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는 여성가족부의 강제 셧다운 제도 추진 등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사회적으로 표면화됐다. 그렇다면 정말로 게임이 학생들의 학습을 방해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나섰다.
■ 게임 = 대학↓ ≠ 고수입
최근 옥스퍼드 대학은 1970년생 17,200명을 대상으로 게임과 독서가 대학 진학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지금은 40세에 접어든 이들은 오락 시설과 비디오 게임이 새롭게 등장했던 1980년대를 10대로 보낸 세대들이다. (옥스포드 대학의 조사는 게임 장르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른 활동은 전혀 하지 않고 게임만 정기적으로 플레이할 경우, 게임은 하지 않고 다른 과외 활동(독서, 악기 연주 등)을 한 그룹에 비해 대학 진학 가능성이 남성은 5%(24%→19%), 여성은 6%(20%→14%) 정도 떨어졌다.
반면 16세 학생이 독서를 즐기면 대학 진학 가능성이 남성은 40%에서 51%로, 여성은 38%에서 50%로 올랐다. 독서만이 아니라 악기 연주나 박물관 관람 등 다른 과외 활동을 겸하면 그 확률은 각각 70%와 68%까지 치솟았다.
누가 성공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대학 진학률이 떨어졌다고 게임을 즐긴 이들이 33살에 전문직이나 관리급 직책을 가지는 데까지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6세 학생이 매달 한 권 이상의 독서를 하면 33살에 전문직이나 관리급 직책에 오를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남성은 14%(25%→39%), 여성은 10%(48%→58%) 정도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다만, 이런 학업적인 활동이 고급 직업을 갖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실제 수입 차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 테일러는 “이 조사는 원래 여러 과외 활동이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직업 선택 등 그 후의 삶에 대한 영향까지는 증명해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섣부른 일반화는 금물
이번 조사를 진행한 마크 테일러(Mark Taylor)는 영국 사회학협회 컨퍼런스에서 “컴퓨터 게임 외에 다른 과외 활동이 더 유익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보다 사회적이거나 학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거나 독서를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 조사는 1970년대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조사대상들이 주로 게임을 즐겼던 1986년도에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또한 당시 비디오 게임의 상황은 지금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며 섣부른 일반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자신과 친구, 동료 역시 게임을 즐긴다며 “교육은 꼭 책에만 있는 건 아니다. 게임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게임이 국어 성적에서 A를 받는 데 도움이 안 될지 모르지만, 프로그래밍에 더 흥미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게임 시장을 개척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는 거대한 성공을 거뒀다.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꼭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어린이용 학습 게임도 찾아보면 많다.
■ 중요한 건 균형과 부모의 역할
한편, 캐주얼 게임 협회의 제시카 탐즈(Jessica Tams) 상무이사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흥미롭다. 보고서에 따르면 어릴 적 게임을 접한 사람들이 대학을 가지 않고도 관리급, 전문직에 임할 확률이 더 높다. 아마도 게임보다는 오히려 대학에 대해 더 많은 걸 말하는 보고서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어떤 활동이라도 과하면 위험하다. 과도한 운동은 죽음에 이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라는 것은 아니다. 모든 건 균형 잡힌 활동이고, 부모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