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온 월드의 MMORPG <리프트>(RIFT)를 국내에 서비스하는 CJ E&M 넷마블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대표이사가 직접 서비스 TF 총괄을 맡을 정도로 힘을 쏟는가 하면, 북미 서버에서 국내 유저들과 게임을 즐기고, 카페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열린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CJ E&M 넷마블 남궁훈 부문대표(오른쪽 사진)는 지난 6일 북미 서버에서 <리프트>를 즐기는 한 국내 길드의 자유게시판에 “안녕하세요. CJ E&M 게임부문 대표입니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자신이 <리프트> 북미 서버에서 레벨 39 워리어를 키우고 있다며 성공적인 한국 서비스 오픈을 위해 의견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남궁훈 대표의 글은 15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유저들은 저마다 생각하는 <리프트>의 한국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으며, 남궁훈 대표 역시 유저들 의견에 하나 하나 댓글을 달 정도로 귀 담아 듣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CJ 인재원에서 디스이즈게임과 만난 남궁훈 대표는 “생각보다 많은 유저들이 댓글을 달아 줘서 나도 놀랐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뜻이니까 기분은 좋다”며 유저들의 관심을 반겼다.
이어서 그는 “<리프트>의 국내 서비스에 대해 고민이 많다. 최대한 국내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을 맞추려고 하며, 이를 위해 앞으로도 유저들과 계속 소통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리프트>의 국내 서비스에 대한 남궁훈 대표의 고민은 무엇일까? 디스이즈게임은 남궁훈 대표가 관련 카페에 남긴 글과 직접 대화한 내용을 토대로 네 가지 고민을 정리했다.
1. 한국화를 해야 하나? 하면 얼마나 해야 하나?
<리프트>는 현재 북미에서 게임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된 기존 MMORPG와는 많이 다른 게임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어려운 게임’, ‘대중적이지 못 한 게임성’이라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현지화 과정에서 ‘한국화’라는 명목 아래 게임성을 많이 고친다면 마니아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이에 CJ E&M 넷마블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남궁훈 대표는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영어만 한글로 바꿔서 최대한 빨리 서비스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하지만 워낙 <리프트> TF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 고민이 많다. 특히 이 문제는 게임의 서비스 시기가 빨라지느냐, 아니면 늦어지느냐의 이슈도 걸려 있기 때문에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속내를 밝혔다.
일단, <리프트>가 대대적인 수정을 거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남궁훈 대표는 “한 가지 확실한 건, 설사 한국화를 한다고 해도 기존 유저들이 크게 반발할 정도로 게임성을 뜯어고치지는 않을 것이다. 한 가지 예로, <리프트>의 캐릭터가 국내 성향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래픽을 확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2. 번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유저들이 <리프트>의 한국 서비스에 대해 민감해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번역’이다.
특히 <리프트>는 외국 게임이면서도 고유명사가 많다. 이를 ‘완역할지, 음역할지’부터 시작해 검수는 어떻게 할지 등 여러 가지 결정할 부분이 많다.
남궁훈 대표는 “개인적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번역은 정말 대박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리프트> 역시 최소한 ‘발번역’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CJ E&M은 기존에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방식의 번역이나, 마니아들이 직접 참여하는 일종의 ‘공개 번역’ 방식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리프트>의 번역이 남궁훈 대표의 바람대로 좋은 평가를 들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3. 유저의 불신은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리프트>의 국내 서비스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저들은 많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동시에 국내에서 CJ E&M이 서비스한다는 사실에 무작정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유저들도 적지 않다.
남궁훈 대표는 “우리도 많은 유저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당장 해소할 수 있는 묘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우리가 게이머들과 계속 소통을 하면서 풀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정성을 갖고 유저들과 꾸준히 이야기를 나눈다면 시간이 걸릴지라도 무조건적인 불신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CJ E&M의 <리프트> TF팀은 남궁훈 대표는 물론이고, 다른 직원들도 직접 북미 서버에서 게임을 즐기며 국내 유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4. 유저들과 빨리 만나고 싶다.
유저들과의 소통을 위해, 그리고 더 많은 유저들에게 <리프트>를 알리기 위해 CJ E&M은 5월 중에 간담회를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조금 더 국내 유저들에게 제대로 선보이기 위해’라는 이유로 일정을 6월 이후로 늦춘 상황이다.
남궁훈 대표는 가능하면 유저들과 빨리 만나보고 싶은데 어떤 식으로 행사를 할지, 또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도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간담회를 진행할 것이며, 행사에서는 유저들의 이야기도 듣고 <리프트>의 한국 서비스에 대해 더욱 자세한 내용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남궁훈 대표는 “국내 업체가 외국 게임을 서비스한다는 소식에 무작정 기대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는 유저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번 기대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개념 있게 운영해 보겠다”고 말했다.
남궁훈 대표가 <리프트> 국내 길드에 직접 올린 글. 댓글이 150개 넘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