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고 말하는 유저가 많은 게임이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011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넥슨 퍼블리싱본부 사업마케팅실 게임사업5팀 김재한 팀장은 <불멸 온라인>사례를 중심으로 마케팅이 게임의 흥행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에 대해 강연했다.
김재한 팀장은 배너, 지하철, 버스 광고와 이벤트 만이 마케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화로 전달되는 구전 마케팅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제품이 가진 장점의 가치를 어떻게 살리고 대중에서 설명할지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 마케팅의 목표는 만족감과 긍정적 구전의 확산
대부분의 업계는 제품을 만드는 개발자가 중심이다. 게임업계도 게임 자체의 퀄리티가 중요하지 마케팅은 보조적인 수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10년 동안 마케팅 업계에서 일해 온 김재한 팀장 스스로도 많은 고민을 했고 가장 많이 듣고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 “마케팅이 게임의 흥행에 미치는 영향력이 몇 퍼센트(%)나 될까”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그는 “마케팅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예를 들어 게임을 오픈할 때 광고를 만들고, 캠페인을 이슈화하고 유저를 얼마나 모았는지만으로 평가한다면 마케팅의 역할은 거기서 끝이다.
하지만 마케팅이 플레이한 후의 만족감을 높이고 게임을 즐기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도록 도와 주고 다른 사람들이 게임 플레이에 참가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구전 확산에 영향을 끼친다면 기존에 마케팅에 대해 생각하던 것보다 더 중요한 역할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케팅이라고 하면 광고제작,프로모션, 매체홍보 등을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광고를 보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로 접속하는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배너나 지하철, 버스 광고로 유저가 유입되는 경우는 전체 유저 중 20%에 불과하다.
남은 80%의 유저는 주변에 이미 게임을 경험하거나 경험한 사람에게 들은 사람을 통해 게임에 대한 설명을 듣고 게임을 시작하는 경우다. 즉 게임이 재미있다는 유저가 늘어날수록 게임 홍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경험유저로부터 게임의 평가를 들을 잠재유저는 자연스럽게 경험유저가 된다.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험유저가 늘어날 수록 게임의 홍보효과는 높아진다.
긍정적인 구전홍보를 위해서는 유저가 광고를 보고 게임을 플레이한 후 만족감을 느껴야 한다.
유저가 게임에서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기존에 나와 있는 게임에 경의를 표하고 장점을 칭찬해야 한다. 그들이 기존에 선택한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게임과 비교해 자사의 게임을 우위에 세우려는 것은 유저에게 적대감만 늘릴 뿐이다.
또한 자사 게임의 부족한 점은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괜한 기대감을 심어 주는 것은 유저가 플레이한 후 게임에 실망하게 만들 뿐이다.
배너 이미지나 지하철 광고의 목적은 직접적으로 사람을 게임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자극을 제공해 사람들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하나의 촉매제인 것이다.
다만 단순히 지하철이나 검색 사이트 등 한곳에서만 홍보하면 대화를 한 후에 집에 가면 잊어 버리기 십상이다. 다양한 곳에 자극적으로 광고를 배치해야 사람들이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고 관심을 보이게 된다. 이후 집에서 컴퓨터로 다른 내용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게임 배너광고를 보고 게임 홈페이지에 접속하게 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마케팅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되도록 유저를 컨트롤한다는 느낌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 장점의 가치를 찾고 새롭게 설명하라
<불멸 온라인>은 사실 기존 게임과 비교해서 특별한 건 거의 없었다. 장점으로 내세운 쉬운 플레이와 자동사냥 시스템도 이미 예전부터 다른 게임에서 선보였고 주요 콘텐츠로 홍보도 하고 있었다.
김재한 팀장은 이미 많은 MMORPG도 가진 장점을 어떻게 다른 가치로 만들지 고민했다. 고민을 통해 얻은 결론은 이전까지 MMORPG를 해 보지 않은 유저에게 관심을 가져 보자는 것이었다.
기존 MMORPG는 소수 마니아층에 국한돼 있다. 현재 개발 중인 게임도 대부분 이미 MMORPG를 즐기는 소수 유저에 맞춰져 있다. 그동안 편의성을 강조한 게임은 많았지만 대부분 기존 게임을 즐기며 할 수 있는 서브 게임으로 포지션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쉽다는 장점을 활용해 기존에 MMORPG를 어려워하는 유저을 주요 타겟으로 설정했다.(원 안의 숫자는 연령대를 뜻한다.)
<불멸 온라인>은 기존에 MMORPG를 즐기던 유저들을 포기하더라도 지금까지 온라인 게임이 어렵거나 시간이 많이 필요해 즐기지 못한 주부나 30~50대 이상을 타겟으로 잡았다.
연령대가 높은 분들은 컴퓨터를 한 번도 다뤄보지 못했거나,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게임에 전혀 흥미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컴퓨터를 어느 정도 잘 다루면서 게임은 즐기지 않은 분들에게는 심심할 때 즐기는 여가거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MMORPG가 누구나 쉽게 해 볼 만하고 재미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홈쇼핑과 출사표 광고를 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불멸 온라인> 광고하면 홈쇼핑을 떠올리지만 게임의 이미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기여한 영상은 첫 번째 출사표 영상이다.
<불멸 온라인> 출사표 광고 영상
※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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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광고는 주부나 직장인에게 가장 친근한 요소를 고려하다가 찾은 아이디어다. 대상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는 목적에는 가장 적합했지만 게임 자체의 이미지가 낮아질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당시에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던 두분토론을 광고에 사용하면서 들어간 금액이 만만치 않아 홈쇼핑 광고 제작이 무산될 뻔했다. 우여곡절 끝에 찍은 홈쇼핑 광고는 많은 관심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예정에 없던 케이블TV와 라디오 광고까지 추가됐다.
여담으로 홈쇼핑 광고에 들어간 내용은 전문 홈쇼핑 광고 제작소에서 직접 만든 멘트로 개발사나 유저가 아닌 다른 시각에서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불멸 온라인> 홈쇼핑 광고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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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술을 마시며 게임을 이야기 많이 하는 것에 착안해 <불멸 온라인> 로고가 박힌 소주잔 30만개를 서울과 부산에 배포하기도 했다.
95레벨까지 올리면 실제 쌀을 제공하는 ‘불멸 하면 쌀이 나와!’ 이벤트와 서비스 방향에 대한 기획서를 보고서 형식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이에 대한 유저들의 의견이 담긴 300여 개의 댓글에 모두 답글을 달기도 했다.
■ 같은 장점이라도 마케팅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불멸 온라인>의 베타테스트(CBT) 첫날 최고 동시접속자는 2,000 명이었다. 그 후 사전 마케팅 등 이렇다 할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오픈 베타(OBT)를 시작하기 3일 전까지 3,000 명에서 최대 6,000 명을 예상했다. 서버도 단 한 대만 준비했었다.
그런데 프리 OBT 첫날 1만6,000 명이 접속했다. 하나뿐이었던 서버가 다운됐고 새로운 서버를 부리나케 추가했다. 정식 OBT 첫날에는 동시접속자가 2만6,000 명을 넘어섰다. 올해 1월 1일에는 5만 명을 돌파했고, 3월에는 8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는 감소 안정 추세로 6월에 확장팩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수치는 20대 유저보다 30대 유저가 많다는 것이다. 40대와 50대 유저를 합한 숫자도 20대를 넘어서고 있다. 주부 층이라고 생각하는 40대 이상 여성들도 1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40대 이상의 유저들의 아이템 구매 비율도 높아 흔히 40대 이상의 유저가 부모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10대라는 개념에서도 많이 벗어나 있다.
이어서 그는 “모든 제품마다 이미지나 콘셉트가 가진 장점이 다르므로 앞으로 어떤 마케팅을 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면 앞으로 다른 게임의 마케팅을 한다면 <불멸 온라인>이 한 방식과 똑같이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장점이라 하더라도 장점의 가치를 어떻게 살리고 대중에게 어필 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가에 따라 게임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