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부터 9일까지(미국시간)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E3 2011은 ‘차세대 게임기’의 경연장이었습니다. 닌텐도에서는 Wii의 후속 기종인 Wii U를 선보였고, 소니는 PSP의 후속 기종인 PS Vita를 정식으로 공개해 주목을 받았죠. 이들 두 게임기는 모두 ‘체험존’을 설치해 관람객들이 직접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E3에 참가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과연 Wii U를 직접 해 보면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는지, PS Vita는 정말로 재미있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디스이즈게임은 E3 2011에서 Wii U와 PS Vita를 직접 체험한 기자들이 ‘TIG 토크’를 진행해, 게임기를 즐겨본 느낌을 솔직 담백하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먼저 1편은 닌텐도의 차세대 거치형 콘솔 게임기 Wii U입니다. 과연 TIG 기자들이 직접 만져 본 Wii U는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진행·정리 LA(미국)=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크고 아름다운데 생각보다 가벼운 콘트롤러
※ 이터비아가 선배 기자인 가운데 세 명이 나눈 대화를 그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편집자 주
깨쓰통: 다들 Wii U를 직접 즐겨 보니 다들 어땠나요? 저는 직접 만져 보기 전에는 (6.2 인치 디스플레이가 달린) Wii U 컨트롤러가 지나치게 크고 아름다워서 “팔 아프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는데, 실제로 사용해 보니 전혀 무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한낮: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콘트롤러 크기는 7 인치 태블릿들과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이 가볍던데요. 오래 들고 게임을 즐겼는데, 전혀 팔이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고, 콘트롤러로서의 무게 자체는 충분히 허용할 수 있는 범위인 것 같았습니다.
이터비아: 다만 무게와는 별개로 ‘떨어뜨렸을 때’의 걱정은 좀 되더라고. Wii의 콘트롤러 같은 경우에는 손목 스트랩으로 어느 정도 떨어뜨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설사 떨어뜨려도 아주 강하게 떨어지거나 날려버리지만 않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
하지만 Wii U 콘트롤러는 아무래도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기 때문에 낮은 높이라고 해도 떨어뜨리면 문제가 발생할 것 같던데. 게다가 크기가 크기인 만큼 손목 스트랩 하나만으로는 이를 방지하기가 쉽지도 않고 말이야.
한낮: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렇다고 양쪽 손목에 동시에 스트랩을 달 수도 없고….
깨쓰통: 아니, 그 전에 그렇게 하면 그건 스트랩이 아니라 결박이잖아. (-_-)
이터비아: 낙하 문제도 그렇고. 나는 직접 만져 보니 콘트롤러 디자인 자체를 조금 다듬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 크기가 큰 탓도 있지만, 사람이 편하게 붙잡을 수 있는 디자인은 아닌 것 같아. 그립감도 다소 나쁜 편이고. 그러니까 안정적으로 콘트롤러를 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릎 위에 받치고 들어야만 한다고 할까?
Wii U 컨트롤러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 양손을 모두 활용해서 잡아야 한다.
한낮: 하지만 아직 시제품이니까 그 부분은 향후 조절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 물론 저도 아쉽다고 느꼈고, 굳이 꼭 6.2 인치 대화면을 채택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화면의 크기를 조금만 줄였으면, 콘트롤러 크기 자체도 작아졌을 거고, 그렇다면 낙하나 그립 문제도 훨씬 줄어들었을 테니까 말이에요.
실제로 Wii U 콘트롤러를 들고 양옆으로 격렬하게 흔들어야만 하는 게임도 있었다. 이 때 만약 콘트롤러를 놓친다면…. 참고로 이번에 공개된 Wii U 체험대는 모든 콘트롤러를 끈으로 고정해 놓았다.
만족스러운 하드웨어 성능
깨쓰통: 콘트롤러는 그렇다고 치고, 하드웨어 성능 자체에 대한 느낌은 어땠나요? 전 Wii와 비교하면 확실히 그래픽 성능이 개선된 것이 눈에 보여서 좋았는데.
이터비아: PS2 그래픽만 보다가 PS3 그래픽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라고 할까? 대표적으로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Mii>만 보더라도, Wii로 나온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Wii>하고 비교해 보면 “우와~ 정말 깔끔해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공개된 모든 게임이 60 프레임은 확실히 뽑아 준다는 느낌이었고… 어찌 되었든 이제 그래픽 자체는 PS4나 Xbox720이 나오지 않는 한 다른 콘솔과 비교해서 불만을 제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한낮: 콘트롤러의 모션센서 성능 자체도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어요. 인식 속도도 빠르고 민감했고, 딱히 조작하면서 갑갑하다는 느낌은 거의 받지 않았어요. 터치 패널 역시 내가 원하는 조작을 모두 확실하게 인식하고 말이죠.
깨쓰통: 그러고 보니 콘트롤러 터치패널은 감압식이었던 것 같나요? 아니면 정전식이었던 것 같나요? 확실하지는 않은데 뭔가 둘의 특성이 결합된 것 같기도 하고….
이터비아: 확실한 건 정전식은 아니야. 손가락으로 아주 살짝 터치하면 반응하지 않았어. 게다가 Wii U용 터치펜으로 내 아이폰을 조작해 봤는데 불가능하더라고. 그렇다면 최소 정전식은 아니라는 소리지.
한낮: ‘아주 민감한 감압식’이 아니었을까요? 실제로 손가락을 살짝 대면 인식을 못 하지만, 아주 조금만 힘을 주면 바로 인식했어요. 덕분에 정전식 터치패널을 만지듯 게임을 즐겨도 크게 무리는 없었고 말이죠.
깨쓰통: 생각해 보니 굳이 정전식이냐, 감압식이냐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하네. 감압식이든 정전식이든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었으니까 말이야.
놀랍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게임들
깨쓰통: 자, 이번에는 공개된 Wii U용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죠. 다들 게임을 체험한 느낌은 어땠나요? 전 무엇보다 Wii U 콘트롤러의 보조 디스플레이를 통해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플레이의 게임이 나온다는 점에서 감동했는데 말이죠.
이터비아: TV화면 외에 보조 디스플레이을 이용해서 ‘가상의 화면’을 720도로 볼 수 있다니…. 이건 정말 제대로 활용하면 재미있고 창의적인 게임이 많이 나올 것 같아.
한낮: 해적이 쏘는 화살을 Wii U 컨트롤러로 막는 <실드 포즈>가 정말 대박이었어요. 아니, 이런 식으로 리듬 게임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처음에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볼 때는 “이야, 재미있겠네” 하는 수준이었는데, 실제로 게임을 해 보니까 “아니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이 게임을 만든 사람들 정말 대단해!”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요?
이터비아: 난 그 게임을 해 보니까, 문득 닌텐도DS용 <도와줘! 리듬히어로>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정말, 응용하기에 따라선 무궁무진한 방식의 게임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 <실드 포즈> 플레이 영상 보러 가기 {more}
깨쓰통: 보조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게임으로는 <배틀 미>도 재미있었죠. 원하는 방향으로 우주선을 제대로 조작하려면 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콘트롤러를 들고 직접 전후좌우로 몸을 회전시켜야 하니, 색다르면서도 직관적이었다고 할까요?
한낮: 저는 1대의 Wii U 콘트롤러와 다수의 Wii 리모트 콘트롤러를 이용해 일종의 ‘술래 대 나머지 게이머들’의 구조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 <배틀 미>도 그렇고, <체이스 미>는 정말 어릴 때 하던 술래잡기의 재미를 제대로 즐겨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터비아: 기존의 파티 게임들은 모든 게이머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게임을 했기 때문에 다소 밋밋하게 흘러가는 경향이 있었지. 하지만 파티 게임에서 한 명의 ‘술래’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혁신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재미있는 요소가 될 수 있어.
※ <배틀 미> 플레이 영상 보러 가기 {more}
※ <체이스 미> 플레이 영상 보라 가기 {more}
한낮: 뭐 굳이 이번에 공개된 게임들이 아니라고 해도. Wii U의 보조 디스플레이와 다양한 센서를 이용하면, 정말 다양한 장르에서 여러 가지 ‘창의적인’ 게임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깨쓰통: 예를 들자면?
이터비아: 레이싱 게임을 예로 들면, TV 화면에서는 오직 도로 상황만 보여주고, 계기판 같은 것은 모두 보조 디스플레이에서 보여주는 식으로 활용할 수가 있겠지. 게다가 딱 양손으로 쥐는 디자인인 만큼 콘트롤러를 레이싱 휠 대신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테고….
깨쓰통: 그러고 보면 다른 게임들 역시 UI는 모두 보조 디스플레이에 몰아넣고, TV에서는 보다 넓고 깨끗한 화면을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겠네요. 게다가 액션 게임에서는 플레이어 정면 외에 다른 방향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조 디스플레이로 확인하는 것도 가능할 테고 말이죠.
한낮: 정말 기존에 콘솔 게임에서 보기 힘든 형태의 창의적인 게임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Wii U 반응이 안 좋다며?
깨쓰통: E3 현장에서 체험한 TIG 기자들은 Wii U에 대해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인 것 같은데요, 그런데 현재 한국을 비롯해서 밖에서는 반응이 별로 안 좋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Wii U 때문에 닌텐도 주가가 폭락했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죠.
이터비아: 사실 닌텐도 주가 폭락은 Wii U보다는, PS Vita가 생각보다 가격이 싸게 채택된 것의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어쨌든 Wii U 자체가 직접 만져 보기 전에는 그 가능성을 제대로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한낮: 게다가 닌텐도에서 이번 E3에 맞춰 약간 성급하게 내놓은 감도 있어요. 저는 E3 개막일 오전에 있었던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석했는데, 당시 닌텐도가 이번 E3에서 주력으로 밀고 싶었던 것은 사실 Wii U 가 아니라 3DS 신작들이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올해 E3에서 Wii U의 특징 외에 게임 라인업 등의 정보는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깨쓰통: 그러고 보니 무언가 새로운 콘솔 게임기가 발표되면 잘 갖춰진 라인업을 함께 발표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이번에 Wii U 는 그런 게 거의 없었네. 게다가 체험대에서 공개된 게임 역시 ‘Wii U 로는 이런 게 가능합니다!’를 보여준 정도였지, 무언가 눈길을 확 끄는 대박 타이틀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터비아: 정말 <젤다의 전설> Wii U 용이라도 발표되었으면, 아마 게임기에 대한 평가도 180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나마 <슈퍼 마리오>가 나왔지만, 그건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간단한 이식 수준이었으니 크게 의미가 없고 말이야.
깨쓰통: 그럼 슬슬 정리해 보죠. 다들 Wii U를 직접 플레이해 본 소감을 총평하자면 어떤가요?
먼저 저부터 이야기하자면 ‘발매가 아주 기대되는 게임기’인 것 같아요. 하드웨어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게임들이 많이 나올 수만 있다면, 정말 기존에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게임에서 맛볼 수 있을 것 같아 많이 기대됩니다.
한낮: 시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면 10점 만점에 9점은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실제 게임기가 발매될 때 ‘라인업’이 어떻게 갖춰지느냐에 따라 최종점수는 바뀔 수 있겠죠. 아무리 하드웨어 성능이 좋고 가능성이 높아도, 정작 나오는 게임이 별로라면 안 되겠죠.
이터비아: 전체적으로 나는 굉장히 만족했어. 다만 한 가지 염려되는 것은 과연 Wii U가 기존에 Wii를 산 게이머들에게 ‘하드웨어 교체 욕구를 불러 일으킬 정도로 매력적일까?’ 하는 점이지. 아무래도 이번에는 라인업이 약해서인지 그 수준에는 조금 못 미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물론 이 부분은 향후 게임기 발매가 가까워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지.
깨쓰통: 결국 이번 E3 2011에서 공개된 Wii U는 게임의 라인업과 디자인 등 몇 가지 아쉬움은 있지만 게임기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2012년에 발매되는 게임기이니 만큼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할 수 있겠죠. 앞으로 닌텐도가 보여줄 행보가 많이 기대됩니다.
2시간 3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Wii U를 체험해 본 깨쓰통.
E3 2011 현장에 자물쇠로 고정돼 있던 Wii U 본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