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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마비노기 영웅전의 차세대 그래픽 만들기

NDC 11, 전문 AD 없이 차세대 그래픽 만들기

안정빈(한낮) 2011-05-30 21:17:29

게임 개발에 있어서 게임의 그래픽을 총괄하는 아트디렉터는 꼭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때로는 별도의 아트디렉터가 없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이은석 실장(오른쪽 사진)이 30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풀타임 아트디렉터 없이 차세대 비주얼 구축하기를 강연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디렉터와 아트디렉터를 겸임하게 됐지만 의외로 성과를 거둔 자신의 경험을 살린 강연이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어쩔 수 없는 선택, 하지만 좋은 결과

 

초창기의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영웅전)에는 아트디렉터가 따로 없었다. 지난 2007 <영웅전>은 소수 인원의 팀으로 시작했고 별도의 아트디렉터를 둘 여유가 없었다. 결국 산업디자인과를 나온 이은석 실장이 디렉터와 아트디렉터를 겸임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됐다. 일종의 파트타임 아트디렉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좋았다. 일단 디렉터와 아트디렉터가 한 몸이다 보니 의견 충돌이 없었고 양쪽 모두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의견에 접근할 수도 있었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영웅전>의 자동 스크린샷과 이너 아머 시스템이다.

 

 

문제는 에너지 부족이다. 디렉터와 아트디렉터 일을 한 명이 동시에 진행하는 만큼 체력 소모가 빠르고 상대적으로 한 팀에 소홀해지기도 쉽다.

 

그래서 이은석 실장이 내세운 방법은 소수정예였다. 가지 많은 나무가 바람 잘 날 없다는 것은 실제 회사생활에서도 심심치 않게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풀타임이 아닌 파트타임 아트디렉터로는 모든 작업물의 품질관리를 할 수도 없다. 그럴 바에는 적은 인원이더라도 실력이 좋고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인원을 모으자는 것이다.

 

 

 

도구보다 손을 잘 쓰는 사람이 필요

 

그렇다면 어떻게 좋은 아티스트를 선발할 수 있을까? 이은석 실장의 추천은 도구보다 손을 잘 쓰는 사람이다.

 

시중에는 원활한 그래픽 작업을 도와 주는 다양한 도구가 있다. 하지만 도구는 어디까지나 도구. 원래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 도구를 바꾼다고 실력이 늘진 않는다. 반면 도구 없이도 그림을 잘 그리던 사람은 어떤 도구를 만나도 금방 적응할 수 있다.

 

이은석 실장 역시 <영웅전>에서 2D 애니메이션만 만들어 본 신입과 레이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던 원화가를 선발했다. 도구보다 손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2D 애니메이션만 그려 본 신입사원은 순식간에 급성장하며 <영웅전>의 캐릭터 디자인에 큰 영향을 줬고, 레이어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원화가는 <영웅전>의 상징이 된 일러스트의 대부분을 그렸다. 그가 바로 일러스트에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김범이다.

 

 

아티스트에 대한 꾸준한 교육도 필요하다. 자발적인 행동과 참여가 뒷받침된다면 아트디렉터와 디렉터의 겸임도 한층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1 1회 이상의 업무보고 체계를 확립하고 주기적으로 결과물을 뽐내는 내부 쇼케이스도 진행했다.

 

특히 아티스트의 경우 미완성된 이미지를 보여주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팀 문화라는 이유로 꾸준히 밀어붙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화가 정착된다는 게 이은석 실장의 생각이다. 아티스트가 시키는대로 작업하는 부품으로 끝나지 않도록 아티스트도 개발자라는 생각을 꾸준히 심어줄 필요도 있다.

 

 

 

중요한 점은 포인트와 실루엣

 

이은석 실장은 이어서 좋은 그래픽을 만드는 일반론과 <영웅전>의 실제 예를 들었다.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질서와 대비, 그리고 실루엣이다.

 

사람의 뇌는 시각 정보를 윤곽별로 분해해 공간을 인지한다. 외곽선을 통해 개체와 개체를 구분한다는 뜻이다. 현실에서는 두 눈을 통해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기 때문에 윤곽을 확인하기 쉽다. 하지만 모니터 속 화면은 평면인 만큼 윤곽 구분이 어렵다. 깊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윤곽을 더욱 강조해 줘야 한다.

 

윤곽을 강조하기 위해 이은석 실장이 사용하는 방법은 실루엣으로 사물을 보는 방식이다. 실루엣만으로도 사물과 행동을 알아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윤곽이 확실하다는 뜻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실루엣 만으로도 모든 캐릭터의 직업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팀포트리스 2>.

 

<영웅전>도 윤곽을 강조하기 위해 캐릭터가 역광을 받거나 같은 색깔 속에 묻혀 있을 때 캐릭터 부근에 희미한 빛을 보여주는 림라이트 효과를 사용했다.

 

 

적은 투자로 캐릭터의 사실성을 살리기 위해 캐릭터 표현에도 포인트를 뒀다. <영웅전>의 캐릭터는 표정과 시선, 손의 표현, 디테일한 복장에 집중했다. 손가락의 위치나 시선 처리 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몸에 붙은 장신구나 머리카락의 움직임 하나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실시간으로 부서지는 사물과 이벤트로 부서지는 사물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영웅전>의 특징인 파괴도 강조했다.

 

이은석 실장은 마지막으로 스크린샷을 통한 홍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잘 찍은 스크린샷,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크린샷 한 장이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은 매우 다양하다.

 

단순한 스크린샷 하나를 찍고 공개하더라도 보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스크린샷이 필요하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영웅전>의 디렉터와 아트디렉터를 겸임한 사람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