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어택> 국내 서비스 재계약 갈등이 ‘데이터베이스(이하 DB)’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퍼블리셔인 CJ E&M 넷마블은 기존 계약서에 따라 DB는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개발사인 게임하이는 DB는 유저들의 것이라며 ‘자발적 게임 DB 이전 시스템’인 인식표 시스템을 게임에 추가했다.
급기야 넷마블은 게임하이의 <서든어택> 운영 권한 일부를 박탈하고, 인식표 시스템이 추가된 스크린샷 캡처 기능을 차단했다. <서든어택> DB를 둘러싼 쟁점과 향후 전망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이재진 기자
■ 유저 DB와 게임 DB, 대체 무엇인가?
우선 게임하이가 말하는 게임 DB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게임 DB는 말 그대로 유저들이 <서든어택>을 즐기면서 쌓은 계급, 포인트, 전적, 훈장, 아이템 등의 모든 정보를 의미한다. 게임하이는 <서든어택>의 개발과 운영을 맡고 있기 때문에 게임 DB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른바 유저 DB다. 개인정보가 담긴 유저 DB는 ‘특정 게임 DB가 누구의 것인지’ 확인해 주는 일종의 열쇠 같은 역할을 한다. 아무리 게임 DB를 갖고 있어도 어떤 유저의 것인지 확인하고 연결하지 못 하면 무용지물이다. <서든어택>은 통합계정을 사용하는 넷마블에서 서비스되고 있기 때문에 유저 DB는 곧 넷마블 계정 정보를 의미한다.
정리해 보면, 재계약이 결렬돼 게임하이가 <서든어택>을 직접 서비스하려면 넷마블의 유저 DB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유저들은 <서든어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 부대이름과 용병번호 입력의 의미
지난 5월 3일 <서든어택>에 추가된 인식표 시스템은 퍼블리셔인 넷마블도, 심의기관인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도 몰랐던 업데이트 내용이었다. 이에 게임위는 지난 30일 넷마블에 공문을 보내 인식표 패치 이전으로 <서든어택>을 원상복구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넷마블은 게임위의 공문을 게임하이에 전달하고 인식표 기능 제거 패치를 하라고 요청했다. 이후 넷마블은 게임하이가 인식표 패치를 되돌리지 않자, 게임하이의 <서든어택> 운영 권한을 일부 박탈하고, 31일에는 스크린샷 캡처 기능을 막아 버렸다. 이에 따라 1일 현재 <서든어택>에서는 스크린샷 캡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인식표 시스템은 <서든어택>에서 스크린샷을 찍는 단축키 F8을 눌렀을 때 ‘부대이름’과 ‘용병번호’를 입력하게 하고, 해당 유저의 정보(게임 DB)를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는 기능이다. 인식표는 <서든어택> 홈페이지에서 유저의 게임 정보를 정리해 보여주는 코너의 이름이기도 하다. 다만, 홈페이지보다 게임 내 인식표 시스템의 통계와 데이터가 보다 많고 자세하다. 또, 스크린샷을 찍을 때마다 최신 게임 정보로 갱신된다.
F8 키를 누르면 인식표 추가 여부를 묻고, 예를 선택하면 정보를 입력하게 된다.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인식표 시스템에서 유저들이 입력하는 부대이름과 용병번호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계정 정보를 입력해 본인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어떤 것을 입력해도 되는 항목이다. 군번줄(인식표)에 자신만의 단어와 숫자를 새기는 개념이다.
이는 곧 게임하이가 갖고 있지 않은 <서든어택> 유저 DB를 대신할 열쇠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유저가 누구인지, 본인이 직접 입력했던 단어(부대이름)와 숫자(용병번호)로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 게임하이 “인식표는 유저의 자발적 DB 이전 시스템”
게임하이는 1일 <서든어택> 인식표 패치에 담긴 의도를 공개했다. ‘유저 자발적 게임 DB 이전 시스템’을 고안했다는 주장이다. <서든어택> 유저들에게는 재계약이 결렬될 경우 인식표 기능을 활용해 스크린샷을 찍어 게임하이에 보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게임하이는 공식 입장 발표에서 “넷마블이 유저들의 게임 DB를 협상에서 카드로 사용한다는 점이 우려됐다. 결국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유저 자발적 게임 DB 이전 시스템을 고안했다. 인식표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저가 스크린샷을 찍고 인식표를 추가하는 행위를 통해서는 게임하이에 어떠한 정보도 전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크린샷을 찍어서 보내 달라고 한 이유다.
<서든어택>의 국내 회원은 1,800만 명에 이른다. 실제로 게임을 즐기는 액티브 유저만 해도 엄청난 수일 것으로 추산된다. 넷마블과 게임하이의 협상이 결렬되고 DB 이전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게임하이는 인식표 기능이 들어간 유저들의 스크린샷으로 해당 유저의 게임 DB를 복구해 줄 계획이다.
인식표에 새겨지는 부대이름과 용병번호는 유저가 원하는대로 입력할 수 있다.
이 결과는 스크린샷으로 해당 유저 PC에 저장된다.
■ 넷마블 “법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관건은 게임하이의 이런 계획에 대한 넷마블의 반응이다. 인식표의 숨은 뜻을 일찌감치 눈치챈 넷마블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 하고 있다.
넷마블 고위 관계자는 1일 디스이즈게임과의 통화에서 “게임 DB는 유저의 것이지만, 그것은 넷마블 안에 있을 때만 유효한 것이다. 이것을 다른 사업장(게임하이)에 가서 쓰겠다면 허용할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일 게임하이가 유저 자발적 게임 DB 이전 시스템으로 정보를 복구해 <서든어택>을 직접 서비스할 경우 “법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크린샷을 찍을 때마다 뜨는 해당 유저의 플레이 정보(게임 DB).
오른쪽 위에 유저가 입력한 값(글자+숫자)이 새겨진 인식표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