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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메이플스토리 생명 연장의 꿈, 빅뱅

NDC 11, 대규모 업데이트 빅뱅 포스트 모템

석모도 2011-05-31 03:05:03

“7년 된 <메이플스토리>가 저무는 걸 바라만 볼 수는 없었습니다.”

 

<메이플스토리> 개발을 총괄하는 오한별 실장은 30일 넥슨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NDC) 2011에서 ‘메이플스토리: 대규모 업데이트 포스트 모템’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여름 있었던 빅뱅 업데이트의 기획 동기와 방향을 공개했다.

 

오한별 실장은 <메이플스토리>사상 최대 규모의 업데이트였던 빅뱅이 어떤 취지와 방향성을 갖고, 무슨 전략과 과정을 거쳤는지, 그리고 어떠한 성과를 거뒀는지 차근차근 발표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넥슨 라이브 1본부 라이브 1실 오한별 실장.

 

 

■ 하락세로 바뀌기 전에 필요했던 대규모 변화

 

<메이플스토리> 빅뱅 업데이트는 2000년 7월과 8월에 3단계로 나눠서 실시됐다. 빅뱅 업데이트의 취지는 게임의 밑바닥부터 모든 것을 싹 뒤집어엎는 것이었다.

 

전반적인 레벨 디자인이 바뀌고 지역도 바뀌었다하나씩 공개하던 신규 직업도 3종을 동시에 공개하는 등 <메이플스토리>사상 최대 규모였다.

 

당시 서비스 7주년을 맞은 <메이플스토리>는 전 세계 60개 국에 진출했고, 2008년 최고 동시접속자 25만 명을 기록하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또한 빅뱅 업데이트는 게임을 밑바닥부터 모두 바꾸는 작업인 만큼 자칫 잘못하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게임이 망가질 수 있다는 위험 부담도 컸다.

 

위험을 무릅쓰고 대규모 업데이트를 강행한 이유에 대해 오한별 실장은 서비스 7~8년 차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유저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해가 뜨면 지고, 달이 차면 기울 듯이 가만히 앉아서 게임이 기우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게임은 라이브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저의 눈높이가 높아진다. 해마다 우수한 신작이 나오고 유저들은 게임에 있는 콘텐츠를 대부분 즐겼기 때문에 게임 내 외부적으로 끊임없이 비교된다. 점차 신규 유저 유입은 줄어들고 휴면 유저가 늘어나는, 이른바 ‘자체적인 레드오션’이 형성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개발사에서는 더 큰 만족감을 제공하고 더 큰 재미요소를 위해 시즌이나 일정 레벨에 맞춰 소모적인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일시적인 지표는 변화가 가능하지만 게임 자체의 흐름은 바꿀 수 없다. 또한 유저들은 점차 자극에 둔감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여의치 않다.

 

<메이플스토리>도 여름방학, 겨울방학 등 시즌에 따라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유저의 등락폭이 컸지만, 베이스 라인은 해마다 줄어들었다.

 

결국 지속적이면서 장기적인 서비스를 위해서는 체질 개선과 대규모 변화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왜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시점에 대규모 업데이트를 시작했을까? 이에 대해 오한별 실장은 대세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게임의 인기는 일종의 흐름이다. 당시에는 서서히 유저가 줄어드는 수준이었지만 한번 내리막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이를 바꾸는 것은 무척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인기가 유지되고 기본적인 베이스가 뒷받침되고 있을 때 업데이트해야 더 수월하고 성공 확률도 높다는 것이다.

 

 

 

■ 본연의 업무와 대형 업데이트의 균형

 

빅뱅 업데이트가 확정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성수기 본연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고 모든 것을 갈아엎는다고 해도 현재의 일에 소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시즌에 맞춰 최대한 붐업을 일으키고 양적으로 팽창시키는 등 본연의 역할을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실질적인 업데이트의 방향성도 현실적인 개발 시간을 고려해 이전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으로 맞춰졌다.

 

캐릭터의 직업이 늘어나면서 신규 직업에 대한 매력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었다. 매력이 줄어들고 있다면 양으로라도 승부하는 것이 필요했고, 일시적인 붐업 이상의 탄력과 업데이트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기존에 한 명씩 추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배틀 메이지, 와일드 헌터, 메카닉 3종의 캐릭터를 동시에 업데이트했다.

 

기존에는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끝없이 수정·가공하는 작업이 반복됐다. 하지만 빅뱅 업데이트 때는 개발인력이 부담됐기 때문에 와일드 헌터는 라이딩과 사냥, 메카닉은 거대 로봇 소환, 배틀 메이지는 오라 등 캐릭터별 엣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개발했다.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빠르게만 만든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개발자들이 몇 년 동안 게임을 개발하며 쌓은 노하우를 믿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업이었다.

 

 

유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듣기 위해 2009 12월 처음으로 유저간담회를 실시했다유저들이 <메이플스토리>에 원하는 것을 적는 설문조사도 홈페이지에서 실시해 7만 개가 넘는 의견을 받았다.

 

대신 유저간담회의 개별적인 심화 상담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간담회에 모인 유저들은 대부분 고레벨로 그들이 <메이플스토리>의 모든 유저들을 대표한다고는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저간담회와 설문조사에 유저들이 무척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에 대해 오한별 실장은 유저들이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더 빨리 했을 텐데 늦은 감이 있어 죄송했다고 전했다.

 

설문을 통해 받은 <메이플스토리>의 문제점은 육성의 어려움과 밸런싱, 편의성 부족으로 유저간담회에서 나온 내용과 비슷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변화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 오래된 모습에서 탈피, 새로운 재미 포인트 제시

 

개선과 변화를 목표로 본격적인 대규모 업데이트를 시작하면서 작업해야 할 목록을 정리하기 시작하니 몬스터 밸런싱, 게임 UI, 스킬 추가, 조정, 전투공식 변경 등 작업량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대규모 업데이트를 한다고 개발팀이 추가로 지원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연동돼 있는 만큼 하나의 작업이라도 일정이 늦어지면 모든 개발 일정이 뒤틀려 버리는 등 문제점이 산적해 있었다. 시간은 여름방학으로 제한돼 있고 작업량은 너무나 광범위하기 때문에 절대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확인할 수 없었다.

 

 

개발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존 개발 과정을 바꿨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을 조사해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몬스터의 체력이나 능력치를 자동으로 채워 준 후 필요 없는 부분만 제거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데이터 검증 툴을 제작해 결과물의 오류를 검토하는 작업을 거쳐 안정성을 높였다.

 

데이터와 검증 작업을 안 하는 QA 인력은 밸런스에 집중할 수 있어 인력을 아낄 수 있었다.

 

레벨 분포도 새롭게 바꿨다. <메이플스토리>에서 본격적으로 재미를 느끼는 구간은 3차 전직 다음인 70레벨 전후다. 하지만 기존 유저들을 살펴 보면 50레벨 이전에 대부분이 몰려 있다. 즉 허리 라인이 강화돼야 했다.

 

이를 위해 최고 레벨인 200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경험치를 절반으로 줄였다. 특히 70레벨까지 구간은 80% 이상 줄여 레벨업이 힘들었던 유저들도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레벨별 분포도를 보면 유저들이 대부분 낮은 레벨에 몰려 있는 것을 알 수있다.

 

유저들의 성장에 대한 욕구를 해소시키기 위해 필요 경험치를 대폭 감소시켰다.

 

또한 기존에 사용하지 않거나 필요 없는 스킬을 모두 삭제하고 유저에게 필요할 만한 신규 스킬을 40종 추가했다. 기존의 스킬 400종도 밸런스 조정이 가해졌다.   

 

저레벨 유저가 많은 만큼 30레벨 이하에 몬스터가 몰려 있었다. 하지만 결국 유저가 레벨에 따라 잡는 몬스터는 한정되므로 초반 몬스터의 배치를 바꾸고 레벨 디자인을 수정했다. 몬스터가 수정되면 몬스터 레벨과 퀘스트가 맞지 않는 상황이 생겨 퀘스트도 전면 수정했다.

 

한편 라이브 팀에서는 호응이 폭발적일 경우를 대비해 대대적인 서버 준비가 이뤄졌다. 동시접속자 기록을 경신할 때마다 서버는 매번 다른 이슈로 다운됐었기 때문이다.

 

구형 DB 머신과 서버는 신규로 교체하고 끊임없이 안정성을 점검했다. 일정 이상의 유저가 서버에 입장할 경우 추가 유입을 제한하는 플랜B’2개의 신규 월드도 사전에 준비했다.

 

 

 

■ 빅뱅 업데이트 공개 전략

 

빅뱅 업데이트는 팬사이트 포럼을 통해 입소문으로 전파되는 채널 중심으로 공개 전략을 모색했다. 이미 <메이플스토리>를 알고 있는 잠재 회기 유저가 많다고 판단해 특별한 홍보 없이 빅뱅 업데이트 관련 영상물과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내용이 공개되자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로 부상하고, 팬사이트 포럼에 퍼지면서 기대감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대규모 업데이트를 한번에 공개할지 나눠서 공개할지도 중요했다. 지속적인 플레이을 유도하는 동시에 유저들이 콘텐츠를 받아들일 수 있는 가용량을 고려해 3번에 걸쳐 업데이트하기로 결정했다.

 

 

신규 캐릭터 등 신규 콘텐츠를 먼저 오픈할지, 레벨업 경험치 감소, 캐릭터 밸런스, 레벨 디자인 등 기반 변화를 먼저 공개할지 순서도 논란이 됐는데, 결국 기반 변화를 먼저 공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신규 콘텐츠를 먼저 오픈하면 붐업에 효과가 더 좋을 수 있지만, 신규 캐릭터 역시 성장이 중요했기 때문에 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바뀐 기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는 3개의 신규 직업이 업데이트 일정에 따라 2번에 걸쳐 추가되는 것도 우려했다. 공개는 동시에 되지만 한 종이 나중에 나온다면 먼저 공개되는 2종의 캐릭터의 인기가 떨어지는 이른바 ‘제 살 깎아먹기’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늦게 공개되는 메카닉은 실루엣으로만 처리하고 신규 직업이라는 것을 숨겨 공개되는 2종의 직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비공개 처리된 메카닉은 실루엣을 보고 신규 직업보다는 무기 또는 탈것이라는 쪽으로 유저의 초점이 맞춰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식적으로 공개하기 전에 실루엣이 신규 직업이라는 것이 유저들에 의해 알려졌지만, 이미 공개된 2종의 직업은 충분히 집중을 받은 후였다.

 

또한 메카닉이 나중에 혼자 공개되는 만큼 기대감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공개에 앞서 별도의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 현재 상황에 맞춘 접근과 해결 방안 모색이 중요

 

작년 7 8일 빅뱅 업데이트가 드디어 등장했지만, 업데이트 직후에는 별 반응이 없었다. 이로 인해 당시 오한별 실장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빅뱅 업데이트 론칭 후 유저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첫 주말인 2010 7 24일에 동시접속자 416,000 명을 돌파하며 국내 온라인 게임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후로도 꾸준히 동시접속자수가 유지됐다. 빅뱅 업데이트 후 최저점과 기존 최고점과 비슷할 정도였다.

 

 

유저가 대거 몰렸음에도 서버는 무사했고 사용하지 않을 줄 알았던 플랜비도 가동했다. 가장 의미 있는 건 대규모 수정 후에도 밸런스가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즌에 따른 단기가 아닌 지속적인 성과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빅뱅 업데이트의 체질 개선을 바탕으로 카오스 업데이트도 성공하며 최대동시접속자 38만 명을 기록했다.

 

오한별 실장은 오래된 게임이라고 무조건적인 변화가 상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변화를 한 이유는 유저들이 원했기 때문이고, 상황에 맞춘 해결 방안이 빅뱅 업데이트였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게임을 서비스하다 보면 한 번쯤은 게임에 큰 변화를 결정하는 시기가 온다.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 들어선 타자의 심정으로 어중간하기보다는 과감하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