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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해설] 넷마블-넥슨 서든어택 극적 타협, 이유는?

서든어택 갈등 극적인 대타협, 배경과 이유 해설

현남일(깨쓰통) 2011-06-22 18:23:25

CJ E&M 넷마블(이하 넷마블)과 넥슨이 <서든어택>의 공동 퍼블리싱에 최종 합의했다. 양사는 22일 오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서든어택>을 공동으로 서비스한다고 발표했다. 관련기사 {more}

 

기존 계약 만료일인 7월 10일을 눈앞에 두고 성사된 공동 퍼블리싱은 한때 양사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등 갈등을 겪다가 극적으로 타결됐다. 자연스레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놓칠 수 없었던 넷마블, 단독 서비스 의지를 보인 넥슨

 

<서든어택> 공동 퍼블리싱은 지난 6월 중순까지만 해도 넷마블의 일방적인 희망사항이었다.

 

넷마블은 게임하이와 넥슨이 <서든어택> 퍼블리싱 계약을 맺으면서 사실상 재계약이 무산된 지난 6 10일 이후에도 어떻게 해서든 공동 서비스를 하겠다며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반면 게임하이와 모회사 넥슨은 넥슨닷컴을 통한 <서든어택> 단독 서비스 의지를 확고하게 밝히고 있었다. 두 회사의 이러한 입장은 최소한 6월 중순까지 계속 이어졌다.

 

게임하이 김정준 대표이사는 지난 17일 서울 역삼동 넥슨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든어택>은 둘로 쪼개져서 서비스 될 수 없다”며 넥슨을 통한 독점 서비스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넷마블과는 게임정보(DB) 이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뜻이었다.  관련기사 {more}

 

5 30일 이후 양사가 보낸 보도자료를 보면, 넷마블은 계속해서 “재계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분명하게 명시했다. 반면 게임하이는 “성실하게 협상을 하겠다” 같은 표현은 있어도 “재계약을 논의하겠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다.

 

※ <서든어택>이 없는 넷마블?

 

넷마블이 <서든어택>의 재계약, 내지는 공동 서비스에 집중한 것은 그만큼 <서든어택>이 게임포털 넷마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당장 매출 면에서 봐도 <서든어택>은 넷마블에서 고스톱·포커 등 웹보드게임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게임이다.(2010년 기준으로 <서든어택> 연매출 539억 원. 이는 넷마블 전체 매출의 약 22.4%에 해당한다.)

 

또한 <서든어택>은 현재 넷마블이 퍼블리싱하고 있는 모든 게임을 통틀어 가장 많은 액티브 유저를 확보하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회원 수만 해도 1,800만 명이다.

 

만약 <서든어택>의 서비스가 종료돼 유저들이 이탈할 경우 넷마블은 금전적인 손실도 손실이지만, 메이저 게임포털로서의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다.

 

<서든어택>을 플레이하기 위해 매일 들어오는 순방문자(UV)와 트래픽이 사라지면 그 타격은 고스란히 넷마블 안의 다른 게임과 론칭을 기다리는 신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녹록하지 않았던 인식표 게임정보(DB) 이전

 

넥슨과 게임하이는 넷마블과 갈등을 빚으면서 동시에 <서든어택> 유저들의 자발적인 게임정보(DB) 이전을 시도했다. 이른바 인식표 시스템을 통한 ‘신속히 이동하라!’ 캠페인이다.

 

넷마블의 협조가 없어도 효과적으로 게임정보(DB)를 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넥슨과 게임하이가 기대했던 인식표 시스템.

 

넥슨과 게임하이는 넷마블의 협조가 없어도 인식표 시스템을 이용하면 <서든어택>의 핵심 유저들이 게임정보(DB)를 갖고 이전해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넷마블이 게임정보(DB)를 유저에게 넘겨주겠다고 공언했지만, 게임하이와 넥슨은 믿기 힘들다며 인식표 캠페인을 유지했다.

 

실제로 지난 6월 초, 넥슨을 통한 <서든어택> 서비스가 확정되자마자 바로 마케팅과 홍보 역량을 총집결해 인식표 시스템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7만 원이 넘는 캐시를 이전한 모든 유저에게 주는 파격적인 이벤트도 걸었다.

 

넥슨은 넥슨닷컴을 통한 서비스가 확정되자 홍보와 마케팅 역량을 집결해 인식표 시스템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사진은 서울시 지하철에 걸린 인식표 시스템 이벤트 광고.

 

그러나 인식표를 통한 유저 자발적 DB 이전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 <서든어택> 게임 안에서 스크린샷을 찍어야 이전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인식표 기능이 담긴 스크린샷 캡처 키(F8)가 막혀 버린 것이다.

 

넷마블은 인식표 시스템이 퍼블리셔의 동의 없이 진행된 패치라며 스크린샷 캡처 기능을 막았다. 이에 게임하이는 별도의 프로그램(SA_Tool.exe)을 배포하며 캡처 기능을 되살렸다. 이후 하루에도 몇 번씩 넷마블이 캡처를 막고, 게임하이가 프로그램을 수정해 다시 뚫는 공방전이 반복됐다.

 

24시간 인식표 기능이 작동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넷마블의 차단으로 인식표가 작동하지 않는 시간이 적지 않았다. 타이밍 운이 나쁜 유저는 이전 신청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넥슨과 게임하이는 인식표를 이용해 이전을 신청한 <서든어택> 유저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15일 넷마블을 상대로 “유저 게임정보(DB)를 넘겨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러한 법적 대응이 ‘인식표 방식의 이전으로 충분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 SA_Tool.exe를 두고 벌어진 촌극

 

넷마블이 패치 권한을 막자 게임하이는 차단을 무력화하는 외부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저들에게 배포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SA_Tool.exe로 알려진 프로그램이다.

 

이후 넷마블과 게임하이는 SA_Tool.exe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넷마블은 어떻게든 해당 프로그램을 차단하려 했고, 게임하이는 넷마블이 차단하면 다시 해당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도록 버전업을 시도했다.

 

게임의 특정 기능을 두고 게임사와 해커도 아닌,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막기’와 ‘뚫기’를 거듭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SA_Tool.exe을 두고 막고 뚫는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지난 6월 17일 하루에만 해당 프로그램의 차단과 정상화가 5번이나 반복됐다.

 

 

 유저 혼란 속 <서든어택> 인기에 빨간불?

 

갈등과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든어택> 자체의 인기가 하락하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같은 기간의 <서든어택> PC방 순위 및 사용시간 그래프. 위쪽이 2010년, 아래가 2011년이다. 올해는 5월 30일을 기점으로 지표가 하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서든어택>과 관련된 각종 외부지표는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PC방 이용률 지표인 게임트릭스만 보더라도 <서든어택>은 5 30일 이후 점유율, 순위 등이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는 PC방 지표이기 때문에 이것만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분명 게임의 인기에 비상등이 켜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막판 극적 대타협,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서든어택> 지표에 빨간불이 켜지자 넷마블과 넥슨·게임하이 모두 서로의 이득만 챙기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특히 넥슨과 게임하이는 이전해야 할 액티브 유저의 수가 많은 <서든어택>의 단독 서비스를 강행하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경쟁이 치열한 FPS 장르에서 헛점을 보이는 건 위험성이 너무 크다. 게다가 여름방학 성수기로 접어드는 시점이기 때문에 경쟁 FPS 게임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서든어택>의 공백을 노릴 가능성도 컸다.

 

결국 넥슨은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넷마블과 긍정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며 기존에 빚어진 갈등에서 서로 한 발씩 물러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양사 모두 공동 퍼블리싱에 대해 전향적으로 협상 중이라고 인정했다.

 

<서든어택>이 향후 넷마블과 넥슨의 공동 서비스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지금은 넷마블 <서든어택> 홈페이지에 넥슨으로 이전 신청을 돕는 배너가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