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문화재단이 16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게임 과몰입 대처 방안과 상담치료센터의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게임문화재단이 설립한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센터의 역할과 앞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해·판단에 따라서 중독과 과몰입이라는 단어를 혼용하고 있다. 지난 4월 게임 셧다운 제도가 국회를 통과한 이후부터 이에 대한 논쟁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임문화재단 김종민 이사장은 “과몰입 상담치료센터가 문을 열었는데 왜 환자가 몰리지 않는가, 왜 당장 입원환자가 없는가, 환자가 엄청나게 많다는데 고작 한 개의 센터로 되겠는가 등등 게임 과몰입과 관련해 상식 밖의 문제제기와 무책임한 통계인용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인 논쟁이 오갈수록 사회적 부작용은 커지게 된다. 과학적인 활동으로 비논리적 논쟁과 과대의혹을 제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토론회를 개최한 근본적인 목적이었다.
토론회 개최 목적을 설명하는 게임문화재단 김종민 이사장.
■ 게임 과몰입, 구체적인 판단의 척도가 없다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대구 카톨릭 대학병원 정신과 최태영 교수(오른쪽 사진)는 “게임중독, 혹은 과몰입에 대한 진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준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인터넷 중독을 게임 중독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태영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사실 과도한 컴퓨터의 사용은 중독보다는 몰입(집착)이라고 봐야 한다. 또한 게임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몰입감이 없는 게임은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미를 추구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게임을 만들게 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이런 몰입을 질병으로 정의하지는 않고 있다.
물론 1990년대부터 이런 몰입 현상을 병으로 보자는 견해가 있었고, 이를 넓은 의미에서 중독의 개념으로 보는 경우도 있었다.
게임의 몰입이 술과 담배처럼 금단증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술과 담배는 물질의존에 따르지만 게임은 행위의존으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를 중독으로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병으로 봐야 하는가’ 하는 견해가 있을 뿐이다. 게임으로 인해 문제가 되는 것에는 청소년이 취약한 편이다. 게임을 포함한 인터넷에 몰입해 장애를 겪는 학생과 직장인들의 비중은 일반적으로 병으로 판단하는 기준인 1%를 크게 웃도는 14%로 조사됐다.
최태영 교수는 “너무 웃도는 조사 결과 수치가 나와서 게임 과몰입이 사회적 현상인지 병인지 구분하기는 힘들다. 또한 지금까지 인터넷 중독을 게임 중독과 동일하게 보고 있다. 먼저 병이냐 아니냐 여부보다 과몰입이냐 중독이냐에 대한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게임 과몰입은 치료보다 관리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즉 환자로 보기는 힘들다. 원론적인 병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있고, 이에 따라 확립된 치료 가이드라인은 없는 실정이다. 과학적인 척도를 통해 누구를 치료 혹은 관리해야 하는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규제가 아닌 창조의 문화로 이끄는 환경 조성이 필요
지금 셧다운 제도 도입 찬성 측은 게임은 단순히 산업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반면 게임을 즐기는 유저와 업계는 엄연한 문화라고 주장한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김민규 교수는 “게임산업과 게임문화는 서로 배타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밀접한 상호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와 산업은 같은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적 배경이 없는 산업은 크게 발전할 수 없다. 예전부터 게임문화 정책의 큰 틀은 과몰입 해결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게임 과몰입 해결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정책의 지속성과 구체적인 판단의 척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게임 문화와 산업의 상호성을 주장한 아주대학교 김민규 교수.
과거에도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인터넷 중독 척도만을 갖고 게임 과몰입 여부를 정하는 것이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에서도 예산을 배정할 때 지속적으로 배분하지 않다 보니 만들어 놨던 시스템이 유지되지 못하고 마무리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김민규 교수는 과거를 교훈 삼아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센터의 지향점을 제시했다.
그는 “게임업계가 기부적 성격을 가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했지만 게임문화 형성과 연관성이 미흡했다. 이는 인프라와 구심점의 부재로 결과적으로는 과정과 소통이 미흡했다. 앞으로는 게임문화재단과 상담치료센터가 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게임문화재단이 게임업계와 시민단체, 문화단체와 연계하고, 나아가 정부와의 의사소통, 국내외 학계와의 연계 등을 담당하는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것이 김민규 교수의 주장이다.
한편,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센터는 게임 이용 태도 척도, 과몰입 치료 방법론, 이를 근거로 한 상담과 치료센터 운영 등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는 게 목적이다.
김민규 교수는 마지막으로 “게임이 회피와 규제의 대상이 되는 사회문화가 아닌 창조의 게임문화를 위한 사회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 게임문화재단과 치료센터가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