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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야구소년에서 구단주까지, 김택진 풀스토리

김택진 9구단주 “야구단 창단은 오랜 꿈이었다”

정우철(음마교주) 2011-03-31 15:55:38

야구단 창단은 나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31일 창원에서 열린 프로야구 9구단 창단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오랜 꿈을 밝혔다. 야구단 창단이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며, 오래 전부터 꿈꿔 왔던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질의응답에 앞서 야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차근차근 풀어냈다. 김택진 구단주의 야구 이야기를 들어보자. /창원=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 <거인의 별>로 야구의 꿈을 키우다

 

김택진 구단주의 야구에 대한 추억은 어릴적 봤던 만화 한 권에서 시작했다. 1960년대 당시 <거인의 별>(오른쪽 이미지)이라는 소년 야구 만화가 있었다. 아버지가 아들을 투수로 만드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김택진 구단주는 몸에 스프링을 달고 선구안을 키우기 위해 달리는 기차의 승객을 바라보는 만화 속 장면을 따라해 보기도 했다.

 

그는 팔과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기도 했다. 그때도 체구가 그리 크지 않아 빠른 볼을 못던져 커브를 던지려고 노력했다. 당시 책방에서 커브를 어떻게 던지는지 읽고, 몇 달 동안 밤새 골목에서 야구공을 벽에 던졌다. 그 결과, 나중에는 커브를 정말 잘 던지게 됐고, 학교에서 구원투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택진은 중학교 때까지 야구에 빠져 살았던 소년이었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이종도 선수의 첫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프로야구가 시작되면서 야구의 열정을 프로야구가 대신 만족시켜줬다. 그는 서울 출신이라 MBC 청룡의 팬이 되고 싶었지만, 우상은 롯데 자이언츠의 최동원 선수였다. 한국시리즈 4승이라는 업적을 이룬 최동원 투수는 김택진의 영웅이 되었다.

 

그렇게 프로야구로 야구가 꿈이었던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대학교에서는 컴퓨터에 매료되면서 아래아 한글을 개발하는 등 컴퓨터 산업에 뛰어들었다. 김택진의 손에 글러브 대신 컴퓨터가 있었지만, 정작 그를 지탱해준 것은 야구였다.

 

 

 

■ WBC를 보며 품은 구단주의 꿈을 펼치다

 

엔씨소프트 창업 후 IMF가 터졌다. 많이 힘들었지만 해외에서 승승장구하던 박찬호 선수 소식에 용기를 얻어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이후에도 야구 때문에 심장이 뛰던 순간이 많았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에 열광했다. 특히 WBC 때 본 김인식 감독의 모습은 한일 월드컵 당시의 히딩크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김택진이 구단주의 꿈을 키운 것도 WBC 때였다. 그는 “체구가 컸다면 야구선수가 됐을 것이다”고 말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을 품고 있었다. 그 열정은 자연스레 우리가, 그리고 엔씨소프트가 감동을 줄 수 있는 야구인을 배출해 보고 싶다는 꿈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그는 어떻게 하면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엔씨소프트 외부 강연 프로그램에서 허구연 위원을 초빙해 야구 강연을 듣게 됐다. 김택진은 “당시에도 우리가 야구단을 창단할 줄은 전혀 몰랐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강연이 끝나고 가진 티타임에서 김택진은 자신이 가진 야구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에 허구연 위원이 9구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허구연 의원은 새로운 도전을 제시했고, 김택진은 용기를 갖고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회사 식구들에게 야구단 창단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모든 사람들이 야구를 좋아했고 그런 도전이라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끝까지 해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래서 KBO에 창단 의향서를 제출했다.

 

 

■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구단을 만들고 싶다”

 

의향서를 내면서도 걱정이 많았다. 엔씨소프트는 그룹을 거느린 대기업도 아니었다. 하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격려해 주었고, 힘을 보태줘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김택진 구단주는 벅찬 감정과 포부를 밝혔다.

 

“오늘은 대한민국 9번째 구단의 심장이 뛰기 시작한 날이다. 실제로 엔씨소프트가 야구단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날이다. 지금은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하고자 한다. 여러분이 기대하는 바와 우리의 노력으로 한국 야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싶다.”

 

김택진 구단주는 자신에게 있어 야구란 “내맘대로 즐기는 영화이자 삶의 지혜서”라고 정의했다. 드라마처럼 스토리가 있고, 감동을 주고, 긴 페넌트레이스로 장편영화를 보는 느낌도 준다는 이야기다. 그의 야구단 창단 스토리는 다음의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우리는 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을 만들고자 한다. 승리에 미치는, 야구를 위한 구단을 만들고 싶다. 사람들의 일상과 사회적 약자에게 긍정적인 희망을 줄 수 있는 구단이 되었으면 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싶다. 앞으로 어려운 일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긍정의 힘을 믿는다. 우리에게 이야기해주는 대중을 믿고 앞으로의 여정을 떠나볼까 한다. 모두에게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