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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스마트한’ 3D MMORPG를 만든다, 엔비어스

새출발 특집: 프로젝트 노아의 엔비어스(NVIUS)

이재진(다크지니) 2011-04-04 11:46:01

작년 하반기, 신작을 찾는 ‘소싱’ 시장에서 ‘블루칩’으로 주목받은 3D MMORPG가 있었다. 신생 개발사 엔비어스(NVIUS)가 만드는 <프로젝트 노아(N.O.A)>였다.

 

유일하게 공개돼 있는 <노아>의 이미지 한 컷.

 

대형 게임업체들이 눈독을 들였던 <프로젝트 노아>는 지금 어떤 단계일까? 그리고 누가, 어떻게 만들고 있을까? 디스이즈게임의 새출발 특집, 2011년의 첫 주인공 엔비어스를 만나 보자. /디스이즈게임 이재진 기자


※ 회사명 NVIUSNew Viaduct In Ubiquitous Society의 약자다. 유무선을 아우르는 유비쿼터스 사회에서 새로운 가교가 되겠다는 의미. 물론 발음만 놓고 따지면 ‘Envy Us’로 들리기도 한다. 외부에서 “그래서, 부러워하라는 건가?”라는 다소 격한(?) 반응도 있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회사로 만들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한다.


 

새로운 개발사에 가면 먼저 사람에 관심을 갖게 된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결과물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가장 유효한 근거이기 때문이다.

 

엔비어스는 넥슨 출신 대표이사와 엔씨소프트 출신 개발이사가 의기투합해 출발했다. 주요 개발진의 상당수는 10년차 이상. 그것도 대부분 MMORPG 경험이다. MMORPG를 새로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만들어 본 사람이 잘할 수 있으니 <프로젝트 노아>가 주목받게 된 것도 그리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김준성 대표: 경영학과를 나와 넥슨에서 캐주얼 게임 개발, 포털용 게임 개발을 맡았고, 넥슨모바일에서 4년 정도 사업개발 실장을 맡았다. 이후 엔비어스를 설립했다.

 

 

- 넥슨 출신 대표와 엔씨 출신 개발이사의 만남

 

엔비어스 김준성 대표는 넥슨을 나온 이유가 간단명료했다. 회사를 차려서 온라인게임을 하고 싶었다. 그는 넥슨에서 캐주얼 게임 개발과 게임포털 콘텐츠 제작, 모바일(넥슨모바일)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넥슨모바일에서 4년 정도 일하면서 “온라인게임 같은 것이 모바일에서 잘 될 것 같다”는 감을 잡았다. 그런데 모바일게임계의 변화는 생각만큼 빨리 찾아오지 않았다. 그는 온라인게임을 만들 때 모바일 연동성을 제대로 가져가면 사업성이 뛰어나겠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온라인게임을 만들어서 모바일과 연계하고 싶었어요. 물론 최우선으로는 성공적인 온라인게임을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MMORPG를 만들기로 했고요. 그러면서 초기부터 모바일과 연계해서 같이 가는 그림을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모바일은 전공했으니, 이제 MMORPG를 잘 만드는 숙제가 남아 있었다.

 

이찬 개발이사: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 2> 서버 개발을 시작해 서버팀장, 프로그램팀장을 거쳤다. 현재 <프로젝트 노아>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그 무렵, 엔비어스 이찬 개발이사는 <리니지 2> 프로그램팀장을 그만두고 엔씨소프트를 나왔다. 그는 회사를 차리기보다 프로그래머들로 구성된 베테랑 팀을 꾸려서 제대로 개발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번잡한 생각할 필요없이, 그야말로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원했다.

 

그러다 후배 프로그래머의 소개로 김준성 대표를 만났다. 정보 교류 차원의 가벼운 미팅이었는데, 만나고 보니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그것도 1학년 때 같은 반. 졸업 후 15년 만의 재회였다. 그동안 한 사람은 캐주얼과 모바일 경험을, 다른 한 사람은 MMORPG 경험을 진하게 쌓았다.

 

동창생의 극적인 재회 덕분에 엔비어스의 출범은 탄력을 받았다. 초기 멤버들이 모여서 준비를 시작한 것이 2009년 4월, 이어서 6월 30일에 법인이 세워졌고, 그해 10월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그리고 좀처럼 믿기 힘든 이야기가 나왔다.

 

“프로토타입 개발에 6개월, 알파 버전 단계가 6개월, 매스 프로덕션 준비 단계에 3개월 걸렸다”는 것이다. 밤을 새운 기억도 거의 없단다. 아무리 경력이 많다고 해도, 대형 MMORPG를 만드는 일인데, 이상론에 가까운 일정이었다. 작년 하반기에 퍼블리셔들이 <프로젝트 노아>에 주목하고 협상에 나섰던 것을 떠올려 보면 이들이 밝힌 일정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라는 물음이 남는다. 자연스레 두 사람과의 대화는 그 이유를 하나씩 짚어보는 쪽으로 흘러갔다.

 

 

- 처음부터 프로그램팀의 안정성을 확보하다

 

“초기에 개발을 시작할 때,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기획적인 부분은 예측이 힘듭니다. 그나마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완성도를 이야기할 때 프로그램 파트는 ‘동작하면 되는 거니까’ (상대적으로 예측이 가능하니까) 어떤 사람이 얼마만큼의 일을 어느 기간에 완성할 수 있는지를 예측하고 맞춰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찬 개발이사는 2009년 4월 프로그램팀을 포함해 전체 개발팀 세팅을 시작했다. 특히 프로그램팀은 과거에 손발을 맞춰본 인재들이 모일 때까지 6개월을 기다렸다.

 

그렇게 최소 5년 이상 자신과 함께 일했던 프로그래머 4명으로 팀이 꾸려졌다. 그동안 기획, 그래픽 등 다른 파트도 인력을 모으고 기반을 다졌다. 초기 세팅에서 프로그램팀에 신경을 쓴 이유, 그것도 5년 이상 같이 일했던(<리니지 2>를 같이 만든) 멤버들을 영입한 이유가 있었다.

 

“제가 모든 기술을 다 알 수 없잖아요. 그러니 동료가 말하면 믿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팀원이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구나… 믿어야 하죠. 되는 것은 확실히 구현하고, 안 되는 안 되는 겁니다. 정확하게 서로 그것을 신뢰하면서 빠르게 기반을 잡을 수 있는 분들이 필요했습니다.”

 

프로그램팀만 있다고, 잘한다고 게임이 일정대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2009년 4월에서 10월 사이, 6개월 동안 다양한 파트의 팀원 구성이 이루어졌다. 다만, 초반 프로토타입과 알파 버전 개발에서 ‘안정적인 프로그램팀’의 힘이 필요했고, 엔비어스는 그것을 처음부터 다져 놓고 출발했다.

 

김준성 대표는 “뭔가 들고 나와서 만들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그는 “요즘 보면 빨리, 잘 만드는 게 4년 정도인 듯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걸 3년 안에 만들어 보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빨리만 만든다고 능사는 아닐 터. <프로젝트 노아>는 나중에 속도를 내기 위해 출발선상에서 치열한 몸풀기 과정을 거쳤다.

 

 

- 모든 부서가 6개월 동안 회의하다

 

“지금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렇게 했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토타입 버전에서 버린 게 거의 없었어요.”

 

이찬 개발이사는 그럴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며 “처음 시작할 때부터 어느 부서 하나 빠지지 않고 회의를 엄청나게 했다”고 말헀다. 대표와 사업, 그래픽, 기획, 프로그램 등 모두 모여서 6개월 동안 회의를 거듭했다. 모든 콘텐츠를 시쳇말로 ‘한번 쫙 훑었다’. 덕분에 무리한 일정을 짜지 않게 됐다. 그리고 새로운 개발자가 합류했을 때 프로젝트의 개요가 한눈에 쏙 들어올 수 있도록 정리돼 있었다.

 

그러니까 2009년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각 부서를 셋업하고, 초기 멤버들이 회의를 했다. 준비 시작부터 프로토타입 개발 시작까지 6개월을 알차게 보낸 덕분에 지금까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올 수 있었던 셈이다.

 

대체 6개월 동안, 어떤 회의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졌다. 이찬 개발이사는 “주당 약 2건에 대해 회의했다. 기획 쪽에서 회의자료를 준비하고, 김 대표와 나는 해당 주제에 대한 사례를 찾아보고 회의에 들어갔다. 어떤 주제는 몇 주 동안 논의하기도 했다. 전투는 아마 한 달 동안 꼬박 회의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전투는 결국 결론이 나지 않아서 프로토타입에서 두 가지 방식을 모두 구현해 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MMORPG에서 너무나 중요한 전투이니 이야기가 계속됐다. 김준성 대표는 “(프로젝트 노아의 개발을 시작할 당시) 전투에 대해서는 참고할 게임들이 많았다. MORPG들이 많이 나와서 참고가 많이 됐다”며 지금도 전투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회의실에 선 두 사람. 뒤로 <프로젝트 노아>의 이미지들이 붙어 있다.

 

 

- 스마트한 유무선 연동 MMORPG를 꿈꾼다

 

6개월의 회의 러시 기간에 모든 부서가 작업을 하지 않고 있었던 건 아니다. 예를 들면 그래픽 파트는 원화 등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애셋을 만들고 있었다. 모바일팀에서는 시험 삼아 피처폰용 모바일 RPG를 하나 개발해 출시했다. 특히 모바일은 온라인게임 개발본부 안에 하나의 어엿한 팀으로 세팅돼 있다. 출발할 때부터 함께 준비해서 제대로 된 유무선 연동 MMORPG를 만들어 볼 셈이다.

 

이는 넥슨모바일에서 온라인게임과 모바일의 접목을 구상했던 김준성 대표의 의지이기도 하다. 그는 “유저들에게 ‘이 게임은 유무선 연동이야’라고 얘기하면 PC에서 하는 것처럼 똑같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선입견이 부담도 된다고 설명을 시작했다.

 

<프로젝트 노아>는 풀 3D MMORPG이기 때문에 100% 같은 경험을 모바일 환경에서 주자는 시도가 아니다. 100% 똑같이 돌아가지도 않는다.

 

김 대표는 “유저들이 휴대폰에서 느끼고 싶어하는 경험이라는 것은 굉장히 다른 것 같다. PC에서는 3~4시간 집중해서 플레이하지만, 휴대폰은 잠깐 하면서도 뭔가 효용성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들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엔비어스는 모바일 환경에서 정말 유저들에게 필요한 기능이 뭘까 고민하고 있다. 이들의 유무선 연동 서비스는 <프로젝트 노아>의 서비스가 시작될 때 함께 제공될 예정이다.

 

최근 스마트 기기와 MMORPG의 접목에 대한 이야기가 무성하다. 유저들도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MMORPG의 서브 콘텐츠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고 있을 정도. 그만큼 엔비어스가 출발지점에서부터 모바일에 투자한 것은 낯설지 않다. 처음부터 같이 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안정성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MMORPG는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게임이잖아요. 유무선 연동 서비스도 좋지만 일단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전제돼 있어야 합니다. 솔직히 나중에 우리의 유무선 연동 서비스가 나왔을 때 유저들이 ‘이게 뭐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준비해 보고 싶어요.”

 

어느새 밖에서도 자신이 즐기는 게임을 체크하는, 자연스러운 생활 패턴을 만드는 게 김준성 대표의 희망사항이다.

 

예를 들면, <길드워 2>도 유무선 연동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위의 이미지는 <길드워 2>의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 화면.

 

 

- 강요보다 스스로, 자유로운 개발사를 향해

 

‘매스 프로덕션’에 들어갈 <프로젝트 노아>를 위해 엔비어스는 한창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제 막 50명을 넘었고, 올해 80여 명까지 늘어날 예정. 모든 분야에서 두루 인재를 찾고 있다.

 

이찬 개발이사는 강요의 역효과를 과거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는 강약조절을 강요받았어요. 밤을 새워서 어떤 걸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죠. 솔직히 업무를 개개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걸 아는데, 강요하면 역효과만 납니다.”

 

그래서일까, 그는 확고한 인재관을 갖고 있었다. “100개를 할 수 있다고 해 놓고, 밤을 새워 90개만 하는 사람은 별로입니다. 저는 그 대신 밤을 새우지 않고 10개를 정확히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해요. 자기가 잘 컨트롤해서 마감 때 마감 같지 않은 분위기를 낼 수 있기를 바라거든요.”

 

엔비어스 개발실 전경. <프로젝트 노아>의 그래픽 작업이 한창이다.

 

실제로 <프로젝트 노아> 개발진은 프로토타입, 알파 버전, 최근 빌드 완성까지 몇 차례 마감을 거치면서 거의 밤을 새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일정을 어기지 않았다고. 이찬 개발이사는 관리자로서 빠지기 쉬운 함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여기(엔비어스) 와서는 프로그래머들이 밤을 새우는 일이 거의 없었어요. 그럴 때 빠지기 쉬운 오류가 ‘얘네들 일이 적은 건 아닐까?’ 같은 건데요, 실제로 그런지 제대로 알려면 대화를 굉장히 많이 해야 합니다. 일 외적으로도 말이죠. 공장처럼 관리하는 방식이나 방법론은 먹히지 않는다는 걸, 저 스스로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김준성 대표가 “베테랑들이라 페이스 조절을 잘 한다”며 개발이사의 말을 거들었다. 그러면서 “나중에 정말 필요할 때를 위해 힘을 비축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아무리 잘하는 개발자라도, 테스트가 시작되고 유저들의 반응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수용하고, 고치고 하면서 나갈 때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무리하지 않습니다.”

 

엔비어스는 <프로젝트 노아>를 하루 빨리 유저들에게 선보이고 싶다. 전체 개발 기간 중에 40%가 유저들에게 선보이고 평가받는 기간으로 잡혀 있다. “그때 써야 할 에너지가 많을 테니 멀리 보고 나가겠다”는 각오다.

 

물론 베테랑들이 모였다고 무조건 좋은 게임이 나오는 건 아니다. 과거의 경험에서 필요한 것들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주어진 자금과 시간 안에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가의 싸움이다. 엔비어스는 초기 6개월의 셋업과 회의를 통해 다진 기반 위에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좋은 개발사로 남고 싶다는 그들의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중이다.

 

 

“좋은 개발사를 만들고 싶었어요. 일단 시장에 통할 수 있는 게임 개발을 진행하는 게 우선인 것 같습니다. 개발자들이 이 안에서 능동적으로 창조할 수 있는 회사를 만는 게 목표입니다.” /김준성

 

“여기라면 내가 만들고 싶었던 프로그램팀,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개발팀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답답하지 않은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사실 그런 건 이상일 뿐이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김 대표를 만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말처럼 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