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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세대간 소통 부재, 셧다운제로 이어졌다

NDC 11, 디지털 괴짜가 만드는 새로운 대한민국

이터비아 2011-05-31 20:10:46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3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011 중 ‘게임과몰입의 심리, 디지털 괴짜가 만드는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기성 세대와 새로운 사이버 세대는 추구하는 가치가 서로 다르다. 이를 인정하지 않아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고 결국 게임 과몰입을 방지하겠다는 셧다운 제도가 등장하게 됐다”고 주장한 황 교수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박상범 기자


 

■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게임 과몰입 갈등

 

게임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그만큼 늘었고, 집중하는 사람도 늘면서 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바로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의 부모다.

 

게임을 하겠다는 아이와 막는 엄마 사이에서는 갈등이 심화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막아서 아이가 게임을 안 하면 뭘 할까? 부모는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할 거였다면 처음부터 게임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른들은 PC 앞에서 게임만 하고 밖에 나가지 않아 대인관계가 단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PC로 서로 연결돼 있는 형태로 살아가고 있다. 게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보통 사람이지만 게임에서는 요정, 마법사 등 또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 이처럼 게임 안에서는 현실과는 다른, 또 다른 사이버 세상이 펼쳐지는데 어른들은 사이버 공간에 대해 혼란스러워 한다. 다른 시공간에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걸 혼란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게임에서 괴물을 때려잡는 행위를 현실에서도 보이는 건 애들이 현실 세상과 게임 세상을 구분하지 못 해서’라고 생각한다.

 

토끼? 혹은 오리?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

 

위의 그림은 토끼로 볼 수 있고, 오리로 볼 수도 있다. 이처럼 게임을 보고 어떤 사람은 아이를 망치는 나쁜 것이라고 보고, 어떤 사람은 인생에서 대박을 칠 수있는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가에 대해 외국에서는 연구가 많이 진행됐지만, 한국에선 그러지 않았다.
 

 

■ 신세대의 심리, 그리고 사이버 신인류의 정체성 형성

 

이 사진에 3명이 존재하는가? 15명이 존재하는가? 당신의 선택은?

 

여기 연속되는 사람의 얼굴이 있다. 이걸 보고 15명을 보고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3명을 보고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 3명으로 나누는 건 산업화 시대 사고방식의 심리고, 15명으로 나누는 건 각자 다른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심리다. 즉, 현실과 사이버 공간에서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도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사이버 세대다.

 

기성 세대는 원칙이나 규범이 존재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그것은 지켜져야 한다. 그리고 보이는 모습보다 내면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다른 사람에겐 잘 적용하지만 본인에겐 적용하지 않는다.

 

기성 세대와 사이버 신인류의 차이들.

 

하지만 사이버 세대는 원칙이나 규범보다 어떤 상황에 있는가를 더 중요시한다. 현실에서는 학생이어서 그에 맞는 행동을 하지만, 게임에 들어가서 기사가 되면 몬스터를 잡고 혈원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그 학생의 역할과 규범이다. 본질은 보이는 것과 동일해야 한다는 것을 거부하는 세대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싶어하는 세대와 기성 세대는 서로 잘 이해되지 않고 각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

 

사이버 세대의 정체성과 가치.

 

게임업계에서 기성 세대에게 게임에 대한 본질을 보여 주지 못해 셧다운제가 시행된다고 본다. 만드는 사람이나 경험하는 사람이 하는 것들을 기성 세대에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제대로 알리지 못해서는 아닐까?

 

결정적으로 기성 세대는 게임을 즐기는 세대를 ‘오타쿠’로 본다. 이를 내버려 둘 기성 세대가 과연 얼마나 될까? 사실 역사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많다. 발명왕 에디슨이나 드라마 <X파일>의 멀더와 친구들, 그리고 골퍼 최경주도 있다.

 

골프는 현실 세계의 게임이다. 한국에서 골프를 한다고 하면 자랑스러워하지만, 게임을 한다고 하면 싫어하고 부끄럽고 창피해한다. 둘 다 같은 게임인데 말이다.

 

최경주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투자해 골프를 배웠다고 생각할 텐데, 아니다. 고등학교를 나올 때까지 골프의 ‘골’ 자도 몰랐다. 친구로부터 골프를 하면 돈을 많이 번다는 소리 듣고 실내골프장에 취직해 아무도 없는 밤중에 비디오로 공부하며 골프를 배우려고 노력했다.

 

기성 세대가 오타쿠라고 치부하는 그들이 시대의 보험 역할을 한다.

 

이처럼 신인류는 자기 경험에 빠져들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간다. 남들과는 다른 세상을 산다. 또 다른 세상에서 꿈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다. 게임은 그 방법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이를 중독으로 보고 있다.

 

게임 세계에 몰입하는 아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걸 세상은 인정해 줄 수 없다. 기성 세대는 고등학생을 지나 대학생이 되며 사회화가 될 때까지 지금과는 다른 것들을 배워 왔기 때문이다.

 

사이버 신인류는 새로운 유형의 엘리트? 혹은 왕따?

 

기존의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정체되지 않은 엘리트들이다. 그 시스템을 뛰쳐나와야 성공하는 사람이 된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나서 성공할 수 있다면 그가 바로 엘리트다. 다른 나라의 예를 봐도 경제 재난을 대비한 보험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사이버 신인류인 오타쿠다. 새로운 사이버 신인류의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온라인 게임은 충분히 신대륙을 발견하는 체험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직도 남의 뒤를 좇는 아류작에 머물러 있다.

 

한국 사회의 신인류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