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5가 개발 중인 온라인 슈팅액션 게임 <파이어폴>이 올해 말 미국에서 론칭된다. 30일 레드5 코리아가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는 마크 컨 대표가 직접 참석해 게임을 소개했다. 먼저 <파이어폴>의 최신 트레일러를 감상해 보자.
<파이어폴>의 개발을 총괄하는 레드5 마크 컨 대표는 “<WoW> 이후 한국에서 오랜만에 기자간담회 자리에 섰다”고 감회를 밝히며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레드5 <파이어폴> 개발총괄 마크 컨 대표이사.
■ 우여곡절 끝에 만든 레드5의 첫 결실 <파이어폴>
지난 2005년 설립된 레드5는 <WoW> 총괄개발 기술책임자 마크 컨(Mark Kern), 아트디렉터 윌리엄 페트라스(William Petras), 윤태원 블리자드 한국법인 이사 등 <WoW> 성공 주역으로 불린 인물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그들이 개발하던 게임은 <T 프로젝트>. 100명 이상의 개발 인력으로 약 5년 동안 개발을 진행해 지난해 9월 PAX 2010에서 <파이어폴>이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까지 이 게임은 베일에 싸여 있어 MMORPG라는 오해를 받았지만, 결과는 MMO 슈팅 게임이었다.
레드5 창업 멤버. 가운데가 윤태원 당시 부사장, 오른쪽이 마크 컨 대표.
레드5에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최고 재무책임자, HR 팀, IT 팀 인력을 비롯해 아트팀 인력의 80%가 회사를 떠나는 강도 높은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레드5는 중국 더나인에 인수됐다.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뒤 남은 직원은 45명. 마크 컨 대표는 “인력을 최대한 적게 유지하는 게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밝혔다.
<파이어폴>의 배경은 200년 뒤 가상의 미래, 파괴된 지구다.
새로운 에너지원 크리스타이트(Crystite)를 운반하던 비행선이 대기권에서 폭발하면서 다른 차원의 균열이 생겼고, 쵸즌(Chosen)이라 불리는 인류 최대의 적이 등장했다.
하지만 인류는 우연히 발견한 리펄서 기술을 이용해 브라질에 겨우 생존 공간을 확보, 드넓은 대지를 되찾고 기술력을 발전시켜 힘을 키우기 위한 싸움을 계속해 나간다.
마크 컨 대표는 “<파이어폴>은 <헤일로> <팀포트리스 2> <트라이브스> 같은 게임들의 장점을 모아 MMO 요소 합친 결과물이다. <파이어폴>의 모든 기술적 부분은 처음부터 직접 만들어낸 것이다”고 밝혔다.
배경에 등장한 캐릭터가 바로 쵸즌(Chosen)이다.
■ AAA급 퀄리티의 부분유료화 게임이 목표
<파이어폴>은 팀플레이 기반의 온라인 슈팅액션 게임으로, 유저는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대표 콘텐츠로는 수백 명의 유저들이 오픈월드의 역동적인 세계관 속에서 다른 팀과 자동으로 대결하는 매치메이킹 모드가 제공된다. 또, 다른 유저들과 함께 부대를 만들어 공공의 적 쵸즌과 싸우는 대규모 협동 모드도 즐길 수 있다.
“부대의 힘을 키우기 위해선 크리스탈을 모아야 하는데, 이는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RTS)의 개념을 가볍게 추가한 것”이라고 마크 컨 대표는 밝혔다.
<파이어폴>에는 자원을 모으는 개념이 들어가 있다.
유저들은 배틀프레임이라는 최신기술을 이용해 쵸즌과 전투를 벌인다. 배틀프레임은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클래스 간 전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급습, 후방침투, 후방지원 등 다양한 전투 스타일을 지원한다. 배틀프레임은 새로운 조합으로 교체하거나 유저끼리 거래할 수도 있다.
또한 모아진 크리스탈을 활용해 배틀프레임이나 탈것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데, 탈것을 이용한 전투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
캐릭터가 착용한 붉은색 장비가 배틀프레임이다.
마크 컨 대표는 “미국 속담에 ‘경주를 시작하면 다른 곳을 보지 말고 앞만 보라’는 말이 있다. 당장은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다. 지금 시장엔 트리플에이 퀄리티의 무료 게임이 없다고 생각한다. 트리플에이 퀄리티의 부분유료화 게임을 추구하는 <파이어폴>인 만큼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그는 “<파이어폴>은 e스포츠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관전-중계 모드를 통해 사람들이 쉽게 게임을 볼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고 밝히며 e스포츠에도 신경 쓰고 있음을 강조했다.
<파이어폴>은 올해 말 북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계획이다. 국내 서비스는 웹젠이 맡는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진행된 마크 컨 대표와의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 게이머-개발자 모두 만족하는 조건이 부분유료화
첫 게임으로 슈팅액션을 선택한 이유는?
처음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너무 MMO 같이 만들어져서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이를 중단하고 슈팅 게임을 먼저 만들고 그에 맞는 액션을 넣자고 결정했다.
그리고 우리가 슈팅 부분을 제대로 만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트라이브스>의 리드디자이너였던 스캇 영블러드를 영입했다. 나아가 PS3용 FPS 게임 <M.A.G>, 그리고 <헤일로>를 디자인했던 개발자들을 영입했다.
우리에게 글로벌 경쟁력이 있겠냐는 질문이 많은데, 게임 자체에 대한 평가는 게이머들이 내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재밌게 만드는 데 최고로 중점을 두고 있다. 내가 개발팀에 얘기할 때 ‘평점은 9~10점을 노리라’고 한다. 처음 진행된 패밀리 테스트에서 8.8점을 받아 모두 기뻐했다.
<파이어폴>을 다른 전문 게임쇼가 아닌 PAX를 통해 공개하는 이유는?
PAX는 퍼블리셔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가 아닌 게이머를 위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우리 게임이 무료 게임이기 때문에 유저를 먼저 공략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SF 소재 슈팅 게임의 인기가 많지 않은 건 사실이다.
게임의 성공은 장르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었다. 좋은 게임이라면 어떤 장르라도 성공할 것이다.
수익모델로 부분유료화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게이머, 그리고 개발자가 무료로 플레이하도록 하는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이머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내가 이 게임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 수 있고, 개발자는 넓은 범위의 사람들과 접촉해 어떤 사람들이 게임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아이템을 사면 플레이를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혹시 개발자들은 부분유료화에 대한 반감이 없었나?
아니다. 오히려 무료라서 좋아하더라. 서양 쪽에서 부분유료화를 대하는 자세가 바뀌고 있어서 이야기하는 게 쉬웠고, 생각보다 설득이 어렵지 않았다. 처음에 한 명 한 명 붙잡고 설득을 위해 물어봤는데 많은 직원들이 부분유료화 게임에 이미 많은 돈을 투자한 상태였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도 놀랐다.
■ 고퀄리티 게임이지만 요구사양은 높지 않다
<파이어폴>을 개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정말 많았다. 최고의 기술을 가진 팀을 만드는 것, 당장 무엇을 만들지 모르는 상태에서 데리고 있는 것, 개발 기술이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타격감을 표현하는 것도 힘들었다.
지난 2006년 차세대 엔진이던 오프셋 엔진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그래서 요구 사양이 높을 듯한데?
계약한 건 맞지만 <파이어폴>에선 오프셋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엔진을 사용한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뭐가 바뀌었는지 말하기 벅찰 정도다. HD 그래픽은 물론 HDR 파이프라인까지 지원하고 있다. 리얼타임으로 날씨와 햇살 등 환경 변화를 지원한다.
사양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사무실에서 사용 중인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8800 시리즈와 9800 시리즈인데, <파이어폴>을 충분히 돌리고 있다. 아직 최적화가 안 됐으니 언리얼 엔진 3가 돌아가는 PC라면 원활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고퀄리티의 게임이면 많은 유저의 동시 플레이 구현이 힘들지 않나?
많은 캐릭터를 동시에 그려내는 작업은 정말 큰 일이지만 최적화를 이뤄냈다. 우리의 전매 특허라 자세히 알려줄 순 없지만, 수백 명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난 패밀리 테스트에서 한꺼번에 100명이 넘게 플레이했지만 안정적이었다.
게임의 퀄리티 때문에 클라이언트 용량이 클 것 같다. 어떤 식으로 배포할 예정인가?
<파이어폴>의 클라이언트 용량은 많지 않다. 서비스를 시작할 때 배포될 클라이언트는 1GB를 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스트리밍 방식을 이용해 게임 내내 로딩이 된다.
<파이어폴>을 통해 독자적 기술들을 가졌다고 했는데 사업성이 있어 보인다. 혹시 이를 이용한 사업 계획이 있나?
엔진은 우리 특유의 것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만 쓸 것이다. 공유할 생각은 없다. 다른 업체들에게 서비스하지 않겠다.
<파이어폴>에 한국 유저를 위한 특별한 것들이 추가될 수 있을까?
<WoW>에서는 다르나서스에 남대문을 추가하는 등의 노력을 했지만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부분은 고민 중이다.
<파이어폴>의 e스포츠화에 대해 언급했는데, 진행 계획은?
한국의 경우 당장은 e스포츠협회와 얘기하진 않고 있다. 지금은 그와 관련된 기능을 넣고 있는 중이다. 관전모드나 스코어 기록 시스템 등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인 게임 레코딩 모드도 있는데 론칭 후 지원될 예정이다.
멀티플랫폼 지원 계획은 있나?
게임 엔진 자체가 DirectX를 지원하도록 개발 중이기 때문에 Xbox360으로는 가능할 듯하다. 만약 다른 플랫폼이라도 그들과 접촉해 이야기할 의향은 있다. 하지만 당장은 PC 버전에 집중할 것이다.
■ 회사에 도움 준 더나인, 뜻이 안 맞는 웹젠
지난해 초 강도 높은 정리해고가 단행됐다. 더나인의 인수와 관련 있는 것인가?
더나인에 인수된 뒤 나아졌거나 도움을 받는 부분이 있다면?
크게 도움됐다. 인수 당시 부분유료화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얘기하니 관련 팀을 구성해서 도움을 줬고 부분유료화 전략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직원을 미국까지 보내 많은 도움을 줬다.
게임의 서비스 시기는 언제쯤인가?
미국에선 올해 말 서비스를 진행한다. 개인적으론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서비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웹젠의 반응이 너무 늦다. 부탁이니 왜 그런지 웹젠에 물어봐 달라.
웹젠은 한국 서비스 시기를 내년으로 보고 있다. 독촉할 의향이 있나?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었다. 게다가 웹젠 홈페이지에는 <파이어폴>을 찾아볼 수 없어서 놀랍다. 계약 당시 경영진과 지금 경영진이 달라져서 그런지 당시와는 다른 관계를 갖게 된 것 같다.
그렇다면 <파이어폴>의 판권 업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나?
현재는 그럴 계획이 없지만, 지금 웹젠의 상황으로 봐선 제대로 된 서비스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웹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이런 일이 한국 퍼블리셔들에게 늘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하루 빨리 한국 게이머와 <파이어폴>을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