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만우절(April Fools Day)을 맞아 국내 게임계에서 숱한 거짓말(?)이 난무했는데요, 시차가 늦은 해외는 한 술 더 떴습니다. 너무 잘 꾸며 놓아서 깜빡 속을 뻔한 적도 있더라고요.
게임 매체들은 당연히 그럴듯하지만 깨알 같은 장난으로 버무린 뉴스를 내보냈고, 게임업체들은 다양한 이벤트 페이지로 게이머들을 농락(?)했습니다. 그중에 꼭 봐야 할 다섯 가지를 모아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황성철 기자
█ <스타워즈: 구공화국> 츄바카 언어로 전격개발!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듬직한 친구 츄바카. 한솔로의 절친이자 부조종사이기도 한 그도 이제 온라인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타워즈: 구공화국>을 개발 중인 바이오웨어가 츄바카의 종족 우키(Wookies)들을 위해 그들의 언어인 샤이리우크(Shyriiwook) 버전을 내놓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단 한번 들어나 보죠.
첫 번째 장면, 제국과의 결전을 앞두고 한 장교가 공화국 병사들과 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때 한무리의 제다이들이 다가옵니다. 선택지는 세 가지. 우키어 사전에 따르면 ‘요즘엔 도움을 받기가 힘들죠’, ‘밥먹을 시간입니다’, ‘맞습니다’ 중에 플레이어는 첫 번째를 선택하고 병사들은 원군에 크게 환호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우키가 갓 전입한 이등병들을 바라보는 상병 말호봉의 표정을 짓습니다.
두 번째 장면, 양민을 괴롭히던 불량배에게 제다이 기사가 다가갑니다. 또 세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차례대로 ‘안녕 뭘하고 있어?’, ‘이런 짓을 하다니 나빴어’, ’이런 상황에서는 행복하지 않아’입니다. 난감하네요. 결국은 세 번째를 고르는데, 우키는 역시 말보다는 주먹이네요.
세 번째 장면, 한 커플이 오랜만에 만난 듯 서로에게 다가섭니다. 일단 말보다 행동이 먼저. 그리고 갑자기 우키 말이 튀어나옵니다. ‘꾸우우우 웨에에엑~’ 결국 여자는 뒤도 안돌아보고 떠나는데, 남자의 표정이 가관입니다. 글쎄요, 우키어 버전은 솔직히 무리수 같군요.
█ <스타크래프트> 콘솔 프로젝트 재시동?
블리자드는 매년 그랬듯 올해에도 많은 떡밥을 투척했습니다. 이미 국내편을 통해서도 몇 가지가 알려졌는데요, 해외 시차 때문에 다뤄지지 않았던 다른 것들도 깨알 같은 재미들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먼저 <스타크래프트 2>가 콘솔 버전으로도 나온다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모션 컨트롤 방식입니다.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죠.
※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시작합니다.
[[#/1UPLOAD_HERE/press/StarCraft Returns to Consoles.wmv#]]
평범해보이는 두 백인 남성이 대형 모니터 앞에 서 있습니다. 마치 운동을 하려는 듯이 몸을 푸는데요, 같은 시각 서울에서도 한 남자가 자세를 가다듬습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2>의 게임화면이 보입니다.
2:1로 벌어지는 이 대결에서 역시 한국인은 세계 최강 <스타크래프트> 종족의 위엄을 보여줍니다. 결국 다른 두 게이머는 합체를 하게 되는데…… 블리자드식 센스가 재밌습니다. 자세히 보니 모션 캡쳐 장비는 키넥트의 짝퉁이군요.
블리자드 본사의 다른 만우절 뉴스는 바로 <디아블로 2>에 등장했던 호라드릭 큐브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나왔다는 소식입니다.
스마트폰에 설치돼 있던 다른 앱들을 조합해 새로운 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 밖의 기능으로는 지옥으로 통하는 차원문 소환이 있습니다. 곧 공개될 예정이라네요.
재미있는 것은 면책 조항입니다. 이 앱을 ‘부적절하게 사용해 발생하는 두통, 불면, 발진, 귀신들림, 분해, 능지처참, 장기 적출, 대화재, 전소, 정신 이상, 악마 빙의, 무좀을 비롯해 그 어떤 손해도 책임질 의무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호라드릭 큐브인 만큼 두통, 불면은 수긍한다 치더라도 능지처참과 장기적출, 무좀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요?
█ 꿈의 APM! 초당 50번 광속 클릭 게이밍 장갑
게이밍 기기 제조사 레이저가 가공할 만할 물건을 내놓았습니다. 이름하여 바이오-엑소스켈레톤 레이저 탈론입니다. 손에 끼는 장갑 같이 생긴 이 물건은 위험해 보이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무려 분당 3,000번(APM)의 행동을 취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
제조사의 설명에 따르면 게임을 할 때 일반적인 게이머들이 분당 100번, 프로게이머들이 300번의 행동을 취한다고 하는데요, 이 장갑을 착용하면 3,000번을 할 수 있다고 하니 대단하네요. 월핵도 필요없고, 치트 방지 프로그램도 먹지 않는 ‘킹왕짱’ 하드웨어라고 합니다.
유명 프로게이머들의 사용후기도 올라와 있는데요, 임요환 선수가 빠질 수는 없죠? <스타크래프트>의 황제라고 소개된 그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레이저 탈론을 사용한 후 1주일, 난 이게 인간 진화의 다음 단계라고 믿는다. 이건 나의 새로운 손이다. 이걸 손에서 떼어낼 방법을 찾지 못해서만은 아니다……”
독일의 크리스토프 셈케 선수는 “난 내가 전에 도달하지 못한 수준의 APM에 이르렀다. 플레이하는 모든 게임마다 900번을 찍는데 왜 내 손이 창백해지는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 <바이오 하자드>의 아버지, 미카미 신지 액션 피규어 출시
일본 유명 개발자 미카미 신지가 자신의 모습을 빼닮은 액션 피겨를 내놓는다고 합니다.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로 전 세계에 많은 팬을 보유한 그이기에 게이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는데요, 일단 실물부터 감상해 보시죠.
탱고 게임웍스에서 직접 제작, 판매하는 이 액션 피겨는 그의 실물의 1/10 크기인 165mm라고 합니다. 엉겁결에 키가 공개됐네요. 수량이 한정된 관계로 1인당 하나씩만 판매한다고 하는데요, 한정판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모자와 여분의 손, 그의 얼굴을 가리기 위한 수염 등이 동봉돼 있습니다.
이 피규어의 특징은 그냥 보기만 하는 물건이 아니라는 겁니다. 등 뒤의 버튼은 미카미 신지 감독을 우주로 날려 버리는 기능을 합니다. 게다가 수염을 직접 깎을 수도 있다고 하는군요. 또 깨알 같은 추가기능이 있는데요, 매일 한가지씩 우스갯소리를 들려준다고 합니다. 다만 유머의 질은 보장하지 못한다는 부연설명이 붙어 있네요.
그런데 미카미 신지 감독이 화난 걸까요? 현재 판매 페이지는 종적을 감춰(?) 궁금증을 더하고 있습니다.
█ ‘쿨’을 주지 않을 수 없는 해외 게임매체
북미 블로그형 매체 디스트럭토이드(Destructoid)가 만우절을 맞아 큰 일을 벌였습니다.
100% 손글씨 게임 매체로 거듭난 것입니다. 아마도 이건 세계 최초가 아닐까 싶네요. 게임 매체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해도 될 듯합니다.
디스트럭토이드의 기자들은 4월 1일, 만우절 당일만 해도 50여 개의 기사를 썼는데요, 모두 다 삐뚤빼뚤 쓰고 그린 손글씨와 그림들로 채워졌습니다.
하나 하나 그리고 쓰고 스캔하거나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그 노고…… 아 상상만으로도 안구에 쓰나미가 몰려오는군요. 이를 지켜본 해외 게이머들도 눈물을 쏟으며 응원했다는 후문(?)이 들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