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어택>의 재계약과 유저 게임정보(DB) 이전 등을 놓고 대립했던 CJ E&M 넷마블(이하 넷마블)과 넥슨(게임하이)이 공동 퍼블리싱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말 시작된 <서든어택> 재계약 갈등은 20일이 넘는 공방전 끝에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그렇다면 이번 갈등과 타결로 넥슨과 넷마블이 각각 얻은 이득과 손해는 무엇이 있을까? 디스이즈게임은 이번 사태를 통해 양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정리해 봤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게임하이와 넥슨이 얻은 것]
☞ <서든어택>이라는 국내 1위 FPS 게임
우여곡절이 심했지만, 어찌 되었든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넥슨은 <서든어택>이라는 국내 1위의 FPS 게임을 서비스하게 됐다. 결과는 넷마블과의 공동 서비스로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슨이 <서든어택>을 서비스하면서 얻을 유지 유입과 트래픽, 매출은 상당할 전망이다.
게다가 넥슨닷컴은 기존에 롱런하고 있는 <워록>과 알토란 같은 매출을 자랑하는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에 이어서 <서든어택>까지 확보해 FPS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는 앞으로 넥슨닷컴 포털의 위상과 신규 게임 서비스에 있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게 해 준다.
☞ <서든어택 2>를 위한 시간
만약 이번 <서든어택> 갈등이 배드엔딩으로 이어졌을 경우 <서든어택 2>가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었다.
게임하이는 지난 2008년, 넷마블과 <서든어택 2> 퍼블리싱 계약을 채결하면서 “2010년 12월 31일 이전 오픈 베타테스트(OBT)”와 “OBT 후 6개월 이내 상용화”를 계약서에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지켜지지 못했다. 현재 <서든어택 2>는 기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에 대해 넷마블은 “일단 <서든어택> 문제가 해결되면 <서든어택 2>와 관련된 우리의 권리를 되찾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즉 만약 <서든어택> 문제가 좋게 끝나지 않는다면 법적 조치까지 포함해 문제를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동 서비스 성사로 당장 넷마블이 게임하이에 <서든어택 2>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사라졌다. 넥슨도 22일 오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서든어택 2>에 대해서는 넥슨, 게임하이, CJ E&M이 상호 원만히 협조해 해결해 나갈 것이다”고 밝혀 놓았다.
[게임하이와 넥슨이 잃은 것]
☞ ‘신속히 이동하라’ 이벤트에 든 마케팅 비용
넥슨은 당초 <서든어택>의 단독 서비스를 기정사실화하고, 유저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게임정보(DB)를 이전하도록 하는 ‘인식표 시스템’을 개발해 운용했다.
또한 지난 6월 초부터 ‘신속히 이동하라’는 이벤트를 진행, 이를 알리기 위해 각종 웹사이트는 물론이고, 서울 시내 지하철에 이르기까지 마케팅·광고 비용을 말 그대로 ‘쏟아부었다’. 이전 신청을 마친 유저에게는 7만 원이 넘는 캐시를 지급한다고 약속했다. 웬만한 신작의 론칭 마케팅 규모 이상이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대규모 마케팅과 홍보가 진행됐다.
물론 일련의 이벤트는 앞으로도 “넷마블 유저의 넥슨닷컴 이전을 위한 이벤트”로 계속해서 활용될 것이기 때문에 넥슨의 캠페인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일부 과도하게 집행된 측면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인 만큼, 넥슨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도 남게 됐다.
☞ 결국은 무산된 단독 서비스
공동 서비스의 성사는, 넥슨과 게임하이가 바랐던 넥슨닷컴을 통한 ‘단독 서비스’가 무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넥슨이 원래 의도대로 넷마블 유저의 게임정보(DB)를 수월하게 이전 받고, 7월 11일 게임의 단독 서비스를 문제 없이 시작했다면, 공동 서비스보다 훨씬 많은 매출과 트래픽을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다.
[넷마블이 얻은 것]
☞ 게임포털 넷마블의 트래픽과 방문자 유지
만약 <서든어택>의 공동 서비스가 무산됐다고 가정하면 넷마블은 매출 손실은 논외로 친다고 해도 퍼블리셔 및 게임포털로서 타격을 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바로 넷마블의 트래픽과 접속자 때문이다.
<서든어택>은 현재 넷마블에서 고스톱·포커 등 웹보드게임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는 게임이다. 동시에 넷마블이 서비스하는 게임 중에서 가장 많은 액티브 유저를 확보하고 있다. 만약에 <서든어택> 유저풀이 사라지면, 이는 곧 신작 론칭에 타격으로 이어지고, 유저를 모으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이번 공동 퍼블리싱 계약은 오는 2013년 7월에 끝난다. 그 후로는 넥슨닷컴의 단독 서비스로 전환된다. 앞으로 주어진 2년 동안 넷마블은 다양한 신작을 선보여 <서든어택>이 없어도 포털 파워가 유지되도록 대비해야 한다.
☞ ‘퍼블리셔’로서의 지위
이번 양사의 합의에서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넷마블과 넥슨의 계약이 ‘채널링’이 아닌 ‘공동 퍼블리싱’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다시 말해 넷마블이 공동이기는 하지만 ‘퍼블리셔’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게 되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넷마블은 <서든어택>의 (넷마블 쪽) 수익을 온전히 매출로 인식하고, 개발사인 게임하이와 일정한 비율로 매출을 나누게 된다.
[넷마블이 잃은 것]
☞ 매출
결과적으로 넷마블은 <서든어택>의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공동 퍼블리싱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으로 성사됐는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넷마블의 <서든어택> 매출이 얼마나 줄어들지 자세히 추산하기는 힘들다.
다만, 넷마블이 과거에 <서든어택>을 계약했을 당시보다 수익 분배 조건에서 게임하이의 비중이 높아졌을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넷마블이 공개했던 <서든어택> 재계약 협상 내용을 보면, 기존의 비율보다 훨씬 많이 게임하이에 배정돼 있었다.
넷마블은 지난 5월 30일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올해 <서든어택> 예상 매출을 전년 대비 약 29% 줄어든 383억 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넷마블이 지난 5월 30일 배포한 <서든어택>의 작년과 올해 예상 매출. 이 표만 봐도 연간 150억 원의 매출 공백이 일어나는 걸 알 수 있다.
[게임하이, 넥슨, 넷마블이 모두 잃은 것]
☞ 이미지
넷마블과 넥슨, 게임하이는 모두 이번 재계약과 게임정보(DB) 이전 논란으로 이미지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었다. 지금까지 그들이 언론과 유저를 대상으로 벌인 이전투구가 좋은 기억으로 남기는 힘들다.
먼저 넷마블은 지난 5월 30일 협상 중인 내용을 (비록 NDA가 없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공개하며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는 점에서 잘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어렵다.
이에 대응하는 게임하이와 넥슨 역시 “넷마블이 언론과 유저를 호도하고 있다”, “조영기 대표와 방준혁 고문은 답변하십시오” 같은 과격하고 거친 표현을 남발하면서 스스로 이미지를 깎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게임하이 김정준 대표이사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들이 나중에 밝혀진 사실과 맞지 않는 등 쉽게 이해하기 힘든 태도를 보였다.
☞ 신뢰
5월 말부터 지난주까지 약 20일 동안 넷마블과 게임하이(넥슨)는 격하게 대립했다. 언론과 게임 홈페이지를 통한 대리전 양상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심지어 인식표 패치를 두고는 퍼블리셔가 해당 시스템을 차단하고 이에 맞서 개발사는 외부 프로그램을 만들어 다시 뚫는 등 국내 게임업계 역사상 전례가 없는 모습을 연출했다.
앞으로 양사가 2년의 공동 퍼블리싱 기간 동안 얼마나 신뢰를 회복하고 좋은 모습을 보일지 지켜볼 부분이다.
넥슨과 넷마블은 인식표 시스템의 차단과 정상화를 두고 치열하게 싸웠다.
☞ 유저
양사의 대립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쪽은 <서든어택>이라는 게임 그 자체이기도 하다. 실제로 <서든어택>은 이번 갈등이 드러나기 시작한 지난 5월 30일 이후 꾸준히 이용자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게임트릭스를 보면 <서든어택>은 5월 30일부터 PC방 순위 및 사용량, 점유율 등 모든 수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PC방 종합 게임순위 2위에서 4위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유저들의 혼란을 잠재우고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앞으로 넥슨과 넷마블의 선택에 달렸다.