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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1시간짜리 버프가 1,200원이라고?”

NDC 11, 온라인게임 유료 모델 설계 노하우

남혁우(석모도) 2011-06-01 13:16:23

성공적인 유료화 모델을 위해서는 게임 외적인 요소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로라게임즈 전략기획실 기획관리팀 서광록 팀장(오른쪽 사진)은 3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011에서 온라인게임 부분유료화 모델과 가격 정책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서광록 팀장은 <믹스마스터>를 서비스하면서 겪은 캐시 아이템 관련 경험담을 통해 게임 외적인 요소가 아이템 판매에 미치는 영향과 랜덤박스의 장점과 활용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 현금거래의 시세가 캐시 아이템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

 

<믹스마스터>는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MMORPG 8년 가까이 서비스되면서 10대 후반~20대 초반 유저들이 주요 결제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광록 팀장은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의문이 생겼다. 스스로도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한 1,200 원짜리 버프 아이템이 잘 팔리는 게 의아했다. 설이나 추석 등 일정 기간에만 판매하는 이 캐시 아이템은 판매하는 시즌마다 사재기하는 유저가 상당히 많았던 것이다.

 

이 캐시 아이템은 저주받은 프리미엄 마크라는 버프 아이템으로 1시간 동안 경험치 2.5, 아이템 드롭율 4, 코어드롭율 6배의 효과를 제공한다. 제공하는 비율이 높긴하지만 성능대 가격 비율로 본다면 꽤 비싼 가격이다.

 

 

이를 의아해한 서광록 팀장이 조사해 본 결과, 고레벨 유저들이 고급 코어를 얻어 현금거래로 팔아 수십만 원의 이익을 남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기 때문에 고레벨 유저들에게 코어 드롭율을 올려주는 버프 아이템은 필수였던 것이다.

 

<믹스마스터>에서 코어란 몬스터를 사냥하면 낮은 확률로 얻는 아이템으로, 사냥한 몬스터가 들어 있는 일종의 ‘알’이라고 할 수 있다. 유저는 이 코어를 되살리거나 또는 다른 코어와 조합해 더 강한 몬스터를 동료로 삼을 수 있다.  

 

서광록 팀장은 개인적으로 아이템 현금거래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템 현금거래가 캐시 아이템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작년 12<믹스마스터>는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 레벨 제한을 200으로 상향하고 중간 레벨 캐릭터의 레벨업 속도를 향상시켰다.

 

기존에 <믹스마스터>는 콘텐츠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장벽이 높았다. 레벨업 요구 경험치가 낮아지면서 덩달아 저주받은 프리미엄 마크의 효과가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중레벨 유저들이 대거 아이템을 구입해 레벨업 속도를 가속화했다.

 

그러자 중레벨 유저의 추격을 받은 고레벨 유저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캐시 아이템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유저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쟁 심리가 매출에 큰 영향을 준 것이다.

 

 

 

5,000 원짜리 대신 7,000 원짜리를 사는 이유

 

<믹스마스터>에는 경험치코어 드랍률이 높은 전문 사냥터 ‘프리미엄 존’이 있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7,000 원을 내고 30일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한 번 결제한 후에는 입장권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에 시간충전 아이템을 구입하면 2,000 원 할인된 5,000 원에 입장기간을 30일 늘릴 수 있다.

 

서광록 팀장은 조건이 같은 만큼 2,000 원이 할인된 시간충전 아이템이 훨씬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7,000 원짜리 프리미엄 존 입장권이 10배 이상 많이 팔렸다.

 

 

2,000 원 할인된 금액인데도 왜 시간충전 아이템이 적게 팔리는지 이유를 알아본 결과, 초·중학생 등의 저연령층은 현금을 획득해 결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알아냈다.

 

저연령층은 휴대폰 결제나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 만큼 주로 틴캐시나 문화상품권을 구입해 충전해서 결제해야 하는 것이다.

 

즉, 저연령층은 용돈을 받거나 어떤 계기로 현금이 생겼을 때 상품권을 사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에 아이템을 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믹스마스터>는 일주일 동안 입장이 가능한 아이템을 제공해 원하는 타이밍에 맞춰 결제하기 쉽도록 했다.

 

 

 

■ 무너진 밸런스가 캐시 아이템 수요를 만들다

 

<믹스마스터>에 등장하는 코어의 속성은 날쌘, 힘쎈, 운좋은, 속성강한 4종이다. 하지만 4가지 속성 중에 ‘날쌘’이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좋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이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밸런스 측면에서 보면 전혀 맞지 않는 구성이다. 하지만 <믹스마스터>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매출에 도움을 주었다.

 

예를 들어 유저가 사냥으로 코어를 얻었을 때 날쌘 속성이 아니라면 유저는 14,000 원짜리 속성변경 캐시 아이템으로 코어의 속성을 바꾼다. 코어 자체만으로도 현금 수십만 원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코어를 버리는 것보다 속성 변경 아이템 결제를 택하는 것이 이득이다. 물론 현금거래에서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 요인이다.

 

만약 속성의 밸런스가 잘 맞았다면 굳이 현금을 결제해 바꾸기보다는 그대로 사용하거나 다른 유저에게 판매하는 비율이 훨씬 높았을 것이다.

 

 

 

■ 유료 아이템의 꽃, 랜덤박스

 

일명 ‘가차폰’으로 불리는 랜덤박스는 무작위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유료 아이템이다. 일부에서는 기울어 가는 중소게임을 살리기도 한다고 해서 유료화 모델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8년 가까이 서비스된 <믹스마스터> 같은 게임에서 랜덤박스를 구현하면 유저들은 게임이 막장으로 치닫는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의 단물을 뽑아 먹고 버리려는 게 아니냐는 등 극단적인 반발이 생길 우려가 많기 때문에 쉽게 도입할 수 없다.

 

일부 해외 버전 <믹스마스터>에서는 구현돼 있으며 추가로 퍼블리싱을 원하는 국가에서도 대부분 랜덤박스는 필수로 추가를 원하고 있다.

 

 

랜덤박스가 인기 있는 이유는 마치 복권을 사듯이 한 방에 현재 상황을 역전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랜덤박스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모으는 수집욕, 그리고 캐시 아이템 중 어느 하나를 구입하기가 애매한 경우 최소한의 손실을 보기 위해서다.

 

랜덤박스는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아이템인 만큼 가격 책정이 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 게임업체는 랜덤박스 1개당 가격을 1,700 원으로 책정했다. 1,000 , 2,000 원 등 딱 떨어지게 하는 것에 익숙한 국내 가격책정 기준을 생각하면 조금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가격으로 시뮬레이션해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기본적인 결제 금액인 5,000 원으로 1,700 원짜리 랜덤박스를 2개 구입하면 1,600 원이 남는다. 랜덤박스를 하나 구입하기에 딱 100 원 모자란다. 결국 유저는 남은 금액이 아까워 추가로 결제하게 된다. 5,000 원을 추가로 결제해 랜덤박스를 구입하면 남는 돈은 1,500 원이다.

 

이렇게 결제를 한 번 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결제를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유저의 요구에 맞춰 원하는 아이템으로만 구성된 맞춤형 랜덤박스를 제공하는 등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서광록 팀장도 “그 게임을 하는 동안 캐시가 300 원 이하로 떨어져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서광록 팀장은 랜덤박스는 단순히 아이템을 판매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예를 들어 새롭게 개발한 아이템을 랜덤박스에 포함시켜 판촉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랜덤박스를 활용하는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게임 내·외적인 상황을 파악해 맞춤형 아이템과 랜덤박스를 제공한다면 유저에게 더 높은 만족감을 제공하는 동시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