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어택>의 국내 서비스 재계약을 놓고 CJ와 넥슨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아직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의사 표현의 수위도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CJ E&M 게임즈는 5일 새로운 온라인게임 21개를 공개하는 대규모 신작발표회를 열었다. 남궁 훈 대표이사(오른쪽 사진)는 오는 7월 국내 서비스 계약이 끝나는 <서든어택>의 재계약 질문이 나오자 “계속 (넥슨과) 밀고당기기를 하고 있다. 쉽게 결론이 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 협상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연매출과 넷마블 방문자수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서든어택>을 계속 서비스하고 싶다는 CJ의 의지는 확고하다. 남궁 훈 대표는 “FPS 장르에서는 현재 갖고 있는 리더십(주도권)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물론 <서든어택>도 계속 서비스하고 싶다”고 밝혔다.
■ 넥슨이 서비스하고, 넷마블은 채널링?
넥슨은 지난해 <서든어택>의 개발사 게임하이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서든어택>의 국내 서비스 재계약 협상 테이블에도 넥슨이 나서고 있다. 사실상 ‘게임하이=넥슨’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CJ와 넥슨은 왜 협상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을까?
디스이즈게임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넥슨은 국내 계약이 종료되는 7월 이후 <서든어택>을 직접 서비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CJ의 <서든어택> 서비스는 채널링의 형태로 유지하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게임하이로 들어오는 <서든어택> 수익 배분율의 조율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넥슨이 직접 <서든어택>을 챙기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넥슨은 일본에서 전례를 남긴 바 있다. 원래 <던전앤파이터>의 일본 퍼블리셔는 NHN 재팬이었다. 그런데 넥슨이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 네오플을 인수한 후 일본 퍼블리셔는 넥슨 일본법인으로 바뀌었다. 그 대신 NHN 재팬 한게임에는 채널링의 형태로 <던전앤파이터>가 남아 있다.
<던전앤파이터>는 일본에서 넥슨 일본법인의 본 서비스(위)와,
NHN 재팬의 채널링 서비스(아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같은 방식을 <서든어택> 국내 서비스에서도 생각하고 있는 셈. CJ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다. 5년 넘게 서비스해 온 <서든어택>의 유저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고 있어서 당장 대규모 이탈은 없다고 해도, 넥슨이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매출과 유저 감소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식 퍼블리셔가 아닌 채널링 사업자로 바뀌는 위상의 변화도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넥슨도 부담되긴 마찬가지. 게임하이와 CJ가 맺은 <서든어택> 계약에는 유저 DB 이전에 대한 조항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넥슨이 직접 <서든어택> 서비스에 나선다고 해도 협상이 결렬되면 유저들은 <서든어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FPS 게임 신작도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유저를 경쟁작에 빼앗길 위험성도 있다.
■ FPS를 대량 확보해 <서든어택>과 묶고 있는 CJ
이처럼 CJ와 넥슨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에 재계약 협상이 쉽게 타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 많다. 벌써 4월인데 입장의 차이만 확인하고 있는 상황. 계약이 종료되는 7월까지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CJ는 FPS 게임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드래곤플라이의 <솔저오브포춘 온라인>과 <스페셜포스 2>를 확보했고, 자회사 애니파크의 <그라운드 제로>도 서비스할 예정이다. 특히 오늘 <서든어택>을 만들었던 CJ게임랩 백승훈 개발본부장의 새로운 FPS 게임 <프로젝트 RAW>를 공개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FPS 신작 4개는 모두 올해 안에 테스트, 또는 오픈 베타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단일 퍼블리셔가 같은 장르의 신작을 3~4개씩 대량으로 확보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서든어택>이라는 최대 FPS 유저풀을 확보한 넷마블 입장에서는 재계약 여부에 흔들리지 않고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말했다.
CJ는 얼마 전 넷마블 안에 FPS홈 섹션을 만들면서 <서든어택> 유저풀과 신작 FPS 게임을 아우르는 작업에 나섰다. <서든어택>을 하려고 접속하면 자연스럽게 FPS 신작들이 보이도록 배치해 놓은 점이 눈길을 끈다.
넷마블에는 <서든어택>을 비롯한 FPS 3종이 ‘FPS홈’ 페이지로 묶여 있다.
■ <서든어택> 재계약 갈등이 미치는 파장들
<서든어택> 재계약 갈등의 불똥은 여기저기로 튀고 있다. 당장 <서든어택 2>도 문제다. CJ E&M 게임즈는 오늘 라인업 발표에서 이미 계약해 놓은 <서든어택 2>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질의응답 시간에 관련 질문이 나오자 남궁 훈 대표는 “어떻게 보면 답은 간단하다. 개발사(게임하이)에서 (서든어택 2를) 만들어주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 왜 안 주냐는 입장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서든어택> 재계약 향방에 따라서 상대방의 입장도 달라질 것이다”고 직설적으로 대답했다.
CJ와 넥슨의 관계는 <서든어택>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지난해 넥슨은 CJ가 서비스하는 <서든어택>의 개발사 게임하이를 인수했다. 그리고 CJ는 게임하이의 자회사였던 호프아일랜드(지금의 CJ게임랩)를 인수했다.
게임하이와 CJ게임랩은 인수합병이 일어나기 전에 웹게임 <킹덤즈>와 하드코어 TPS <하운즈>의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즉 CJ게임랩이 개발 중인 <킹덤즈>와 <하운즈>의 퍼블리셔는 넥슨의 자회사 게임하이다.
오늘 영상이 처음 공개된 실시간 전략 웹게임 <킹덤즈>.
개발사는 CJ게임랩이고, 퍼블리셔는 게임하이로 되어 있다.
보통 신작의 첫 공개, 특히 플레이 영상 같은 주요 홍보자료는 퍼블리셔의 계획에 따라 공개된다. 드래곤플라이가 개발한 <스페셜포스 2>의 영상이 퍼블리셔인 CJ의 이번 라인업 발표회에서 처음 공개된 것도 같은 이치다. 그런데 오늘 CJ는 자회사 CJ게임랩의 라인업을 발표하면서 <킹덤즈>와 <하운즈>의 특징을 소개하고 플레이 영상까지 모두 공개했다.
기본적인 배려마저 실종된 상황. 양사의 관계가 얼마나 냉랭한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