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Vita, 모습을 드러내다]
‘플레이스테이션 비타’ (PlayStation Vita, 이하 PS Vita)는 PSP의 뒤를 잇는 소니의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다. 당초 ‘NGP’라는 코드네임으로 알려졌던 이 휴대용 게임기는 E3 2011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저녁(미국시간) 진행된 소니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정식 명칭을 공개했다. {more}
이 자리에서 소니는 PS Vita의 가격과 함께 상세한 정보를 공개했다. 또한 컨퍼런스 후반부에는 참석자들이 직접 게임기를 만지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체험존’을 운영했다. 체험존에서는 <리틀빅플래닛> <언차티드: 골든 어비스> 등 PS Vita용 게임의 데모를 즐길 수 있었다.
PS Vita를 소니 컨퍼런스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 봤다.
PS Vita를 시연해 보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전 세계 미디어 관계자들. 최소 2시간을 기다려야 PS Vita를 만져볼 수 있었다.
시연대 입구에서 헤드폰을 받은 후, 게임의 시연대에 가면 헤드폰을 꽂아 즐기는 방식이었다. 사진은 회수된 헤드폰을 도우미가 청소하는 장면.
게임 시연대 별로 도우미 한 명이 붙어서 게임에 대한 설명과 감시(?)를 했다.
※ PS Vita 체험존은 소니 관계자들의 철통 보안 속에 사진 및 영상 촬영이 불가능했습니다.;;
[처음 느낌은 PSP와 많이 다르지 않지만…]
처음 PS Vita를 만져 보고 들어 봤을 때의 느낌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다음과 같았다. “PSP네?”
실제로 PS Vita는 PSP를 직접 옆에다 두고 자세히 비교하지 않는 한, 외관부터 그립감 등에 있어 PSP와 그렇게 다른 점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비슷했다. 무게 또한 체감상 PSP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덕분에 만약 예전에 PSP를 한 번이라도 만져 봤거나, PS2나 PS3용 듀얼쇼크 패드를 써 본 유저라면, 별다른 이질감 없이 바로 PS Vita에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개선된 아날로그 스틱.
하지만 PSP와 비슷하다는 생각은 게임을 실행하는 순간 바로 날아가게 된다. 화면이 기존 4.3인치에서 5인치로 커진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960 X 544의 고해상도이기 때문인지 굉장히 깨끗하고 수준 높은 게임 화면을 보여준다. PSP의 이른바 ‘도트 튀는’ 현상도 없고, 화면 전환도 빨라서 부드럽다.
그러니까 대략 PS2 게임 화면을 보다가 PS 3화면 보는 듯한 충격을 준다고 할까? 아직 완성품이 아니기 때문인지 화면이 생각보다 밝지 않았고, 밝기 조절 버튼도 찾을 수 없었지만,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깨끗하고 부드러운 화면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약 20분 넘게 PS Vita를 만져 봤지만, 게임 화면에 대한 불만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눈이 피곤하다는 등의 문제도 전혀 없었다.
또한 PSP와 비교했을 때의 개선점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아날로그 스틱’이다. PS Vita는 왼쪽과 오른쪽에 하나씩 아날로그 스틱이 붙어 있는데, PSP의 조그만 아날로그 스틱에 비하면 확실히 조작감과 사용감이 개선됐다.
아날로그 스틱이 살짝 위로 돌출돼 있기 때문에 더 편하게 스틱을 잡을 수 있고, 보다 세밀한 조작도 가능하다.
[아이폰? 다양한 센서를 활용한 게임 플레이]
PS Vita는 단순히 외관만 놓고 보면 “PSP의 하드웨어 스펙 강화 버전”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즐겨 보면 “PSP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이 강하다. 바로 게임기에 붙어 있는 다양한 ‘입력장치’ 때문이다.
PS Vita는 ‘정전식 멀티터치 패널’, ‘6측 자이로 센서 등을 이용한 본체 기울이기’, ‘후면 멀티터치 패널’, ‘전면·후면 카메라’ 등 PSP에 없었던 다양한 입력장치를 제공한다.
이런 입력장치들은 이번 시연대를 통해 공개된 각각의 게임에서 높은 비중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새로운 조작체계가 단순한 ‘들러리’나 ‘맛보기’가 아닌 ‘핵심 조작요소’로 확실하게 활용되고 있었다는 뜻이다.
위치 센서 덕분에 PS Vita 본체를 기울이면 게임기가 해당 방향을 인식한다.
예를 들어 PS Vita용 <리틀빅플래닛>에서는 플레이어가 전면 터치 패널을 누르면 움푹 꺼지고, 반대로 후면 터치 패널을 누르면 위쪽으로 튀어나오는 블록이 등장한다. 플레이어는 길을 지나가기 전에 먼저 전면·후면 터치 패널을 이용해 블록을 ‘지나갈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슈팅 게임 <리틀 데비언츠>에서는 도저히 정상적으로 캐릭터를 이동시킬 수 없는 길이 등장한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한데, PS Vita 본체를 옆으로 기울이거나 뒤집으면 캐릭터가 기울인 방향으로 떨어져서 무사히(?) 길을 지나간다.
<언차티드: 골든 어비스> 역시 PS Vita의 새로운 조작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주인공 드레이크가 가야 할 길을 화면에서 터치&드래그 해 주면, 드레이크는 지정한 길을 따라 이동한다.
이런 화면 터치 방식의 이동은 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한 조작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세밀한 조작이 가능해서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모습을 보여 줬다.
[PS Vita 시연대에서 공개된 3가지 게임의 짤막 감상평]
<리틀빅플래닛> 본래 이 시리즈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조작하는 게임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이는 PS Vita의 아름다운(?) 입력장치들을 만나면서 더욱 기상천외하고 다양한 방식의 캐릭터 조작을 보여 주었다.
위에서 언급한 전면·후면 센서를 이용한 블록도 그렇지만, 화면을 터치해서 피아노 건반을 누르면 활성화되는 길, 화면 터치를 이용해 직접 들어서 움직일 수 있는 블록, PS Vita 본체를 좌우로 기울이면 움직이는 이동발판 등 콘솔 게임기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있는 조작으로 가득하다. 덕분에 게임기를 직접 ‘갖고 논다’는 느낌이 확실히 살아난다.
<리틀 데비언츠> PS Vita용 오리지널 게임. 일종의 슈팅 ‘미니 게임’ 모음집이다. 플레이어는 ‘데비언츠’(Deviants)라고 불리는 생물체를 적들의 공격으로부터 지키거나, 혹은 이 생물체를 이용해 각종 미션을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슈팅 방식을 보면 재미있는 게 많다. 가령 후면 카메라를 통해 게임기 건너편을 보면서, 쏟아지는 적들을 PS Vita 본체를 들고 ‘직접 겨냥해’ ○버튼을 눌러 격추하는 슈팅 게임도 있다.
이 게임을 즐기다 보면 마치 현실 속에 적들이 등장하며, 이를 PS Vita를 이용해 물리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참고로 아이폰에서도 카메라와 위치 센서를 이용하는 비슷한 방식의 게임이 있다.)
이외에도 <리틀 데비언츠>는 게임기 본체를 좌우로 기울이면 캐릭터가 기울인 방향으로 이동하고, 이를 활용해 다양한 퍼즐과 슈팅을 즐길 수 있다는 식의 미니게임을 많이 제공한다.
<언차티드: 골든 어비스> PS3 독점 타이틀로 유명한 액션 어드벤처가 PS Vita로 진출했다. 원작 PS3 버전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비주얼과 연출을 PS Vita에서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조작 자체는 PS3 버전과 많이 다르지 않지만,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화면 터치’를 이용한 색다른 방식의 이동조작을 지원한다. 여기에 근처의 사물이나 적에게 사용하는 액션(절벽 끝에 있는 적을 밀어 버리는 공격 등) 역시 화면을 가볍게 터치하는 것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어 게임 초보라도 수월하게 조작이 가능할 것 같았다.
[결론: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아이폰의 감성을 느끼다]
약 20 분에 걸친 PS Vita 시연을 마치고 든 생각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아이폰으로 즐기고 온 것 같다”였다.
PS Vita로 즐긴 <리틀빅플래닛>과 <언차티드: 골든 어비스> 같은 게임은 거치형 콘솔 게임기에 뒤지지 않는 퀄리티와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이를 아날로그 스틱이나 십자키 등이 아닌 ‘터치패널’, ‘자이로 센서’ 등으로 즐기니 확실히 PSP와는 색다르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소니가 이번 시연대에서 의도적으로 다양한 입력장치를 활용하는 게임을 많이 선보였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PS Vita는 “단순히 스펙만 괴물인 고성능 휴대용 게임기”가 아니라 “독특하고 창의적인 게임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새로운 휴대용 플랫폼”이라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