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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온라인게임, 리얼타임 컷신 늘어날 것”

NDC 11, 컷신과 게임 서사구조의 관계

안정빈(한낮) 2011-06-01 22:31:38

온라인게임에서 컷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텍스트와 전투만으로는 이야기 전달에 한계가 있다고 느낀 개발사들은 다양한 게임 속 영상을 통해 중요 장면들을 보여준다. 바로 컷신이다.

 

컷신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틴로봇 스튜디오의 최상렬 대표(오른쪽 사진)는 온라인게임의 컷신이 서사의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자유분방하게 진행되는 온라인게임 속에서 컷신은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1일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011 강연자로 나선 그로부터 컷신과 게임 서사구조와의 관계에 대해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컷신이란?

 

컷신(Cut-Scene)은 게임 속에 들어간 영상이나 연출을 지칭하는 단어다. 게임의 오프닝이나 엔딩이 대표적인 컷신이며, 퀘스트 중간이나 보스몬스터 등을 쓰러트렸을 때 나오는 영상과 연출 역시 컷신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게임 속에 포함된 영상을 뜻하는 만큼 홍보용 영상은 컷신에 포함되지 않는다.

 

컷신은 일곱 가지 기능을 가졌다. ▲스토리의 전개를 알기 쉽게 만들어주고, ▲레벨별 목표와 동기를 부여하며, ▲때로는 인터페이스와 규칙을 설명한다. 또한, ▲배경과 분위기 설정, ▲등장인물의 성격묘사, ▲게임을 진행하는 단서를 보여주는 것도 컷신의 역할이다.

 

계속되는 게임 플레이 사이에 컷신을 넣음으로써 ▲플레이어가 잠시 조작을 쉬고 여기까지 왔구나하는 보상을 느끼는 장치로도 활용된다. 여기까지가 컷신의 기능성이다.

 

 

 

서사적인 을 가진 컷신

 

그렇다면 컷신은 서사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게임 속에서 컷신은 크게 세 가지 서사적인 을 갖는다.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 주고, 이야기가 앞으로 진행되도록 이끌어 주며, 추상적인 게임 시간을 게임 속 이야기에 맞춰 줄 수 있는 힘이다.

 

영화나 소설에서 주인공은 입체적인 캐릭터. 영화를 보는 내내, 또는 소설을 읽는 내내 그들의 고민과 행동, 감정기복 등이 여과 없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등장 횟수가 적고 비중이 없는 엑스트라들은 상대적으로 평면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하지만 게임은 정반대다. 플레이어의 조작대로 움직이는 주인공은 평면 그 자체의 캐릭터다. 스스로 사고나 판단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성격이나 고민 등도 전혀 노출되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의 NPC들이 더 입체적으로 보일 정도다.

 

이런 평면적인 주인공을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컷신이다. 컷신 속에서 캐릭터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거나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반항심을 표출한다. 주인공도 이때 만큼은 별도의 조작 없이 스스로 움직이고 이야기를 나눈다.

 

컷신이 단순한 커서에 불과했던 캐릭터를 생명력을 가진 입체적 캐릭터도 만들어주는 셈이다.

 

 

컷신에는 게임 속의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는 도 있다. 죽음의 예를 들어 보자. 게임 속에서 죽음은 현실과 다른 의미다. 캐릭터는 죽은 후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이동한다. 온라인게임에서 부활을 기다리는 상황이나 콘솔게임에서 재도전을 위해 데이터를 불러오는 상황이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게임에서 죽음이란 무엇인가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재도전을 이끌어 내는 동기부여의 의미를 지닌다. ‘다음에는 더 잘해야지’ 라는 생각이다.

 

컷신은 다르다. 컷신에서의 죽음은 현실의 죽음이다. 컷신에서 죽은 캐릭터가 시간이 지났다고 다시 부활하는 일은 없다. 영화나 소설처럼 컷신을 통해 진행된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컷신의 서사적인 힘이다.

 

 

컷신에는 추상적인 시간을 모으는 힘도 있다. 게임에서 시간은 추상적이다. 영화는 보는 내내 영화를 보는 시간과 소설적 시간이 함께 흐르지만 게임은 다르다. 플레이어가 특정 행동을 하기 전까지는 게임 시간은 흘러도 소설적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적의 침입을 눈앞에 두고 낚시만 3시간을 할 수도 있고, 필드를 마냥 돌아다닐 수도 있다. 소설적 시간과 상관없이 무한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컷신이 삽입되면 게임 시간은 시간을 거슬러 소설적 시간과 만나게 된다. 개발자들이 만들어 놓은 이야기의 시간과 게임 시간이 잠시 일치하는 순간이다.

 

적의 공격을 앞두고 3시간 넘게 낚시를 즐긴 플레이어도 컷신을 만나는 순간 낚시에 사용한 시간을 무시한 채 적의 공격이 막 시작된 순간으로 이동한다. 자유롭게 놀던 유저들을 하나의 시간대로 다시 끌어모으는 역할이다.

 

 

 

보여주기 컷신에서 즐기는 컷신으로 진화하다

 

과거 온라인게임에서는 컷신이 잘 쓰이지 않았다. 특정 상황에서 컷신을 강제로 보여 주면 게임 플레이를 방해한다는 인식이 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컷신을 통해 게임의 몰입감을 높이고, 유저가 이야기를 따라감으로써 게임을 더 재미있어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점차 사용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상렬 대표는 온라인게임에서도 곧 리얼타임 컷신이 자주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의 컷신은 대부분 게임에 보여 주는 영상을 그대로 감상하는 수준에 그쳤다. 앞서 말한 컷신의 기능 중 휴식과 동기부여에 많은 비중을 둔 탓이다.

 

컷신을 별도의 영상으로 준비하다 보니 오히려 컷신이 나오는 동안 집중도가 떨어지거나, 컷신과 게임 영상이 전혀 달라 위화감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리얼타임 컷신이 나오면서 해결됐다. 리얼타임 컷신에서 플레이어는 마음대로 주변을 돌아보거나 움직일 수 있다. 그래도 연출은 계속 진행된다. 주변은 숨가쁘게 돌아가는 듯하지만 결국 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을 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게임을 진행하면서 연출과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게 컷신 도중에도 적이 습격하는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와 주변에서 계속 전투가 진행되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컷신의 변화와 함께 찾아온 프로모션 영상의 변화

 

컷신의 발전과 더불어 프로모션 영상도 달라졌다. 유저들이 게임과 전혀 다르게 꾸민 CG 영상보다 실제 플레이 영상을 선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프로모션 영상도 게임 엔진을 활용한 컷신을 이용하는 추세다.

 

하지만 게임 엔진을 이용한 영상은 한계가 있다. 일단 엔진의 소유권이 문제가 되는 만큼 외부작업을 맡기기 어렵고, 엔진 내에서 지원하는 컷신용 툴도 매력적인 편은 아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프리렌더드 컷신’이다.

 

일명 ‘페이크 실기 영상’이라고도 부르는 프리렌더드 컷신은 게임의 소스를 그대로 이용해서 만든 영상이다. 대신 게임 엔진이 아닌 별도의 툴을 이용한다. 원본 소스를 가진 채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컷신과 실제 게임 화면의 위화감이 매우 적다영화적인 연출이 조금 가미될 정도다.

 

 

지난해 뛰어난 퀄리티로 실제 플레이 논란이 일었던 <킬존 3>의 오프닝 영상이나 각 캐릭터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팀포트리스 2>가 프리렌더드 컷신을 홍보에 이용한 예다. 아래는 최상렬 대표가 작업한 <버블파이터>의 프리렌더드 컷신이다. 영상은 <버블파이터>의 중국버전에 오프닝으로 삽입됐다.

 

※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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