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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디즈니랜드에서 배우는 MMORPG 전략

NDC 11, 테마파크와 온라인게임

남혁우(석모도) 2011-06-02 01:24:54

“테마파크와 MMORPG는 많은 부분에서 닮았습니다.”

 

넥슨 라이브 개발 1실의 김지원 책임연구원은 6 1일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011에서 ‘게임과 테마파크’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자신을 ‘테덕후(테마파크 오타쿠)’로 소개한 김지원 연구원은 개인적으로 유희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 테마파크를 즐기는 사람과 MMORPG를 즐기는 사람이 원하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같다고 본다. 이 둘의 비교 분석을 통해 더 좋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과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연의 이유를 설명했다.

 

넥슨 라이브 개발 1실의 김지원 책임연구원.

 

 

■ 복합 엔터테인먼트, 테마파크

 

테마파크는 놀이기구 위주의 롯데월드, 미키 마우스등 강력한 지적재산권(IP)을 내세운 디즈니랜드, 네덜란드를 테마로 볼거리가 많은 일본의 하우스텐보스 등 통일된 주제를 바탕으로 오락, 쇼핑, 모험을 체험할 수 있는 복합엔터테인먼트 공간이다.

 

MMORPG와 테마파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반복되는 일상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비일상적인, 또는 바라고 있던 테마 및 콘텐츠의 체험을 통한 즐거움과 카타르시스, 대리만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발표에 등장하는 모든 테마파크는 강연자가 직접 다녀왔다.

 

■ 테마파크의 사업적 특성

 

테마파크의 사업적 특성은 MMORPG와 상당히 유사하다. 테마파크는 광활한 지역과 값비싼 설비,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게는 몇 백억 원에서 많게는 몇 조 원의 천문학적인 투자비가 소요된다.

 

또한 방문객 수의 예측이 힘들고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고위험 고소득 사업으로 많은 유저를 최대한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테마파크는 유지비용보다 철거비용이 많이 들어 쉽게 처분하기 힘들다. 쇠퇴기가 되면 사업을 그만두거나 처분하는 다른 사업과 달리, 최대한 성숙기를 길게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콘텐츠의 개선과 신규 콘텐츠 개발을 통해 특별히 변하는 것이 없더라도 계속해서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테마파크의 기본적인 수입은 입장료다. 하지만 입장료가 너무 높으면 고객에게 허들이 될 수 있으므로 높게 책정할 수 없다. 테마파크 안에서 유저들이 돈을 많이 지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체류시간을 늘려 음식, 상품 등의 구매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 20~30대에 주력, 노년층은 프리미엄 고객

 

테마파크에서 저연령층과 청소년층은 의외로 마이너한 계층이다. 놀이기구는 대부분 신장과 연령의 제한이 있고 학생들은 학교, 학원에 시간을 많이 뺏기고 경제적인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즐기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된다.

 

주요 고객은 20~40대의 청년층과 중년층이다.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고 테마파크 문화에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실버계층은 해외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이다. 실제로 미국 디즈니랜드의 경우 재방문 유저의 80%가 실버계층이다.

 

그들은 시간이 많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다. 오래 전부터 테마파크를 즐겼기 때문에 테마파크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어 재방문율이 높다. 다른 세대에 비해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콘텐츠는 적게 즐기면서 돈은 더 많이 지불하므로 가장 가치가 높은 고객층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테마파크는 타겟층에 대해 느슨한 운영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즉 유저들이 재미를 찾기 위해 반드시 테마파크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나 음악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를 즐겨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김지원 연구원은 반면 MMORPG는 성장을 지향하는 만큼 하나의 게임을 집중적을 플레이해야 하는, 다소 타이트한 운영정책을 갖고 있다. 이런 정책이 게임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유저가 특정 게임에 얽매이게 되고 과몰입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입장료보다는 추가적인 지출 중요

 

테마파크는 기본적으로 입장권을 받는다. 또한 추가로 요금을 내고 놀이기구를 기다리는 시간 없이 바로 탑승할 수 없는 프리미엄 티켓도 선보이고 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경우 인기가 많아서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2시간에서 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프리미엄 티켓을 사면 기다리는 수고 없이 바로 탑승할 수 있다.

 

시간이 없거나 신체적인 이유로 기다리는 것이 힘든 유저들이 추가로 요금을 내서라도 즐기는 것으로 MMORPG로 생각하면 경험치, 드랍률 등에 혜택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결제와 비슷하다.

 

 

테마파크 부분유료화의 좋은 예로는 도쿄 디즈니랜드를 들 수 있다. 이곳은 입장권을 구입하면 놀이기구는 모두 무료다. 대신 캐릭터를 모델로 한 장난감, 액세서리, 음식 등을 내부에서 판매한다. 디즈니랜드 내부에서는 상품을 강매하지 않으며 유저가 상품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입하는 행동 자체에 만족을 느낀다.

 

세계 최대의 롤러코스터 전문 테마파크로 유명한 미국의 식스 플래그 매직마운틴은 극한의 재미와 비교적 저렴한 입장권 및 할인행사로 진입 장벽이 낮은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놀이기구마다 대기시간이 기본적으로 3시간을 넘어서고 대기열에서는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지역이 캘리포니아인 만큼 햇볕도 뜨거워 사람이 쉽게 지치기 십상이다. 게다가 외부 음식반입이 제한돼 내부에서 판매하는 음식만 구입할 수 있는데, 콜라는 20 달러, 물은 7 달러 등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김지원 연구원도 식스 플래그 매직마운틴에서 음식을 사는 데만 200 달러 이상 썼으며, 유저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 넣고 구입을 강요당한 만큼 돈을 사용하면서도 만족이 아닌 짜증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MMORPG에서도 시간이 부족하거나 장시간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유저를 위해 프리미엄 아이템이나 유료 아이템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아이템을 강매하기 위해 억지로 레벨업 경험치를 몇 배로 높이거나 이동거리를 늘려 유저의 플레이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재방문을 위한 고민

 

도쿄 디즈니랜드 씨(Sea)는 하루에서 최대 열흘 동안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는 기간제 자유 이용권을 판매한다. 하루 안에 테마파크의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유저는 이 티켓을 구입해 자유롭게 테마파크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반면 온라인 게임은 성장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실제로 유저가 재미를 느껴야 할 콘텐츠도 성장을 위한 부가적인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결국 유저는 자신이 직접적으로 원하는 것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지적 부조화가 발생하고, 게임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 하는 것이다.

 

김지원 연구원은 유저가 성장을 좋아하기 때문에 온라인게임이 성장위주로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 자체를 매력적인 요소로 유저에게 제공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기간제 자유 이용권 판매의 더 큰 목적은 재방문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티켓을 구매한 이후 일정 기간 내에 재구매 또는 재방문을 하면 할인해 주거나 선물을 주는 등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디즈니 랜드는 숙소와 테마파크 사이의 이동시간을 줄이고 유저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내부에 숙박시설을 마련했다. 숙박시설 내부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놀이기구를 탈 수 있도록 시간을 예약하는 티켓을 제공하기도 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숙박시설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어 냈다.

 

MMORPG의 예로는 <메이플스토리>의 해피 DAY 이벤트가 있는데, 토요일에 이벤트에 참여하면 일요일까지 즐길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해 보다 오랫동안 게임에 머무르도록 기획됐다.

 

 

 

■ 라이브 서비스

 

테마파크의 유지 방법은 기기의 보수, 테마변경, 이벤트 세 가지 방법으로 MMORPG의 라이브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오래된 놀이기구를 개편·보수하는 작업은 MMORPG는 스킬을 개편하거나 오래된 콘텐츠를 확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 등에 맞춰 테마파크 전체의 테마를 바꾸는 작업은 MMORPG의 시즌별 업데이트와 유사하다. 다만 테마파크의 경우는 테마를 바꾸기 위해 전체를 꾸며야 하는 만큼 비용이 많이 들고 기본적인 테마와 어울리지 않는 것은 피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테마 변경보다는 작지만 소규모로 진행하는 이벤트도 있다. 주로 메인 테마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이벤트로 비주얼 중시형, 체험형, 감사 이벤트로 나눠진다.

 

이벤트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단기적인 붐업 효과를 갖고 있으며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아도 같은 콘텐츠를 새로운 느낌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 준다. 그리고 재방문 유도 및 체류 시간 증대에 효과적이다.

 

다만 이벤트는 비교적 소규모로 진행되므로 유저들이 미처 알지 못 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디즈니랜드의 경우는 1년치 이벤트를 미리 공개해 유저들이 테마파크에 가기 전에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입장할 때도 이벤트 일정표를 나눠 주고, 테마파크 곳곳에서 끊임없이 이벤트를 홍보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테마파크는 이벤트 자체가 주요 콘텐츠로 자리잡을 수 있지만, MMORPG에서는 쉽지않다.   

  

테마파크의 신작 콘텐츠 개발 주기는 2년 정도로 느린 편이다.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가고 메인 테마와 연관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연관성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오래 걸린다.

 

반면 MMORPG의 신규 콘텐츠는 개발 기간이 3개월~6개월이다. 아울러 최신 트렌드와 유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관건이므로 기본적인 세계관을 지키면서 메인 테마와 일부 충돌하는 콘텐츠도 감수할 수 있다.

 

다만, 유저들의 콘텐츠 소비 속도도 빨라서 콘테츠의 수명이 짧다. 지속적으로 신규 콘텐츠를 생성하지 못 하면 유저 이탈 및 판매 기회 상실로 직결된다.

 

 

 

■ 감동을 주는 고객 서비스 필요 

 

고객 서비스는 고객 납득, 고객 만족, 고객 감동으로 나눌 수 있다.

 

유저가 제기한 문제를 매뉴얼대로 처리해 불만을 해소하는 것이 고객 납득이라면, 고객 만족은 더 많은 것을 제공하고 친절한 것을 말할 것이다. 고객 감동은 진심으로 유저에게 재미를 제공하고 그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미국 디즈니랜드에서는 환자가 생겼을 경우, 직원이 라이프 가드 자격증이 없다면 신고만 할 수 있을 뿐 환자를 돕거나 건드릴 수 없다. 구조 실패로 인해 추가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디즈니랜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자를 어떻게 두고 볼 수만 있냐는 것이다. 치열하게 갈등을 겪은 끝에 일본 디즈니랜드는 모든 직원에게 라이프 가드 자격증을 따게 하면서 논란을 종식시켰다.

 

이외에도 키가 작은 어린이나 몸이 불편한 환자에게는 예약권을 제공해 키가 크거나 병이 나으면 언제든지 놀이기구를 탈 수 있게 배려하기도 했다.

 

김지원 연구원은 “MMORPG는 온라인에서 문제점을 처리하다 보니 아무래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유저에게 감동을 주기 힘든 것 같다. 그래도 게임업체는 아니지만 세스코 같은 경우를 보면 온라인에서도 감동을 주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지는 않다. 더 좋은 시나리오와 그래픽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감동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문화콘텐츠로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방어를 위한 사업 다각화

 

디즈니랜드 내부에는 거대한 쇼핑몰이 있다. 그곳에서는 미키마우스, 도날드덕 등 디즈니의 IP를 활용한 상품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판매한다. 뿐만 아니라 영화관도 마련돼 있어서 테마파크를 즐기거나 쇼핑을 하는 중간에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언뜻, 테마파크의 메인 테마를 해칠 뿐 단순히 유명 IP를 활용해 쉽게 돈을 버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테마파크 주변에 대형 쇼핑몰이나 영화관이 들어설 것을 대비해 디즈니랜드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한 것이다.

 

지금까지 MMORPG를 살펴보면 <메이플스토리> 등 몇몇 게임을 제외하고 사업의 다각화를 추구하는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다. 단순히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에 대한 견제에 의미를 둔다면 사업의 다각화를 다른 시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지원 연구원은 테마파크는 수많은 업체와 제휴 이벤트를 실시한다. 반면 MMORPG는 제휴이벤트를 거의 하지 않는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MMORPG는 유저층이 한 세대로 몰려 있고 폐쇄적이어서 홍보에 별 도움이 못 된다. <메이플스토리>가 동접 41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 최대기록을 세웠지만 전체 국민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1%에 해당하는 소수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이슈도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바로 지금, 게임이 보다 폭넓은 유저들이 즐기는 대중문화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때다. 그렇기 때문에 테마파크 등 대중적인 문화콘텐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