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구세대 개발자의 신세대용 게임 만들기

NDC 11, 넥슨 김동건 본부장 키노트

현남일(깨쓰통) 2011-05-30 15:24:01

<마비노기>의 개발을 총괄했고, 현재 <마비노기 2>의 개발을 지휘하고 있는 넥슨 김동건 본부장은 30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NDC(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1에서 구세대 개발자의 신세대 플레이어를 위한 게임 만들기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강연에서 10대 게이머들을 위해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당위성과 함께 소위 구세대 개발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신세대 게이머들의 특징과 그들을 위한 게임이란 과연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동건 본부장이 말하는 구세대 개발자들의 신세대 게이머들을 위한 게임 만들기란 무엇일까? 그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① 10대를 타겟으로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게임 개발자로서, 만약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을 만들라고 하면 정말 잘 만들 자신이 있다. 내가 가진 취향, 내 성향에 대해서는 다른 누구도 아닌 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설사 정말로 나를 위한 게임을 만든다고 해도 그 게임은 나이가 많은 우리 세대, 이른바 구세대를 위한 게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힘들다.

 

성공적인 게임을 만들려면 10대를 타겟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요즘 게이머들의 평균 나이대는 점점 높아진다고!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1~2년 서비스하고 마는 성질의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처음 게임을 시작하는 10대 게이머들이 꾸준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나이를 먹은 유저가 게임을 그만둔다고 해도 그를 상쇄할 정도로 많은 어린 유저들이 매년 유입된다면 그 게임은 장수할 수 있을 것이다.

 

 

신규 유저들이 계속 꾸준하게 유입돼야만 온라인 게임은 장수할 수 있다.

 

실제로 <슈퍼 마리오> 시리즈를 보면 첫 작품이 나온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나오는 신작들은 타겟 연령대가 처음과 달라지지 않았다. 영화인 <스타워즈> 역시 1999년에 나온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의 경우 굉장히 낮은 연령대를 타겟으로 만들어졌다.

 

그 결과 <슈퍼 마리오> <스타워즈>는 오랫동안 해당 콘텐츠를 즐긴 올드팬부터, 신세대에게 이르기까지 폭넓게 어필할 수 있었고 시리즈가 장수하고 있다.

 

 

 

② 개발자들은 아저씨다. 세대차이를 인정하자

 

하지만 신세대 게이머들을 위해 게임을 만드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많이 생각하고, 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개발자들은 나는 젊은 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있어라고 착각하며, 이 부분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있다. 이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른이 맞다. 세대차이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일부 개발자들이 나는 젊은 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있어라고 착각하는 이유.

 

지금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발자들은 대부분 게임에 대한 문법이 정립돼 가는 과도기에 게임을 즐겨 온 세대다. 또한 각종 게임에 대한 혁신을 직접 경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반면 요즘 게임을 즐기는 신세대들은 게임의 여러 가지 문법과 각종 법칙들이 다듬어진 이후에 게임을 경험했고, 혁신이 이미 끝난 후에 더욱 다음어진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대전 격투 게임이라고 해도, 구세대 개발자들과 신세대 게이머들이 즐긴 게임은 이렇게 차이가 많다.

 

 

구세대 개발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

 

구세대 개발자들은 실제 게임을 만들면서 여러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구세대 개발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다.

 

ㄱ. 새로운 게임 메카닉을 만들려고 하는 집착 - 구세대 게임 개발자들은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게임에 대한 각종 혁신을 직접 몸으로 겪었던 세대들이다. 그래서인지 개발자 스스로가 새로운 혁신을 창조해 내려는 욕구가 강하다. 하지만 새로운 게임 메카닉의 창조가 꼭 고객들에게 100% 좋은 것만은 아니다. 쉬운 일도 아니다.

 

실제로 현재 존재하는 게임들의 메카닉은 80~90년대에 모두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후에 새로운 메카닉이 등장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구세대 개발자들에게는 진부한 게임 메카닉이라고 해도, 신세대 플레이어들에게는 새로운 것일 수도 있다.

 

일례로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앵그리 버드>만 해도, 사실 이 게임의 기본적인 구조는 이미 1980년대에 이미 만들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이 게임이 식상하다고 말하지 않으며, 오히려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열광한다.

 

<앵그리 버드>의 예에서도 알 수 있지만창조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기존에 있던 메카닉이라고 해도, 새로운 체험의 창조에 포커스를 맞추는 쪽이 낫다.

 

 

ㄴ. 낡은 게임 문법의 사용 - 예전의 게임에는 당연히, 혹은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게임 속 법칙이란 것이 존재했다. 그리고 구세대 개발자들은 그런 요소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RPG에서의 세이브 포인트, FPS 게임에서의 체력 이나 조준개념 등등. 하지만 굳이 이런 과거의 법칙들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지금도 그 요소들이 꼭 필요한지, 뺄 수 없는지, 지금 시대에 맞는 전달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ㄷ. 누적된 재창조로 인한 갈라파고스 현상 - 게임은 맨 처음 혁신을 통해 기본적인 메카닉이이 개발되면, 이후 관련된 게임들이 많이 나오면서 결합과 첨삭을 반복하며 발전해 나가게 된다.

 

하지만 정해진 틀 안에서 재창조만 반복하다 보면 마니아들만 즐기는 게임이 되고, 시장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개발자들 또한 특정 게임을 만들 때 그 게임 내의 에만 갖힐 수 있다. 틀 안에서의 재창조에만 갇혀 있지 말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ㄹ. 플레이어와의 승부욕 - 과거의 게임은 컴퓨터와 승부해 승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때문에 높은 난이도의 게임이 많았다. 그리고 당시의 게이머들은 즐길 게임이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그런 높은 난이도를 이해하고, 어느 정도 즐기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게임을 즐긴 개발자들이 이제 와서는 컴퓨터가 아닌, 플레이어와 승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아니, 고객과 싸워 이겨서 뭘 어쩌겠다는 말인가.

 

구세대 개발자들이 즐긴 게임들은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건 요즘 게이머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플레이어들이 즐겁게 이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신세대 게이머들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가?

 

ㄱ. 영상세대 - 요즘 게임 신세대는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 익숙한 영상세대.

 

이런 영상세대는 복합적인 정보를 단시간에 입수하며, 배우는 속도가 빠르고, 감성적 부가정보를 잘 얻는다는 강점이 있다.

 

반면 상상을 즐기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약점이 있으며, 감정적인 문제에는 강하지만 논리적인 것을 이해하는 데 약하다는 문제도 있다. 그리고 보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바닥부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익숙치 않다는 문제도 있다.

 

 

ㄴ. 게임회로 내장 - 요즘 신세대들은 굳이 게임이라는 말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구세대는 게임이 소수 그룹이 즐기는 문화였지만, 신세대에게 있어 게임은 그냥 평범한 엔터테인먼트에 불과하다.

 

그러기 때문에 주변의 친구들에게 게임을 전파하는 행위가 익숙하고, 실제 게임의 전파 속도도 빠르다. 그리고 게임 메카닉을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경험치와 레벨업이 있는 운동기구, 등수를 매기는 소셜 서비스 등)

 

 

 

ㄷ. 과잉공급 - 요즘 신세대들은 할 게임이 널렸다. 무료 온라인 게임, PC, 플래시 게임, 휴대폰 게임 등등. 당장 돈 안내고 할 수 있는 게임의 수만 해도 엄청나게 많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게임을 하고 싶다보다 뭐가 재미있나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 돈 쓰기를 싫어하고, 게임 이용료를 낸다는 개념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게임을 구입한다는 것은 이젠 옛날 이야기다.

 

 

ㄹ. 가상도 OK - 요즘 게이머들은 나에게 효용을 준다면, 그것이 현실이 아닌, 가상 세계 속이라고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가상 세계에서 즐거움과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실체가 없어도 문제가 없다고 할까? 가상 아이템 구매가 어색한 일이 아니다.

 

 

 

구세대 개발자가 신세대를 위한 게임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구세대 개발자가 신세대를 위한 게임을 잘 만들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20살에 애를 낳고 그 애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결국 구세대 개발자들이 신세대를 위한 게임을 잘 만들려면, 자기 자신이 신세대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하지 말고, 신세대 게이머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착실하게 공부해야 한다.

 

특히 구세대 개발자들은 게임의 규칙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세대 게이머들에게는 게임의 규칙보다 체험에서 얻는 재미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게임을 기획해야만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구세대의 재미가 지금 신세대 유저들에게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10~20년 전에 개발된 게임의 기본적인 구조가 요즘 세대에 와서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게임의 근본 재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만큼 구세대인 우리가 느꼈던 놀라움과 즐거운 체험을 요즘 세대도 잘 즐길 수 있도록 세련된 표현법으로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