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게임쇼나 마찬가지겠지만 E3에도 매년 수 백 개의 게임이 공개됩니다. 많은 게임이 한꺼번에 공개되다 보니 큰 기대를 모으던 게임이 예상 외로 저조한 반응을 얻거나, 반대로 예상치도 못 했던 게임이 뜨거운 호응을 얻는 경우도 있죠.
올해 E3에서도 예상 외(?)로 선전한 게임들이 많은데요, 문화적 차이도 있고 진짜로 의외의 게임도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이 E3 2011에서 예상 외로 인기를 끌었던 출전작을 모았습니다. /LA(미국)=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1. <레이맨 오리진>
국내에서는 아는 사람만 아는, 혹은 추억의 게임 정도로 치부되는 게임입니다만, 서양에서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유비소프트 부스에 등장한 <레이맨 오리진>은 <어쌔신 크리드 레벌레이션>이나 <고스트리콘: 퓨처 솔저>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습니다.
<레이맨 오리진>은 4대의 체험대가 준비됐고 1대의 체험대에서 동시에 4명이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요, 덕분에 관람객 회전이 엄청 빠른데도 불구하고 좀처럼 줄이 줄어들 생각을 안 하더군요. 행사 첫째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린 게임입니다.
특히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유비소프트가 25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레이맨 오리진>을 처음으로 내세운 이유가 있더군요. 다만 게임과 함께 선보인 <레이맨>의 사진촬영용 입간판은 버림받았습니다. 이용은 안 하고 그냥 사진만 찍어가는 사람이 많았네요. :(
2. <트랙 마니아 2>
온라인게임 <트랙 마니아 2>에도 예상보다 많은 유저가 몰렸습니다. 역시나 유비소프트 부스로군요. <트랙 마니아 2>는 유저가 스스로 트랙을 만들고 이를 온라인으로 공유하며 다른 사람들과 레이싱을 즐기는 게임입니다.
유저가 원하는대로 트랙을 제작할 수 있는 만큼 유턴이나 점프, S자가 4~5번씩 반복되는 구불거리는 길, 순수한 스피드를 재는 직선 트랙 등 상상할 수 있는 어지간한 트랙은 다 나오죠. 이걸 통과는 할 수 있을까 싶은 악의적인 트랙도 많습니다. 그게 다 재미기도 하고요.
전작 <트랙 마니아>도 서양에서는 큰 인기를 모았는데요, <트랙 마니아 2>는 그래픽까지 한층 업그레이드됐습니다. 거기에 원래 레이싱을 좋아하는 서양 유저들의 흥미와 맞물리면서 큰 인기를 누렸죠. 이 게임의 인기도 <고스트리콘>에 결코 뒤처지지 않더군요.
3. <엑스페리아 마인크래프트>
<마인크래프트>의 인기는 플랫폼을 옮겨도 여전했습니다. 소니에릭슨 부스는 엑스페리아로 공개된 <마인크래프트> 덕분에 행사 첫째 날 발도 디디기 어려울 정도로 장사진을 이뤘죠. 체험대에서는 정해진 체험시간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쌓던 건축물을 이어서 만들어야 했는데요, 그 결과 각종 형이상학적 건물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마인크래프트>의 인기에는 이벤트 시간마다 주어진 보너스 아이템도 한몫했습니다. 코스튬플레이부터 가방, 발판과 블록 쌓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만능 아이템을 직접 보시죠. 상당히 구석에 위치한 부스임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누리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겁니다.
4. <카 2>
그러니까 다시 말하지만 서양에서 레이싱 게임의 인기는 엄청납니다. 디즈니에서 선보인 <카 2>도 높은 인기를 누렸죠. 디즈니는 부스에 <카 2> 홍보를 위한 모형 자동차 침대까지 제공했는데요, 사진촬영부터 휴식공간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더군요.
특히 가족 단위 관람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E3는 원래 미성년자가 출입할 수 없는 행사입니다만, 보호자를 동반할 경우에는 입장이 허용됩니다. <카 2>는 정작 디즈니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디즈니 유니버스>보다도 많은 인기를 모은 비운의(?) 게임입니다.
영화를 소재로 한 게임은 대부분 완성도가 낮고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판매량을 늘리려 한다는 편견이 있었는데요, <카 2>를 보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면에서 딱히 나쁘지만은 않은 듯합니다.
5. <에일리언 콜로니얼 마린스>
오랜만에 등장한 에일리언 소재의 게임도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세가 부스에 마련된 <에일리언 콜로니얼 마린스>의 체험존은 3일 내내 만원이었죠. 연기까지 풍기는 피난처 모양의 박력 넘치는 부스 모습과 그 앞을 굳건한 모습으로 지키던 두 병사도 인기에 한몫했습니다.
세가는 올해 E3에서 정말 많은 게임을 공개했습니다. <가디언 히어로즈> 등 올드 게임의 리메이크부터 <소닉 & 마리오 런던 올림픽 2012>처럼 소닉을 이용한 시리즈도 총동원됐죠.
하지만 역시나 가장 많은 관람객을 모은 게 바로 <에일리언 콜로니얼 마린스>입니다. 오히려 소닉 체험대가 허전하더군요. 세가의 입장에서는 웃어야 하는 일일까요? 울어야 하는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