠 박사는 폭력적인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미국 내 범죄율이 감소했다는 가설을 세우기도 했다.
실제로 FBI는 미국 내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고 있지 않음에도 범죄율이 2009년부터 감소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폭력 사건은 작년 대비 5.5% 감소, 강도 및 절도 같은 돈 관련 범죄는 작년 대비 4.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 폭력을 미화하는 게임은 사람들이 모방할 가능성 있다.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의 심리학 교수 피터 피셔 박사팀은 타인 및 자기 학대나 난폭운전, 도박, 위험한 성적 행동을 미화하는 미디어는 이런 행동을 부추긴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983년부터 2009년까지 피셔 박사팀은 미국과 유럽지역의 8만 여명을 대상으로 폭력을 미화한 미디어와 실제 위험한 행동에 옮길 가능성의 상관 관계를 연구했다.
위험한 행동이 많이 등장하는 미디어를 접할수록 실제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될 확률이 늘어 났다. 특히 비디오게임이 위험한 행동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수동적인 TV, 영화 등과 달리 비디오게임은 사람이 직접 움직이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내 폭력적인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미화될수록 사람들은 모방할 가능성이 높다.
■ 비 폭력적 게임 통해 행동 개선 가능
미국 센트럴 미시건대학의 브래드 부쉬맨 교수는 아이들이 폭력적 게임이 아닌 비폭력적 게임을 할 경우 행동이 개선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미국, 싱가포르, 일본에서 평균 나이 19세, 161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피실험자와 피실험자를 돕는 파트너로 구성했다. 실험은 피실험자가 폭력적인 게임과 비폭력적인 게임 중 하나를 무작위로 플레이 한 후, 난이도가 다른 퍼즐 중 하나를 선택해 파트너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연구 결과 비폭력적 게임을 플레이한 피실험자들이 폭력적인 게임을 한 피실험자 보다 자신의 파트너에게 쉬운 퍼즐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들은 다양한 심리적 평가 지표를 통해 비폭력적 게임을 한 피실험자가 관대한 성향을 지녔다고 최종 발표했다.
브래드 부쉬맨 교수는 “3개국의 공동 연구는 서로 다른 분석적 접근을 했다, 이번 연구는 서로 다른 문화, 연령층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나 결론은 하나였다”고 발표했다.
비 폭력적이고 협동을 강조한 게임을 통해 행동을 개선시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